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 글 쓰기]

제 말뜻 찾아 주기

김희진(金希珍) / 국립국어연구원

각송국에서 퀴즈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또 여러 행사를 알리면서 말뜻을 오해하여 잘못 쓰는 일이 있다. 다음에서 잘못 이해된 뜻으로 대중 매체를 타고 엄청난 힘으로 파급되어 쓰이는 몇몇 예를 살펴본다.

(1) 이번엔 주관식 문제입니다. 우리나라가 부산 아시안 게임에서 거둔 성적은 순위 몇 등이었습니까?
(2) 이 「축제」가 대단원의 막을 올리게 된 것을 축하하면서.
(3) 월드컵 때에 버금가는 열렬한 참여와 봉사 정신

(1)에 나타난 문제는 순위 '몇 등'이냐가 아니라 '주관식'이라는 말에 있다. 퀴즈 프로그램 진행자가 보기(답지)를 보여 고르게 하는 것은 객관식으로 보고, 보기 없이 생각해 내어 답하도록 하는 것은 무조건 주관식으로 본 데에 문제가 있다.
    객관식 평가 문항에는 간단히 답을 제시하는 단답형(短答型), 빈칸을 채우는 완결형(完結型), 진위(眞僞)를 가리는 진위형(OX형), 네댓 개 보기 중에서 선택하는 선택형, 그리고 질문자의 물음이나 지시에 따라 번호나 줄로 서로 연결하여 짝을 짓는 배합형(配合型)이 있다.
    주관식 평가 문항에는 평가받는 사람이 스스로 논문을 작성하거나, 적어도 한 문단 이상의 문장을 답안으로 서술하는 논문형이 있다. (1)에서 순위를 물은 것은 '주관식'이 아니라, 정답이 오직 하나뿐이거나 매우 제한적인 객관식의 '단답형'이다. 그리고 이에 앞서 진행자가 선택형으로 물어 보았으면 막연하게 '객관식' 할 게 아니라 객관식의 '선택형'이라 해야 정확히 말한 것이 된다.
    (2)의 문제는 '대단원(大團圓)'의 바른 사용과 관련된다. 첫 번째 뜻은 "어떤 일의 맨 마지막"이다. 흔히 '대미(大尾)'라고도 한다. 두 번째 뜻은 "연극이나 소설 따위에서, 모든 사건을 해결하고 끝을 내는 마지막 장면"으로, "대단원의 막이 내렸다"가 그 예가 된다. "대단원의 막이 내린다"는 말이 있으니 "대단원의 막을 올린다"는 말인들 왜 못 하랴 싶어 (2)처럼 쓰는 듯한데 실은 그렇게 쓸 수 있는 말이 아니다. '대단원'의 '단원(團圓)'은 "결말이나 끝"을 의미한다. 어떤 일을 마무리 지을 때에 한하여 '단원', '대단원'을 쓰므로 "대단원의 막을 내리다"는 성립하여도 "대단원의 막을 올리다"는 일부러 어깃장 놓아 사람들을 웃기려는 의도가 없는 한 쓸 수 없는 말이다. (2)는 '대단원의'를 빼고 말하여야 한다.
    (3)의 '버금가다'도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으며 쓰이면서도 그 용례에서 잘못 사용되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는 말이다. 이 말을 잘못 쓰는 이는 '버금가다'를 '과(와) 맞먹다' 또는 '과(와) 같다'로 잘못 알고 있는 듯하다. '버금'은 "으뜸의 바로 아래 또는 그런 지위에 있는 사람이나 물건"을 이른다. 그리하여 만년 차점(次點) 낙선자에게 하는 말로 "그는 선거를 했다 하면 늘 버금이었다"고 하고, 큰아들이 나약하여 둘째아들을 보위에 앉히려 할 때 "나약한 맏이를 폐하고 억센 버금을 세운다"고 한다. '버금가다'는 "으뜸의 바로 아래가 되다"로, "왕에 버금가는 실세"라고 하면 '제2인자'란 뜻이 된다. '버금가다'는 '다음가다'라는 뜻이지 '맞먹다'나 '같다'는 뜻이 아니다. (3)은 '와 맞먹는', '와 같은'으로 고쳐야 말하는 이의 의도에 부합하게 된다.
    말은 일반적 의미나 사전적 의미를 떠나 문맥이나 대상(對象) 또는 감정에 따라 의미가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말이 지닌 본뜻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않은 채 어설피 쓰는 경우에는 결국 주의 부족에서 오는 오용으로 지적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