[외래어 바로 쓰기]

새 축구 감독 이름은 '코엘류'로

정희원(鄭稀元) / 국립국어연구원

히딩크 감독의 후임으로 우리나라에 온 포르투갈 출신의 새 감독 Coelho의 한글 표기가 혼선을 빚고 있다. 신문에 따라 '코엘류', '쿠엘류' 두 가지가 쓰이고 있는데, 이 중 외래어 표기법에 맞는 것은 '코엘류'이다.
    이러한 혼선이 빚어지는 가장 큰 이유는 포르투갈 어에서 o가 '오'로 발음되기도 하고 '우'로 발음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다른 철자들은 대개 고정된 발음을 나타내므로 그에 따라 적으면 되지만, o는 강세가 있을 때에는 '오'로 강세가 없을 때에는 '우'로 발음되므로 단어마다 일일이 확인해서 적어야 한다. 포르투갈 어 사전에 따르면 Coelho에서 앞의 o는 [o]로 발음되고 뒤에 있는 o는 [u]로 발음된다. 따라서 '코엘류'로 적는 것이 맞다.
    때때로 포르투갈 어의 [k] 소리가 우리말의 된소리 'ᄁ'과 가깝게 들린다는 이유로 '꼬엘류'나 '꾸엘류'로 적기도 하는데 이것은 잘못이다. 현행 외래어 표기법에서는 'ᄁ, ᄄ, ᄈ' 등 된소리를 쓰는 것을 허용하지 않으므로 우리가 듣기에 '꼬'나 '꾸'로 들리는 말들도 모두 '코, 쿠'로 적어야 한다. 그렇다면 Coelho의 h는 어떻게 적어야 할까? 포르투갈 어에서 h는 발음이 되지 않는다. 다만 l이나 n 뒤에 있을 때에는 앞의 소리를 구개음화하는 구실을 한다. 즉 lh나 nh는 '리'나 '니'로 소리 나게 되는데, 뒤에 모음이 따라올 때에는 그 모음과 합쳐져서 '랴(lha), 냐(nha)' 등 한 음절로 소리 난다. 따라서 Coelho의 'lho'는 '류'로 적는다.
    그런데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코엘류'가 맞다면 그것을 쓰면 될텐데 왜 굳이 '쿠엘류'를 써서 혼란을 부추기는 것일까? 몇몇 신문이나 방송 등에서 규정에 맞는 '코엘류' 대신 '쿠엘류'를 쓰는 데에는 사실 복잡한 사정이 있다. 그것은 '코엘류'를 감독으로 선임한 대한축구협회에서 그의 희망 사항을 내세워 '쿠엘류'로 적고 있기 때문이다. 축구협회 관계자들은 Coelho 감독이 자신의 이름을 '쿠엘류'로 발음하므로 그렇게 적는 것이 옳다고 한다. 또한 일부 언론사들은 현지 발음을 존중한다는 외래어 표기법의 원칙을 들어 그러한 표기를 수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과연 그러한 개인적인 발음과 청취 판단의 결과에 따라서 우리말의 외래어 표기를 정하는 것이 옳은 일인지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우리말의 외래어 표기법은 외국의 인명이나 지명 등을 일정한 원칙에 따라 체계적으로 적기 위해 마련된 것이다. 표기 대상이 사람 이름이라 할지라도 어떤 개인이나 단체가 임의로 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이 표기법 원칙에 따라 일정하게 적어야 한다. 또한 '외국어의 발음을 존중한다'는 외래어 표기 원칙에서 '발음'은 객관적으로 인정된 것이어야 하지, 개인의 발음을 확인해서 표기한다는 뜻은 아니다. 발음은 철자와 달리 같은 언어 사용자라도 출신 지역, 연령, 개인의 언어 습관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고, 또 같은 발음이라도 사람에 따라서 다른 소리로 들을 수도 있다. 그러므로 표기를 위해서는 사전에 표시된 객관적인 발음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만약 개인의 이름이라고 해서 그의 발음을 따라 그 사람이 원하는 대로 표기를 해야 한다면 많은 경우 외국인의 이름 표기는 불가능한 일이 될 것이다. 또한 같은 이름을 쓰는 사람들이라도 각자 발음이 다르면 다른 표기를 허용해야 할텐데 그것은 상당히 불합리하다. 예를 들어 같은 Coelho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이 자기 이름을 어떻게 발음하느냐에 따라 한글로는 '코엘류'도 될 수 있고 '쿠엘류'도 '코엘료'도 될 수 있다면 외래어 표기법이라는 규정이 따로 존재할 필요가 없어진다.
    이제부터라도 축구협회와 일부 언론사들은 규정에 맞는 '코엘류'를 사용함으로써 국민들이 언어 생활에 혼란을 겪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