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자막에서 발견된 잘못(2)
이설아(李雪雅) 국립국어연구원
이번 호에서도 지난 호에 이어서 방송 자막 가운데 한글 맞춤법에 어긋난 예를 좀 더 살펴보겠다.
(1ㄱ)의 '되요'는 '돼요'로 바로잡아야 한다. '되다'의 어간 '되-'에 어미 '-어'나 '-었-'이 붙은 '되어', '되었-'은 '돼', '됐-'으로 줄여 쓸 수 있다. '되요'는 '되-'에 어미 '-어'와 조사 '요'가 붙은 '되어요'가 줄어든 것이므로 '돼요'로 적어야 한다. '되버린'<한국 방송(KBS), 이유 있는 밤, 2002. 5. 21.>, '호전되가지고', '되서'<문화 방송(MBC), 섹션 TV 연예 통신, 2002. 5. 1.> 등도 각각 '되어 버린, 호전되어 가지고, 되어서'가 줄어든 것이므로 '돼 버린, 호전돼 가지고, 돼서'로 써야 한다. 반면 (1ㄴ)은 '되어'나 '되었-'이 줄어든 형태가 아니므로 '돼'나 '됐-'으로 쓸 수 없는 예이다.
(2)는 'ㅐ'와 'ㅔ' 발음을 혼동하여 표기에서도 'ㅐ'와 'ㅔ'를 구분하지 못한 예이다. (2ㄱ)의 '금새'는 '금세'로, (2ㄴ)의 '떡매'는 '떡메'로 적어야 한다. '금세'는 '금시에'가 줄어든 말이다. (2ㄷ)은 '뭐'에 어미 '-ㄴ데'가 붙은 것으로 '뭔데'로 적어야 한다. 참고로 '-ㄴ대'는 "오늘따라 왜 저러신대?"에서처럼 놀라거나 못마땅하게 여기는 뜻이 섞여 있는 의문형 어미와 "내일 모임에 참석한대?"에서처럼 '-ㄴ다고 해'가 줄어든 형태가 있다. (2ㄹ)의 '취했데요'는 상황에 따라 맞을 수도 있고 틀릴 수도 있다. "저 사람, 말을 잘 하데."와 같이 직접 경험한 사실을 나중에 보고하듯 말하는 것이라면 '취했데요'로 쓰는 것이 맞다. 그러나 여기서는 남의 말을 간접적으로 전달하는 상황이다. 즉 "남들이 그러는데 그때 내가 많이 취했대요."의 의미로 한 말이다. 따라서 '취했다고 해요'가 줄어든 형태 '취했대요'를 써야 한다. (2ㅁ)의 '세웠지'는 '무릎을 세우다, 작전을 세우다, 건물을 세우다' 등에 쓰이는 '세우다'가 활용한 것이 아니라 한숨도 자지 않고 밤을 지낸다는 뜻의 '새우다'가 활용한 것이므로 '새웠지'로 바로잡아야 한다. (2ㅂ)의 '매고'는 '백(bag)'을 설명한 말이다. '가방 따위를 어깨에 걸치거나 올려놓다'의 의미로 쓰였으므로 '메고'로 바로잡아야 한다. 참고로 ' 매다'는 '끈이나 줄 따위를 두 끝을 엇걸고 풀어지지 아니하게 마디를 만들다'의 의미로 '신발 끈을 매다'와 같이 쓰인다.
(3)의 '몇 일'은 '며칠'로 바로잡아야 한다. '몇 일'은 '몇 월[며둴], 몇 알[며달]'에 비추어 볼 때 [며딜]로 발음해야 하는데 실제로는 '그 달의 몇째 되는 날'의 뜻이든 '몇 날(동안)'의 뜻이든 상관없이 [며칠]로만 말한다. 따라서 '몇 일'이나 '몇일'로는 적을 수 없고 '며칠'로만 적을 수 있다.
(4)의 '않먹어요'는 '안 먹어요'로 적어야 한다. 부정을 의미하는 부사 '아니'가 줄어든 '안'은 '안 사다, 안 가다, 안 입다'와 같이 쓰인다. 부정을 의미하는 형용사 '않다'는 '보지 않고, 가지 않았다, 먹지 않겠다'처럼 '않-' 혼자서는 쓸 수 없는 말이다.
(5)의 '아니오'는 "맞나요?"에 대한 대답으로 쓰인 것이므로 '아니요'로 써야 한다. '아니오'는 '아니다'의 활용형으로 "그것은 내 잘못이 아니오."와 같이 한 문장의 서술어로만 쓰인다. 반면에 긍정의 대답 '예/네'에 상대되는 말로서는 '아니요'를 쓴다. '아니오'는 종결 어미 '-오'가 없으면 온전한 문장이 되지 않는 반면 '아니요'는 조사 '요'가 없으면 긍정의 대답 '응'에 상대되는 말 '아니'가 된다. 따라서 이 둘을 구분할 수 없을 때에는 끝의 '오'를 빼 보아 말이 안 되면 '아니오', 말이 되면 '아니요'로 써야 한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
위 잘못들은 일반인들이 흔히 혼동하여 틀리는 예이기도 하다. 어떤 사람이 '되요'인지 '돼요'인지 혼동하고 있을 때 방송 자막에서 '되요'를 봤다고 하자. 그 사람은 십중팔구 "'되요'가 맞구나." 하고 무릎을 탁 칠 것이다. 방송은 국어 선생님이 아니다. 그러나 일반인들이 방송에서 쓰인 표기라면 다 바른 표기로 받아들일 만큼 방송 언어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그런 면에서 방송 종사자는 받아쓰기만은 국어 선생님 수준이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