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체의 동작과 관련된 관용 표현
김한샘 / 국립국어연구원
일반적으로 관용 표현은 구성 요소 각각이 의미를 잃어버리고 표현 전체가 새로운 의미를 나타낸다.
(1ᄀ)의 '미역국을 먹다'와 (1ᄂ)의 '미역국을 먹다'를 비교해 보면 ᄀ과 달리 ᄂ에서는 '미역으로 끓인 국을 입을 통하여 배 속에 들여보내다'라는 원래의 의미를 찾아볼 수 없다. '시험에서 떨어지다'의 의미만 나타내는 것이다.
(2)의 '꽃을 피우다'도 마찬가지이다. ᄂ에 '꽃의 봉오리가 벌어지다'라는 의미는 남아 있지 않다.
관용 표현 중에는 이런 일반적인 경우와 달리 원래의 의미가 남아 있는 것들도 있는데, 신체의 동작과 관련된 관용 표현 중에 이런 예가 많다. 다음 예에 보인 관용 표현은 본디의 의미가 남아 있어서 신체의 동작을 동반하게 된다.
(3ᄂ)의 '눈을 감다', (4ᄂ)의 '얼굴을 보이다'는 각각 '죽다', '참석하다'의 뜻을 가진 관용 표현이다. 죽으면 자연스레 눈이 감기게 되어 있고 어떤 자리에 참석을 한다면 당연히 그 사람의 얼굴이 보이기 때문에 '눈을 감고', '얼굴을 보이는' 행동이 필수적으로 나타나기 마련이다. 반면 이러한 동작이 필수적이지 않은 경우도 있다.
(5)~(6)의 ᄀ은 밑줄 친 부분이 문자적인 의미로 쓰인 예이다. ᄂ의 밑줄 친 부분은 (3)~(4)의 예와 같이 신체의 동작을 동반한다. 고개를 흔들어 거절하고 입을 내밀어서 불만을 표시하는 것이다. 그런데 (5)~(6)이 (3)~(4)와 다른 것은 반드시 동작을 동반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5)~(6) ᄃ의 밑줄 친 부분은 고개를 흔들거나 입을 내미는 동작이 없어도 성립한다.
(7)~(8)ᄂ의 관용 표현은 (3)~(6)과 달리 원래의 의미에서 완전히 멀어졌다. 일을 그만 두기 위해 손을 흔들어야 하는 것도 아니고, 시치미를 떼기 위해서 입을 닦아야 하는 것도 아니다. '발을 빼다(그만두다)', '목을 조이다(괴롭히다)', '발목을 잡다(방해하다)' 등도 본디 의미에서 멀어져 신체의 동작을 동반하지 않는 관용 표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