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 성어를 찾아서

'연리지(連理枝)'와 '상사병(相思病)'

이준석(李浚碩) / 국립국어연구원

얼마 전 강의 시간에 학생들에게 '연리지(連理枝)'의 뜻을 아느냐고 물어보니 60여 명 되는 학생 모두 꿀 먹은 벙어리 모양 가만히 있었다. 그런데 한 학생이 조금은 장난스럽게 "저기요, 예식장 이름이던데요?" 하는 것이었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시시콜콜한 얘기들은 잘 알지만 당(唐)나라 현종(玄宗)과 양귀비(楊貴妃)의 로맨스를 알 리 없는 요즘 학생들이 '연리지'를 예식장 이름이나 어느 호텔의 고급 음식점에서 선보이는 궁중 요리의 코스 이름 정도로 기억하고 있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연리지'는 화목한 부부나 남녀 사이를 비유적으로 이르거나 남녀 사이의 지극한 사랑을 뜻하는 말이다. 이는 백거이(白居易)가 현종과 양귀비의 비련(悲戀)을 애절하게 읊은 것으로 유명한 '장한가(長恨歌)'에서 유래한 말이다. 두 사람의 언약 부분인 '하늘에서는 비익조가 되기를 원하고 땅에서는 연리지가 되기를 원하네.(在天願作比翼鳥 在地願爲連理枝)'에서 유명해진 말이다. 그런데 본래 '연리지'는 하늘에 사무치는 효성이 나무로 화한 것을 의미하는 말이었다. "후한서(後漢書)"의 '채옹전(蔡邕傳)'에 다음과 같은 기록이 있기 때문이다.

효성이 지극한 채옹이 병환으로 자리에 누운 모친을 삼 년 동안 온갖 정성으로 간호하였고 돌아가신 후에도 시묘(侍墓)하는 것을 예(禮)에 맞게 하였다. 그 후 채옹의 집 앞에 나무가 자라면서 가지를 맞대었고, 사람들은 이를 기이하게 여겨 많이들 와서 구경하였다.(其室傍又木生連理, 遠近奇之多往觀焉)

'연리지'와 같은 남녀 사이의 지극한 사랑이 맺어지지 못하여 병이 되는 것을 '상사병(相思病)'이라고 한다. '상사병' 역시 유래가 잊힌 채 사용되는 고사 성어인데, '상사(相思)'라는 어근에 '병(病)'이 결합된 복합어이다. '연리지'가 두 남녀의 결합을 상징하는 말이라면 '상사병'은 결합하지 못하고 끝없이 그리워해야만 하는 처지를 상징하는 말이다.

(1) 송(宋)나라의 송주라는 청년이 평안이라는 이름의 공주를 사모했다. 상사병에 걸려 결국 목숨을 잃은 청년은 뱀으로 다시 태어났다. <일간스포츠, 2002. 9. 16.>
(2) 중학교 시절, 광주에서 최승희 공연을 보고 상사병에 걸렸다는 정 교수는 지금도 최승희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조선일보, 2002. 7. 24.>

'상사병'은 중국 동진(東晋)의 역사가 간보(干寶)가 편찬한 설화집 "수신기(搜神記)"에 유래가 실려 있다.

춘추 시대 강왕(康王)은 성격이 포악하였고 여자를 무척 밝혔다. 그의 신하 중에 한빙(韓憑)이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의 아내 하 씨가 절세미인이었다. 강왕은 한빙의 아내를 탐내어 강제로 후궁으로 삼았고 한빙을 변방으로 보내어 낮에는 군역(軍役)을 하고, 밤에는 성을 쌓는 성단(城旦)의 형을 살게 하였다.
    얼마 후 한빙은 아내에 대한 그리움에 사무쳐 자살하였고 이 소식을 들은 아내 하 씨도 성 위에서 몸을 던져 죽었다. 죽으면서 "임금은 사는 것을 다행으로 생각하지만 저는 죽는 것을 다행으로 여깁니다. 제 남편과 합장해 주십시오."라는 유언을 남겼다. 그 유언에 화가 난 강왕은 의도적으로 한빙과 하 씨를 떨어뜨린 채 묻었다.
    그러자 그날 밤부터 나무 두 그루가 자라기 시작하더니 10일 후에는 큰 아름드리 나무가 되는 것이었다. 그리고 나무 위에서는 원앙새 한 쌍이 서로 목을 안고 슬피 울었다. 이것을 본 사람들은 원앙새를 죽은 부부의 넋이라고 보았고, 그 나무를 '상사수(相思樹)'라고 불렀으며, 이때부터 '상사(相思)'라는 말이 생겨났다.(宋人哀之 遂號其木曰相思樹 相思之名起於此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