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 설명문의 오류(2)
김문오(金文五) / 국립국어연구원
이번 호에는 약품 사용 설명서에 나타난 의미상의 부적절 사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겠다. 먼저 원문과 수정문을 제시한 후, 이어서 수정 이유에 대하여 설명하도록 하겠다(원문의 맞춤법, 띄어쓰기는 원문대로 따름).
원문의 앞 부분을 '이 약은 ... 머리나 목 부위의 손상이 있을 때에'로 표현하면 훨씬 더 자연스럽고 이해하기 쉽다. '두중(頭重)', '심계항진(心悸亢進)', '발한(發汗)' 등의 표현도 역시 쉽게 다듬을 필요가 있다. 그리고 '자율신경실조증, ... 시에 나타나는 ... 등의 다양한 자율신경실조증상'은 동어 반복으로 부자연스러우므로 반복 부분을 빼는 것이 좋다.
위 문맥에서는 '... 응고 기전에 작용하는 여러 인자들의 합성을 억제하는'의 피수식어가 마치 '프로트롬빈'인 것처럼 되어 있지만 의미상 합당한 피수식어는 바로 '항혈액응고제'이다. 왜냐하면 '프로트롬빈'은 혈액 응고 효소이지 혈액 응고 억제 효소가 아니기 때문이다. 한편, '항혈액응고제'는 '혈액 응고 저지제'로 표현하는 것이 일반인들이 이해하기에는 더 쉬울 것이라 판단된다. 의학 용어인 '기전'은 '공통된 기능을 분담하는 부분이나 과정 등의 조합 양식'이란 뜻으로 쓰이는데, 영어 '매커니즘(mechanism)'의 번역어로 사용된 것이다("의학대사전", 아카데미서적(1994) 참고). '기전'은 문맥에 따라 '과정', '반응', '관여 인자', '체제', '구성', '구조', '작용 원리' 등의 다양한 의미로 쓰이기 때문에 쉽게 다른 말로 순화하기가 어려워 수정문에서도 그대로 두었다. 그러나 위 문맥에 국한한다면 '응고 기전'을 '응고 과정'이라 대치해도 좋을 것 같다.
'초회량(初回量)'을 '첫 회 복용량', '유지량(維持量)'을 '두 번째 이후의 복용량'이라고 고치면 훨씬 이해하기 쉽다. '경구투여(經口投與)'는 '입을 통하여 약을 투여함'이라는 뜻으로 위 문맥에선 간단히 '약 복용하기(약 먹기)'로 표현해도 된다. 그리고 '통상 성인 초회량은 얼마, 노약자는 얼마를 경구투여하며' 부분은 비교 대상이 대등하지 않아 문제가 있으므로, '첫 회 복용량은 보통 성인의 경우에 얼마, 노약자의 경우에 얼마이며'로 고치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