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래어 특집]

외래어 순화의 방향과 원칙

최용기(崔容奇) / 국립국어연구원

흔히 국어 순화는 우리말 속에 있는 잡스러운 것을 없애고 우리말의 순수성을 회복하는 것과 지나치게 복잡하고 어려운 것을 단순하게 한다는 것으로 이해된다. 흔히, 잡스러운 것에 해당하는 것은 외국에서 들여온 '외국어'와 '외래어'를 말하고, 지나치게 복잡하고 어려운 것은 '한자어'나 '약어', '신조어' 등을 가리키는데, 이들은 가능한 한 쉬운 우리말로 재정리할 필요가 있다. 이때에 무조건 고유어만으로 말 다듬기를 고집할 까닭은 없다.
    외국어나 외래어는 다음과 같은 방향으로 순화해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먼저 언어의 '순결성'을 추구해야 하는데, 이를 '다듬기'라고 말할 수 있다. 이는 우리말 속의 외국어나 외래어를 제거하려는 일련의 과정으로, '깨끗하게 다듬기'라는 방향으로 구체화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영어의 '슬리브리스(sleeveless)'나 일본어의 '소데나시(そでなし)', '나시(なし)'를 사용하지 않고 우리말 '민소매'로 바꾼 것이 이러한 방향에 부합한다.
    두 번째는 언어의 '규범성'을 추구해야 하는데, 이를 '바로잡기'라고 말할 수 있다. 이는 우리말 속에서 전통성이나 어법, 문법 등 여러 가지 기준에 어긋나는 요소들을 바로잡아 전통성을 회복하고 통일성을 유지시키려는 일련의 과정으로, '알맞게 바로잡기'라는 방향으로 구체화할 수 있다. 가령 영어의 '로드 숄더(road shoulder)'나 일본어투 한자어 '노견(路肩, ろかた)'을 '갓길'로 바꾼 것은 아주 좋은 예이다.
    세 번째는 언어의 '합리성'을 추구해야 하는데, 이를 '가꾸기'라고 말할 수 있다. 이는 우리말을 더욱 합리적이며 효율적으로 가꾸어 나가려는 일련의 과정으로, '알차게 가꾸기'라고 말할 수 있다. 좀 더 구체적이고 명확한 표현, 아름다운 표현 등을 추구한다고 할 때 우리말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발전시키려는 노력으로 생각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영어의 '릴레이골(relay goal)'을 '연속골'로, '골든골(golden goal)'을 '끝내기골'로 바꾼 것은 좋은 예이다.
    위와 같은 몇 가지 방향을 지향하며, 외국어나 외래어를 우리말로 바꿀 때는 다음과 같은 원칙을 사용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첫째, 국어학적인 측면보다는 온 국민들이 수용할 것인지 여부를 우선 고려해야 한다.
    둘째, 우리말 어휘를 풍부하게 하기 위해서는 바꾼 말이 쓰이는 상황을 고려하여 복수 표준어를 최대한 허용해야 한다.
    셋째, 순수한 고유어를 우선적으로 사용해야 하지만 상황에 따라 쉬운 한자어도 함께 활용해야 한다.
    넷째, 바꾼 말은 순화 대상 용어보다 음절 수가 많아지지 않도록 만들어야 한다.
    다섯째, 바꾼 말은 단계별(함께 사용, 되도록 바꾼 말 사용, 바꾼 말만 사용 등)로 구분하여 점진적으로 정착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 밖에도 순화의 이유와 근거, 어원, 용례 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외국어나 외래어를 우리말로 바꾸어 사용하려는 우리말 사랑의 정신만 있다면 국어 순화는 문제될 것이 없다. 태어나면서 배운 말, 한평생 그것으로 생각하고 표현하는 말이므로 우리말 사랑은 다른 이유가 있을 수 없을 것이다. 여기에는 국수주의니, 민족주의니 하는 시비가 있을 수 없다. 우리말을 아끼고 사랑하는 참된 마음만 있다면 외국어나 외래어 순화는 더 이상 문제될 것이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