띄어쓰기의 이해

조사와 의존 명사

이운영(李云英) / 국립국어연구원

겉으로 드러난 형태는 같지만 의미나 쓰임이 달라 띄어쓰기가 달라지는 경우 중에서, 이번에는 조사와 의존 명사에 대해 살펴보겠다.

(1) ᄀ. 영수만큼 착한 사람도 없다.
ᄂ. 할 만큼 했으니 결과를 기다려 보자.
(2) ᄀ. 지침서대로 하면 초보자도 할 수 있다.
ᄂ. 네가 하는 대로 나도 하겠다.
(3) ᄀ. 반찬이라고는 김치이다.
ᄂ. 나는 시키는 대로 할 입니다.
(4) ᄀ. 내 동생은 인형 가지고 논다.
ᄂ. 철수가 영희를 좋아할 도 하다.

위의 각 예에서 예문 (ᄀ)에 있는 '만큼, 대로, 뿐, 만'은 모두 조사로 앞 단어에 붙여 쓰고 있는 반면 예문 (ᄂ)에 있는 것은 모두 의존 명사로 앞 단어와 띄어 쓰고 있다. 예문 (1)의 경우 조사로 쓰인 '만큼'과 의존 명사로 쓰인 '만큼'은 의미상으로 큰 차이가 없다. 둘 다 '앞의 내용과 비슷한 정도나 한도'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앞에 나오는 단어의 형태에서는 차이가 많다. '만큼'이 조사로 쓰인 (1ᄀ)의 경우에는 '만큼' 앞에 체언이 오는 것이 일반적이다. 간혹 '너에게만큼은 진실을 말하겠다'에서와 같이 체언 뒤에 조사가 붙고 그 뒤에 '만큼'이 붙는 경우도 있지만 용언(동사나 형용사)의 관형형 다음에 '만큼'이 바로 붙어서 나오는 경우는 없다. 용언의 관형형 다음에는 이 용언의 수식을 받는 의존 명사가 와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1ᄂ)에 나타난 '만큼'은 의존 명사로서 앞 단어와 띄어 쓰게 되는 것이다.
    예문 (2), (3), (4)에 나타난 '대로, 뿐, 만'도 마찬가지이다. '대로, 뿐, 만'도 의미만으로는 조사와 의존 명사를 구별하기가 쉽지 않다. 거의 같은 의미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앞에 오는 단어의 형태를 보면 역시 쉽게 구별할 수가 있다. 앞에 오는 단어가 체언이면 붙여 쓰고 앞에 나오는 단어가 용언의 관형형이면 띄어 쓰면 되기 때문이다.
    위와 같은 구별을 보이지는 않지만 역시 조사와 의존 명사의 형태가 같은 경우로 다음의 예도 있다.

(5) ᄀ. 모두 안녕 하셨어요?
ᄂ. 가게에 사과, 배, 감, 대추 이 있다.

위의 (5ᄀ)에 나타난 '들'은 전체 문장의 주어가 복수임을 나타내는 보조사인 반면 (5ᄂ)에서 쓰인 '들'은 앞에 열거한 사물을 가리키거나 그 밖에 같은 종류의 사물이 더 있음을 나타내는 의존 명사이다. 따라서 전자는 앞 단어에 붙여 쓰고 있고 후자는 앞 단어와 띄어 쓰고 있다. 실제로 '들'은 이렇게 조사와 의존 명사로 쓰이는 경우 외에 접미사로 쓰이는 경우도 있다. '놀이터에 아이들이 많다'와 같은 문장에서 '-들'은 앞 단어에 바로 붙어서 그 단어를 복수로 만들어 주는 구실을 한다. 결론적으로 '들'은 조사나 접미사일 때에는 앞 단어에 붙여 써야 하고 의존 명사일 때에는 앞 단어와 띄어 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