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 글 쓰기]

좋은 글의 요건

김희진(金希珍) / 국립국어연구원

글 중에는 ―그 글이 시나 수필, 아니면 소설 또는 평론일 수도 있다― 세월이 흘러도 잊히지 않는 한두 구절이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그 글이 실린 면의, 활판 인쇄로 빼곡이 박힌 글자들로 올록볼록한 종이의 촉감이 손끝에 다가올 수도 있고, 글이 실린 면에 삽화가 곁들여 있었다면 그 그림이 머릿속에 동영상처럼 떠오를 수도 있다. 그리고 살아오면서 순간순간 혼자서 그 구절을 몇 번이나 뇌어 보기도 했을 것이다.
    어떻게 하면 이처럼 남에게 감명을 주고 오래도록 기억되는 글을 쓸 수 있을까. 어떤 글이 생각과 느낌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지 생각해 보자.

첫째 내용이 충실해야 한다. 내용이 충실해야 한다는 것은 의견, 정보, 지식, 느낌, 관념 등 독자가 '얻을 것'이 충분히 들어 있고, 그 내용이 '활용할 가치'가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글을 쓸 때 필자 한 사람의 식견뿐만 아니라 관련 분야의 전문가의 조언, 참고 자료, 현장 조사와 체험도 필요하다.
    둘째, 글의 내용이 정확하고 분명해야 한다. 무슨 내용을 썼는지 주제가 선명해야 한다는 뜻이다. 문장 구성이 탄탄하고 치밀해야 하며 그 상황에 맞는 정확한 어휘를 선택해야 한다. 어순, 문법 요소의 쓰임, 문장 성분 간의 호응 관계를 살핌은 물론, 내용상의 논리성과 문단 간의 긴밀성을 유지해야 한다. 여러 문장을 한 주제로 묶는 통일성이 있어야 하고 문단의 내용을 주제문과 이를 뒷받침하는 문장으로 구성하는 완결성을 보여야 한다.
    셋째, 글에는 글쓴이의 정성과 진실이 담겨 있어야 한다. 글 쓰는 일을 진지하게 생각하고 성실한 자세로 제재(글감)를 모으며, 적확(的確)한 표현을 찾아내고자 고심하며 몇 번이고 다듬는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정성과 진실이 담긴 글이라야 독자를 이해시키고, 설득하며, 감동케 하는 법이다.
    넷째, 글은 쉽고 자연스러워야 한다. 글을 쓴다는 것은 생각을 조리 있게 엮어, 여기에서 새로운 의미를 발견해 가는 일이다. 이때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쉽고 자연스럽게 표현하여 다른 사람이 별 어려움이 없이 이해할 수 있게 해야 함은 당연한 일이다. 어렵고 복잡한 글은 별로 읽히지 않기 때문이다.
    그 밖에 글에 글쓴이의 개성과 창의성을 담아 내는 독창성, 필요한 만큼만 기술하는 경제성, 글의 시점(視點)·난도(難度)·어조·문체·내용 등을 어느 정도 일정하게 유지하는 일관성, 독자와 집필 목적에 글을 일치시키는 타당성, 바르고 품위 있게 표현하는 품격 등의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글을 쓰는 목적에 따라 글의 주제와 내용과 형식은 달라진다. 그러나 어떤 종류의 글이라도 위에서 말한 요건들은 갖추도록 힘써야 한다. 글쓰기란 조리사가 신선하고도 자양분이 풍부한 재료로 먹을 이가 먹기 좋도록 정성껏 음식을 만들어 정갈한 그릇에 담아 식탁에 내놓는 일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