띄어쓰기의 이해

접사의 띄어쓰기

이운영(李云英) / 국립국어연구원

국어에는 다른 단어의 앞뒤에 붙어서 뜻을 더하는 단어들이 있다. 이들을 접사라고 하는데 접사는 다시 단어의 앞에 붙느냐 뒤에 붙느냐에 따라서 접두사, 접미사로 나뉜다. 이러한 접사는 독립적으로 쓰이지 못하기 때문에 항상 다른 단어에 붙여서 써야 한다.

(1) ㄱ. 감자, 손, 염소, 돌아가다, 젓다
ㄴ. 시골뜨기, 멋쟁이, 도둑, 공부하다, 자랑스럽다

(1ㄱ)의 '햇-, 맨-, 숫-, 되-, 휘-' 등은 접두사로 뒤에 오는 단어에 붙여 써야 한다. 간혹 이러한 접두사를 관형사와 혼동하여 '햇 감자, 맨 손'처럼 띄어 쓰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잘못된 것이다. '맨'의 경우는, "네가 맨 마지막이다.", "산에 맨 소나무뿐이다."와 같은 문장에서는 관형사로 쓰여서 띄어 쓰는 것이 맞지만 위와 같이 '다른 것이 없는'의 뜻으로 사용될 때에는 붙여서 쓰는 것이 맞다. (1ㄴ)의 '-뜨기, -쟁이, -질, -하다, -스럽다' 등은 접미사로 앞 단어에 붙여 써야 한다. 이 중에는 '-하다, -스럽다'와 같이 명사에 붙어 용언을 만드는 접미사가 있는데 이러한 접미사가 종종 띄어쓰기에서 혼란을 일으킨다. 따라서 아래에서는 이러한 것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살펴보고자 한다.

(2) ㄱ. 공부하다, 마련되다
ㄴ. 발전시키다, 무시당하다
ㄷ. 강요받다, 사랑받다, 용서받다, 말씀드리다, 불공드리다

위의 (2ㄱ)과 (2ㄴ)의 '-하다, -되다, -시키다, -당하다' 등은 모두 접미사로, 명사 따위에 바로 이어서 나올 때는 앞 단어에 붙여서 쓰는 것이 맞다. 다만 중간에 조사가 들어가거나 앞에 수식하는 말이 있을 경우에는 띄어 써야 한다. 이때는 '하다, 되다' 등이 접미사가 아니라 일반 동사로 쓰인 것이기 때문이다.

(2′) ㄱ. 공부를 하다, 마련이 되다, 수학 공부 하다
ㄴ. 발전을 시키다, 무시를 당하다

(2ㄷ)의 '-받다'와 '-드리다'는 앞에서 본 접미사들과는 좀 차이가 있다. 위의 예문에서는 접미사로 쓰인 경우이기 때문에 앞의 단어에 붙여 쓰는 것이 맞지만 항상 그런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받다, 드리다'는 경우에 따라서 조사가 나오지 않아도 앞의 단어와 띄어 써야 할 때가 있다.

(2′) ㄷ. 편지 받다, 월급 받다, 선물 드리다, 용돈 드리다

(2ㄷ)과 (2′ㄷ)의 차이는 앞의 단어가 구체적인 사물이냐 아니냐이다. (2ㄷ)의 '강요, 사랑, 용서, 말씀, 불공' 등은 구체적인 사물이 아니라 추상적인 개념이다. 즉 실제로 주고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러한 단어 다음에 나오는 '-받다'와 '-드리다'는 접미사이기 때문에 앞 단어에 붙여서 써야 한다. 그러나 (2′ㄷ)의 '편지, 월급, 선물, 용돈'은 구체적인 형태가 있어서 실제로 주고받을 수 있는 사물이다. 이런 경우는 '받다'와 '드리다'가 일반 동사이기 때문에 앞 단어와 띄어서 써야 한다. 그럼 '전화받다/전화드리다'와 '전화 받다/전화 드리다'는 어느 것이 맞을까? 이때는 둘 다 가능하다. '전화'가 전화기라는 구체적인 사물을 가리킬 수도 있고 전화기를 통해 이야기를 주고받는다는 추상적인 의미로 쓰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전화기'의 뜻으로 쓰일 때에는 구체적인 사물이므로 띄어 써야 하고 그렇지 않을 때에는 붙여 써야 한다.

(3) ㄱ. 과장님, 사모님이 전화하셨습니다. 전화받으세요.
ㄴ. 식당에 휴대 전화를 놓고 가셔서 제가 가져왔습니다. 여기 전화 받으세요

(3ㄱ)의 '전화받다'는 '통화를 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붙여서 쓰는 것이 맞는 반면 (3ㄴ)의 '전화 받다'는 휴대 전화라는 구체적인 사물을 실제로 받는 것이기 때문에 띄어 쓰는 것이 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