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 순화]

제품 설명문의 오류(4)

김문오(金文五) / 국립국어연구원

이번 호에는 가전제품과 컴퓨터 관련 제품의 사용 설명서 문장을 대상으로 하여 표현이 지나치게 어렵거나 자연스럽지 않은 사례들을 살펴보겠다. 먼저 원문과 수정문을 제시한 후, 이어서 수정 이유에 대하여 설명하겠다(원문의 맞춤법, 띄어쓰기는 원문대로 따름).

(1) (증상): 버튼을 눌러도 동작이 되지 않는다. (확인 사항): 전원은 인가 되고 있습니까?, (조치 사항): 전원코드를 연결하여 주십 시오. <전자레인지, ○○패션형 전자레인지, ○○전자, 19쪽>
→ ~ (확인 사항): 전자레인지에 전원은 제대로 공급되고(또는 연결되어) 있습니까? ~.

'(전원이) 인가(印加)되다'는 일본식 표현이어서, 국어사전에도 나오지 않는 데다가 지나치게 어려운 용어이다. 이는 '(전원이) 공급되다(또는 연결되다)'로 표현하면 이해하기 쉽다. ([참고] impressed voltage 또는 applied voltage를 일본식 한자어로 '인가 전압'(印加 電壓: 전기 회로의 단자 간에 공급되는 직류, 교류 또는 고주파 전원의 전압)이라고 하는데, 이를 달리 '공급 전압'이라고도 표현함. 출전: 전기전자용어대사전)

(2) 유전자 이론이란 환경에 가장 잘 적응하는 인자만 살아남는 적자 생존의 원리인 유전자이론을 바탕으로 에어컨 실내의 환경 과 사용자의 취향에 따른 공조 환경을 한번의 KEY 사용만으로 조작할 수 있는 혁신적인 제어 이론입니다.<에어컨, ○○바이 오 에어컨, ○○전자 3쪽>
→ 유전자 이론이란 환경에 가장 잘 적응하는 인자만 살아남는다는 적자생존의 원리를 바탕으로 실내의 환경과 사용자의 취 향에 따라 한 번의 조작으로 최적의 공조 환경을 조작할 수 있는 혁신적인 제어 이론입니다.

'에어컨 실내'는 '에어컨 제품의 내부'라는 의미가 아니라면 그냥 '실내'라고 표현하는 것이 낫다. '환경에 가장 잘 적응하는 인자만 살아남 적자생존의 원리 유전자 이론'은 불필요하게 수식어를 중복하고 있어 매우 부자연스럽다. 위 문장에서는 '유전자 이론'과 '공조 환경을 한번의 KEY 사용만으로 조작함' 사이에 의미적인 관련성을 찾기가 어렵다. '공조 환경' 앞에 '최적의'라는 수식어를 넣으면 이런 문제가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다.

(3) 약 2-3초 걸려서 새로운 source file CD-ROM DRIVE write 하게 됩니다.<시디롬 드라이브, CRD-8240B, ○○전자, 12쪽>
약 2~3초 동안 새로운 바탕 파일(source file)을 시디롬 드라이브기록하게 됩니다.

'source file'이란 바탕 프로그램(source program)을 저장한 파일 또는 어떤 처리를 할 때에 기본이 되는 파일을 말하는데 '바탕 파일(또는 원천 파일)'이라 순화하는 것이 좋다. 'write'도 번역하여 '기록하다'라고 하는 것이 사용자들이 이해하기 더 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