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맞춤법의 이해]

저는 주영이예요

정호성 / 국립국어연구원

(1) ㄱ. 네가 석환이구나. / 저는 [주영이예요]. 쟤가 [서콰니예요].
ㄴ. 네가 반장이니? / 아니요, 저는 반장이 [아녜요], 반장은 [더코예요]. ([ ]은 소리를 나타낸 것임)

(1)에서 [ ] 속에 있는 말들을 한글 맞춤법에 맞게 쓰려면 어떻게 써야 할지를 생각해 보자. 먼저 이름에 공통으로 붙은 것은 복수 표준어인 '이에요/이어요'인 것은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주영, 석환, 덕호'라는 이름에 '이에요/이어요'가 결합된 것으로 보아 '주영이에요, 석환이에요, 덕호이에요'라고 써야 할까? 아니면 '주영이예요, 석환이예요, 덕호예요'로 써야 할까? 그리고 [아녜요]라는 말은 어떻게 적어야 할까?
    이 질문들에 먼저 대답하자면 [ ] 속의 이름들은 '주영이예요', '석환이예요', '덕호예요'와 같이 적어야 하고, [아녜요]는 '아녜요'('아니에요'의 준말)로 적어야 한다. 그럼 왜 이렇게 적어야 하는지를 함께 살펴보도록 하자.
    '이에요/이어요'는 서술격 조사 '이다'에 '-에요', '-어요'가 붙은 것인데, '-어요'는 다시 어미 '-어/-아'와 보조사 '요'로 나뉠 수 있다. 이 '-어요'는 '하다' 어간 뒤에서는 '-여요'로 나타나고, '이다, 아니다' 뒤에서는 '-에요'로 나타나기도 한다. 즉 '이어요'와 '이에요'는 소리만 다르지 의미는 같은 것이다.
    '이에요/이어요'의 '이'는 서술격 조사이므로 체언 뒤에만 붙는다. 그런데 체언의 끝소리가 자음이면(받침이 있으면) '이에요/이어요'가 그대로 붙지만, 체언의 끝소리가 모음이면(받침이 없으면) 줄어들어 '예요/여요'가 된다.

(2) 체언 + 이에요/이어요
ㄱ. 자음 + 이에요/이어요 : 책이에요/책이어요, 산이에요/산이어요, 꿀이에요/꿀이어요, 종이에요/종이어요[鐘]
ㄴ. 모음 + 예요/여요 : 배예요/배여요(← 배+이에요/이어요), 종이예요/종이여요(← 종이[紙]+이에요/이어요)

그런데 '이어요/이에요'가 사람 이름과 결합할 때는 특별히 주의를 해야 한다. 우리말에서는 끝소리가 자음인 사람 이름을 평칭으로 가리킬 때는 (3)의 밑줄 친 말과 같이 접미사 '-이'가 결합되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3) 끝소리가 자음인 평칭의 사람 이름 + 접미사 '-이'
ㄱ. 석환이가 주영이와 세화, 선영이, 경호를 생일 잔치에 불렀어요.
ㄴ. 주영이 어머니, 주영이 좀 데리고 오실 수 있으세요.
ㄷ. 주영이는 석환이뿐만 아니라 석환이 동생 준형이에게도 선물을 주었대요.

(3)에서 볼 수 있듯이 끝소리가 자음인 평칭의 사람 이름에는 항상 접미사 '-이'를 붙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3ㄱ)의 '세화, 경호'와 같이 끝소리가 모음일 때에는 접미사 '-이'가 결합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끝소리가 자음인 평칭의 사람 이름일 때에는 이름에 곧바로 '이에요/이어요'가 붙는 것이 아니라 접미사 '-이'가 붙은 말에 '이에요/이어요'가 결합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주영이예요]라는 말은 '주영 + 이에요/이어요'가 아니라 '주영이 + 이에요/이어요'의 구성으로 보아야 한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이 말은 위 (2ㄴ)의 예처럼 모음 뒤에 결합되는 경우와 마찬가지이므로 '이에요/이어요'가 축약되어 '예요/여요'로 줄어든 형태인 '주영이예요/주영이여요'로 적어야 함을 알 수 있다. '주영이예요'의 '이'는 '이에요'의 '이'가 아니라 '주영이'의 '이'인 것이다. 끝소리가 자음인 평칭의 인명을 가리킬 경우 '주영이에요', '석환이에요'로 적는 것은 잘못이다. 끝소리가 모음인 '덕호'는 역시 (2ㄴ)과 같이 '덕호예요'로 쓰면 된다.

(4) 사람 이름 + 이에요/이어요
ㄱ. 끝소리가 자음인 사람 이름 : 주영이예요/주영이여요(주영이 + 이에요/이어요)
ㄴ. 끝소리가 모음인 사람 이름 : 덕호예요/덕호여요(덕호 + 이에요/이어요)

한편, 평칭의 사람 이름이라도 성이 붙을 경우에는 접미사 '-이'가 붙지 않으므로 '저는 정주영이에요', '쟤는 최석환이에요'와 같이 (2ㄱ)에 준해서 적어야 한다. 끝소리가 모음일 경우에는 물론 (2ㄴ)과 같이 '반장은 이덕호예요'와 같이 적는다.
    '아니다'는 용언이므로 체언 뒤에 붙는 '이에요/이어요'는 연결될 수 없고 어미인 '-에요/-어요'만 연결될 수 있다. 그러므로 '아니다'에 '-에요/-어요'가 결합된 '아니에요/아니어요'가 옳은 표기이다. 이들이 줄어들면 '아녜요, 아녀요'가 될 수 있다. '아니다'에 '이에요/이어요'가 붙어 줄어든 형태인 '아니예요', '아니여요'는 잘못이므로 주의해야 한다.

(5) ㄱ. 저는 반장이 아니에요(아녜요)/아니어요(아녀요).
ㄴ. 그게 아니에요(아녜요)/아니어요(아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