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의 국어 오용 사례

방송 자막에서 발견된 잘못

이설아(李雪雅) / 국립국어연구원

신고합니다'는 국립국어연구원에서 잘못 쓴 우리말에 대한 제보를 받아 책임자에게 시정하도록 요청하는 곳이다. 2002년 1월부터 6월까지 이곳에서 처리된 제보 가운데에는 방송 부문, 특히 자막이 총 402 항 중 166 항(약 41.3%)으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방송 자막에서 발견된 한글 맞춤법에 어긋난 표기들을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1) ㄱ. 국내 PVC 백 사용갯수(→사용 개수) <서울 방송(SBS), 8시 뉴스, 2002. 4. 5.>
ㄴ. 과격 뒷풀이(→뒤풀이) 자제 당부 <서울 방송(SBS), 뉴스 퍼레이드, 2002. 6. 21.>
ㄷ. 어제밤(→어젯밤)에 잠도 못 잤어요. <문화 방송(MBC), 스타 스페셜, 2002. 2. 3.>
(2) ㄱ. 왜 3년이예요(→3년이에요)? <한국 방송(KBS) 2, VJ 특공대, 2002. 5. 17.>
ㄱ′. 만약 주지 않으면 창밖으로 던질거에요(→던질 거예요). <한국 방송(KBS), 생방송 세상의 아침, 2002. 1. 2.>
ㄴ. 오늘 최고의 공연이였어(→공연이었어). <문화 방송(MBC), 목표 달성 토요일, 2002. 2. 9.>
ㄷ. 매일 매일 건강한 하루 되십시요(→되십시오). <문화 방송(MBC), 찾아라 맛있는 TV, 2002. 3. 23.>
(3) ㄱ. 내가 살께(→살게). 오늘! <문화 방송(MBC), 스타 스페셜, 2002. 2. 3.>
ㄴ. 조 1위로 올라갈꺼야(→올라갈 거야). <문화 방송(MBC), 뉴스 데스크, 2002. 6. 5.>
(4) 저분 기타로 이렇게 꼿고(→꽂고) 싶어요. <문화 방송(MBC), 목표 달성 토요일, 2002. 3. 30.>
(5) 장사하다 보며는(→보면은) <한국 방송(KBS) 2, VJ 특공대, 2002. 5. 10.>

(1ㄱ)의 '갯수(個數)'는 한자어이다. 한자어에는 사이시옷을 적지 않는 것이 원칙이므로 '개수'로 적어야 한다. (1ㄴ)의 '뒷풀이'는 '뒤풀이'의 잘못된 표기이다. 뒷말 첫소리가 거센소리 'ㅍ'이어서 된소리가 되거나 'ㄴ' 음이 덧날 수 없는 환경이므로 사이시옷을 받쳐 적지 않는 것이다. (1ㄷ)의 '어제밤'은 '어젯밤'으로 고쳐야 한다. '나뭇가지'처럼 뒷말 첫소리가 된소리가 되므로 사이시옷을 받쳐 적어야 한다.
    (2ㄱ)의 '3년이예요'는 '3년'에 서술격 조사 '이다'와 어미 '-에요'가 붙은 것이므로 발음이 '예요'로 나더라도 '3년이에요'로 적어야 한다. 반면 (2ㄱ')는 '예요'로 적어야 한다. 모음 뒤에서 '이에요'가 줄어 '예요'가 된 것이다. 혼동을 피하기 위해서는 '이에요'와 함께 '예요'도 함께 기억해야 한다. (2ㄴ)의 '공연이였어'도 서술격 조사 '이다'에 어미 '-었-', '-어'가 붙은 것이므로 '공연이였어'로 발음되어도 '공연이었어'로 적는다. (2ㄷ)의 '되십시요'도 '오'가 앞 모음에 동화되어 '요'로 발음되더라도 '되십시오'로 적어야 하는 예이다. '어서 오시오', '잘 가오'에서 발음에 상관없이 '오'라는 형태를 유지하여 적는 것과 같은 원리이다.
    (3ㄱ)의 '살께'는 [살께]로 소리 나지만 '살게'로 적어야 한다. '살게'는 '사-'에 어미 '-ㄹ게'가 붙은 것인데 '-ㄹ게'와 같이 'ㄹ' 뒤에서 된소리로 발음되는 어미는 의문형 종결 어미 '-ㄹ까, -ㄹ꼬, -ㄹ쏘냐' 등을 제외하고는 된소리로 적지 않는다. (3ㄴ)의 '올라갈꺼야'는 '올라갈 거야'를 잘못 쓴 것이다. '올라갈꺼야'의 '꺼'는 '먹는 거, 입는 거'의 의존 명사 '거'와 같은 것이므로 'ㄹ' 뒤에서 된소리로 소리 나더라도 '거'로 적고 '거' 앞에서 띄어 써야 한다.
    (4)의 '꼿고'는 '꽂고'로 써야 한다. '머리에 비녀를 꽂다'의 '꽂다'가 활용한 것이다. '꽂아'와 같이 모음으로 시작하는 어미를 붙여 보면 [꼬자]로 발음되므로 그 받침이 'ㅈ'임을 쉽게 알 수 있다.
    (5)의 '보며는'은 '보면은'으로 쓰는 것이 맞다. 국어에서 '-며는'과 같은 구성은 없다.

맞춤법에 어긋난 것은 잘못인지 아닌지도 잘 인식하지 못하는 비표준어보다는 바로잡기가 쉽다. 예컨대 (4)의 '꼿고'와 같은 것은 사전을 찾아볼 것도 없이 그 자리에서 모음 어미를 연결해 보면 누구든지 그 받침이 'ㅅ'이 아니라 'ㅈ'임을 알 수 있는 것이다. 만일 방송 종사자들이 자막에 국어를 사용하면서도 정작 자신이 쓴 표기가 국어 어문 규범에 맞았는지 틀렸는지조차 관심이 없다면 그것은 운전은 하면서도 교통 법규에 전혀 관심이 없는 것과 같은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