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자막의 띄어쓰기, 잘못 많아
이설아 / 국립국어연구원
국립국어연구원에서는 지난 한 해 동안 여러 매체에서 어문 규정을 얼마나 잘 지키고 있는지 조사했다. 그 가운데 방송에 쓰인 우리말에서는 띄어쓰기 잘못이 총 1,207개로 가장 많이 발견되었다. 이 중 대표적인 예들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문장 부호가 잘못된 것은 원문대로 제시하였음).
(1)은 '습기', '제거', '감기', '예방', '영어권', '국가', '유학생', '수'와 같은 자립적인 명사들을 편의상 붙여 쓴 것이다. 단어별로 띄어쓰기하는 원칙에 따라 합성어가 아닌 이상 모두 띄어 써야 한다. 이와 같이 자립적인 명사 둘 이상을 붙여 쓴 잘못은 272개(22.5%)로 띄어쓰기 잘못 가운데 가장 많이 나타났다.
(2)는 '원', '명', '번째' 등 단위를 나타내는 의존 명사를 앞말과 붙여 쓴 것이다. 단위를 나타내는 명사는 원칙적으로 앞말과 띄어 써야 하므로 위 예도 '5만 원', '100여 명', '두 번째' 등과 같이 띄어 써야 한다. 다만 '삼학년', '육층', '두시'와 같이 순서를 나타내는 경우나 '16동 502호', '80원'과 같이 숫자와 어울려 쓰이는 경우에는 앞말과 붙여 쓸 수 있다. 단위를 나타내는 의존 명사를 앞말과 붙여 쓴 잘못은 134개(11.1%)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였다.
(3)은 '거', '때', '터' 등의 의존 명사를 앞의 관형형과 붙여 쓴 것이다. '닫는 거', '건강할 때', '힘들 터'의 띄어쓰기는 '우리가 먹는 밥'에서 '먹는'과 '밥'을 띄어 쓰는 것과 같은 원리이다. 관형형 어미와 다음의 의존 명사를 붙여 쓴 잘못은 118개(9.8%)로 흔히 나타난다.
(4)는 부사 '안', '못'과 그 뒤의 용언을 붙여 쓴 것이다. 이 중 '안되다'는 흔히 틀리는 것인데 '일, 현상, 물건 따위가 좋게 이루어지지 않다'는 뜻의 단어 '안되다'와 혼동하는 듯하다. "경기가 안 좋아서 장사가
안된다."처럼 '잘되다'의 반대 의미이면 한 단어이지만 "개발 제한 구역이라서 신축이
안 된다."처럼 '금지'의 의미이면 '안'과 '되다'를 띄어 써야 한다. 이처럼 부사와 그 뒤의 용언을 붙여 쓴 잘못은 103개(8.5%)에 달한다.
이상에서 지난해에 방송에서 흔히 틀렸던 예를 살펴보았다. 부디 올해부터는 방송 자막에서 이런 잘못이 발견되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