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여겨 보다? 눈여겨보다!
이운영 / 국립국어연구원
글을 쓰다 보면 어떤 표현이 하나의 단어인지 아니면 구(句)인지 분간하기 어려울 때가 있다. 이번 호에서는 이렇게 단어인지 구인지 구별하기가 쉽지 않아서 띄어쓰기를 잘못 하는 경우를 살펴보고자 한다.
다음 예문 (1)에서 진하게 표시한 단어들은 사람들이 구로 보아서 흔히 띄어 쓰지만 실상은 한 단어라 붙여 써야 하는 것들이다.
위의 예문에 쓰인 '눈여겨보다', '가는귀먹다', '큰코다치다'는 구로 생각해서 '눈 여겨 보다', '가는 귀 먹다', '큰 코 다치다'와 같이 띄어 쓰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들은 모두 합성어이기 때문에 붙여서 써야 한다. '눈여겨보다'는 "주의 깊게 잘 살펴보다"라는 뜻을 가진 합성어이고, '가는귀먹다' 역시 전체가 하나의 합성어로 "작은 소리를 잘 알아듣지 못할 정도로 귀가 조금 먹다"라는 뜻으로 쓰인다. '큰코다치다'도 "크게 봉변을 당하거나 무안을 당하다"는 뜻의 합성어이다.
예문 (1)에서 살펴본 단어와는 달리 흔히 붙여 쓰지만 실상은 구이기 때문에 띄어 써야 하는 표현들도 있다. 다음은 그러한 예이다.
예문 (2)에 쓰인 '귀 기울이다', '게으름 피우다', '어쩔 수 없다'는 흔히 하나의 합성어로 생각하여 '귀기울이다', '게으름피우다', '어쩔수없다'로 붙여 쓰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들은 전체가 하나의 새로운 의미로 쓰이기보다는 각 단어가 가진 의미로 전체 의미를 알 수 있는 구 구성이기 때문에 위 예문에 나타난 대로 띄어 써야 한다. 이 표현들은 단어 사이에 조사를 넣어서 '귀를 기울이다', '게으름을 피우다', '어쩔 수가 없다'와 같은 형태로도 많이 쓰인다.
예문 (2)에서 살펴본 예 외에도 흔히 붙여 쓰지만 관용구이기 때문에 역시 띄어 써야 하는 표현도 있다. 이들은 전체가 하나의 표현으로 굳어져서 새로운 의미를 띠기 때문에 종종 하나의 단어로 생각하여 붙여 쓰는 경우가 있지만 구 구성이라 띄어 써야 한다.
예문 (3ㄱ)의 '아니나 다를까'는 전체가 "과연 예측한 바와 같다"는 뜻으로 굳어진 관용구이다. '왔다 갔다 하다'는 "정신이 맑았다 흐렸다 하다"라는 의미를 가지는 관용구이고 '밥 먹듯 하다'는 "예사로 자주 하다"라는 뜻으로 쓰이는 관용구이다. 이들은 모두 여러 단어가 모여서 하나의 표현으로 굳어진 것들로 새로운 의미를 띠고 있다. 그러나 이들이 비록 예문 (1)의 표현처럼 새로운 의미로 쓰인다 하더라도 이러한 표현들은 합성어로 보기에는 어려운 점이 있다. 따라서 이들은 관용구로 보아 각 단어별로 띄어 쓰는 것이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