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의 국어 오용 사례]

방송 자막의 띄어쓰기, 잘못 많아

이설아 / 국립국어연구원

국립국어연구원에서는 지난 한 해 동안 여러 매체에서 어문 규정을 얼마나 잘 지키고 있는지 조사했다. 그 가운데 방송에 쓰인 우리말에서는 띄어쓰기 잘못이 총 1,207개로 가장 많이 발견되었다. 이 중 대표적인 예들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문장 부호가 잘못된 것은 원문대로 제시하였음).

(1) ㄱ. 습기제거(→습기 제거)와 감기예방(→감기 예방)을 위해 <문화방송(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 2002. 2. 24., 자막>
ㄴ. 영어권국가(→영어권 국가) 유학생수(→유학생 수) <에스비에스(SBS), 8시 뉴스, 2002. 3. 23., 자막>
(2) ㄱ. 5만원(→5만 원) <문화방송(MBC), 목표 달성 토요일, 2002. 2. 9., 자막>
ㄴ. 100여명(→100여 명)의 동료 연예인<한국방송(KBS), 夜 한밤에, 2002. 3. 27., 자막>
ㄷ. 두번째(→두 번째) 만남 <에스비에스(SBS), 쇼! 일요 천하, 2002. 2. 3., 자막>
(3) ㄱ. 문을 닫는게(→닫는 게) 낫죠. <한국방송(KBS), 9시 뉴스, 2002. 2. 7., 자막>
ㄴ. 건강할때(→건강할 때) 끊자 <에스비에스(SBS), 8시 뉴스, 2002. 2. 13., 자막>
ㄷ. 경작하기 힘들텐데요(→힘들 텐데요)? <문화방송(MBC), 뉴스데스크, 2002. 3. 28., 자막>
(4) ㄱ. 공이 떨어지면 안된다(→안 된다). <한국방송(KBS), 슈퍼TV 일요일은 즐거워, 2002. 3. 10., 자막>
ㄴ. (동생들은) 기억 안나겠네(→안 나겠네)? <문화방송(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 2002. 2. 17., 자막>
ㄷ. 그걸 학부모들은 못참죠(→못 참죠) <에스비에스(SBS), 8시 뉴스, 2002. 3. 8., 자막>

(1)은 '습기', '제거', '감기', '예방', '영어권', '국가', '유학생', '수'와 같은 자립적인 명사들을 편의상 붙여 쓴 것이다. 단어별로 띄어쓰기하는 원칙에 따라 합성어가 아닌 이상 모두 띄어 써야 한다. 이와 같이 자립적인 명사 둘 이상을 붙여 쓴 잘못은 272개(22.5%)로 띄어쓰기 잘못 가운데 가장 많이 나타났다.
    (2)는 '원', '명', '번째' 등 단위를 나타내는 의존 명사를 앞말과 붙여 쓴 것이다. 단위를 나타내는 명사는 원칙적으로 앞말과 띄어 써야 하므로 위 예도 '5만 원', '100여 명', '두 번째' 등과 같이 띄어 써야 한다. 다만 '삼학년', '육층', '두시'와 같이 순서를 나타내는 경우나 '16동 502호', '80원'과 같이 숫자와 어울려 쓰이는 경우에는 앞말과 붙여 쓸 수 있다. 단위를 나타내는 의존 명사를 앞말과 붙여 쓴 잘못은 134개(11.1%)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였다.
    (3)은 '거', '때', '터' 등의 의존 명사를 앞의 관형형과 붙여 쓴 것이다. '닫는 거', '건강할 때', '힘들 터'의 띄어쓰기는 '우리가 먹는 밥'에서 '먹는'과 '밥'을 띄어 쓰는 것과 같은 원리이다. 관형형 어미와 다음의 의존 명사를 붙여 쓴 잘못은 118개(9.8%)로 흔히 나타난다.
    (4)는 부사 '안', '못'과 그 뒤의 용언을 붙여 쓴 것이다. 이 중 '안되다'는 흔히 틀리는 것인데 '일, 현상, 물건 따위가 좋게 이루어지지 않다'는 뜻의 단어 '안되다'와 혼동하는 듯하다. "경기가 안 좋아서 장사가 안된다."처럼 '잘되다'의 반대 의미이면 한 단어이지만 "개발 제한 구역이라서 신축이 안 된다."처럼 '금지'의 의미이면 '안'과 '되다'를 띄어 써야 한다. 이처럼 부사와 그 뒤의 용언을 붙여 쓴 잘못은 103개(8.5%)에 달한다.
    이상에서 지난해에 방송에서 흔히 틀렸던 예를 살펴보았다. 부디 올해부터는 방송 자막에서 이런 잘못이 발견되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