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는 '푸드득' 날지 않는다
엄민용(嚴敏鎔) / 굿데이(goodday) 교열부장
"공원의 파란 하늘로 비둘기가 푸드득 날아가고...."
기억이 뚜렷하지는 않지만, 어느 일간 신문의 사진 설명 중 한 부분이다. 버스 안에서 별 생각 없이 글을 읽다가 '푸드득'이 눈에 거슬려 그 말뜻을 떠올리고는 웃음을 참지 못했던 기억이 난다.
신문을 읽다 보면 새나 물고기가 날개나 꼬리를 힘차게 치는 소리를 '푸드득'이란 말로 표현한 것을 자주 접한다. 그러나 새나 물고기와 '푸드득'은 눈곱만큼도 관계가 없다. '푸드득'은 '부드득'의 거센말로, '파드득' '포드득' '뿌드득' 따위와 같은 말이다. 즉 '푸드득'은 "단단하고 질기거나 번드러운 물건을 되게 비빌 때 되바라지게 나는 소리", "무른 똥을 힘들여 눌 때에 되바라지게 나는 소리"를 뜻하는 말이다.
결국 앞의 사진 설명은 "비둘기가 힘들여 똥을 누면서 파란 하늘로 날아갔다."는 뜻이니, 이런 글을 읽고 어떻게 웃음을 참을 수 있었겠는가. "새나 물고기가 날개 또는 꼬리를 힘차게 치는 소리"를 뜻하는 바른말은 '푸드덕'(작은말은 '포드닥')이다.
이처럼 우리말에는 비슷하거나 똑같이 발음되면서도 뜻이 다른 말들이 부지기수다. '갑절'과 '곱절'도 그런 예 가운데 하나다. '갑절'은 "어떤 수량을 두 번 합친 것"을 뜻한다. 예를 들어 "크기가 갑절이다."라고 말하면 "크기가 2배나 된다."는 뜻이다. 이와 달리 '곱절'은 "어떤 수량을 몇 번 합치는 일, 또는 그 셈"을 뜻하며, 줄여서 '곱'이라고도 한다.
'갑절'과 '곱절'의 쓰임에서 가장 큰 차이는, '갑절'은 제 홀로 쓰여 "배(倍)"의 뜻을 나타내는 반면 '곱절'은 반드시 두, 세, 네 따위의 수 관형사를 앞에 두어야 한다는 점이다. '두 곱절(2배)', '세 곱절(3배)', '네 곱절(4배)' 등처럼. 따라서 "키가 곱절은 컸다."거나 "벌이가 세 갑절은 늘었다."는 "키가 갑절은 컸다."거나 "벌이가 세 곱절은 늘었다."로 써야 바른 표현이 된다.
신문 등에서 '햇볕'과 '햇빛'을 섞바꿔 쓰는 일도 흔하다. '햇볕'은 "해가 내리쬐는 뜨거운 기운"이다. 이와 달리 '햇빛'은 "해의 빛", 바로 '광선(光線)'이다. 그러므로 "햇볕에 눈이 부시다."거나 "햇빛이 따스하다."는 "햇빛에 눈이 부시다."거나 "햇볕이 따스하다."로 말하고 써야 한다.
'해'에 대한 얘기가 나온 김에 하나만 짚고 넘어간다. 적잖은 언중이 '해'를 높여 부르는 말로 '햇님'을 사용한다. 그러나 '햇님'은 바른말이 아니다. 우리말에서 '사이시옷'은 명사와 명사가 결합할 때에만 쓰이는데, '(-)님'은 사람의 성이나 이름 뒤에 붙어서 그 사람을 높여 이르는 의존 명사나, 명사 뒤에 붙어서 높임을 나타내는 접미사로 쓰이기 때문에, '해'와 '-님' 사이에는 사이시옷이 끼어들 수 없기 때문이다. '아벗님' '어멋님' '할아벗님' 등으로 쓸 수 없듯이 '햇님'으로도 쓸 수 없다. 임금 또는 대통령을 일컫는 '나랏님'도 '나라님'이 바른말임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이 밖에 고주망태(술을 고주망태가 되도록 마셨다: 상태)와 모주망태(그는 대중없이 술을 마시는 모주망태다: 사람), 끌쩍거리다(손톱으로 상처를 끌쩍거린다)와 끼적거리다(글씨를 끼적거린다), 당기다(그물을 당긴다, 입맛이 당긴다)와 댕기다(등잔에 불을 댕긴다), 매무새(매무새가 곱다)와 매무시(매무시를 잘해야 한다), 살지다(살진 생선, 살진 과일: 형용사)와 살찌다(살찌는 계절이다: 자동사), 아득하다(아득한)와 아뜩하다(정신이 아뜩해졌다), 어스름하다(날이 어스름하다)와 으스름하다(으스름한 달빛), 홀몸(그는 홀몸이 아니다: 딸린 식구가 있다)과 홑몸(그는 홑몸이 아니다: 임신한 몸이다) 등도 그 의미를 제대로 살펴 꼭 가려 써야 하는 말이다.
그러나 이를 바르게 밝혀 적는 사례가 가물에 콩 나듯 하는, 답답한 신문 지면이 오늘도 내 입가에 쓴웃음을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