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들의 어휘력
허철구(許喆九) / 창원대학교
푸근하다, 승냥이, 뭇새, 날래다
위의 예들은 놀랍게도 대학생들이 북한어로 지목한 단어들이다. 필자가 인근 대학의 북한어 강의 시간에 북한 초등학교의 국어 교과서를 대상으로 남한어에 없는 북한 특유의 어휘를 찾으라는 과제를 주었는데 그때 발표된 예들이다. 물론 학생들은 '리용, 조선 력사, 메터, 해빛' 따위의 북한 특유의 단어나 표기를 잘 찾아냈지만 한편으로는 이와 같이 전혀 엉뚱한 답을 제시하였던 것이다. 이것은 한마디로 대학생들의 어휘력 부족이 심각한 수준에 있다는 점을 보여 준다. 이미 그 학생에게는 날씨를 두고 '푸근하다'라고 말하는 것이 생소한 표현이 되어 버린 셈이다. '날래다' 역시 이상하게 많은 학생들이 잘 모르고 있었는데 이러한 점은 유의어군에서 '따뜻하다'나 '빠르다'와 같은 기본 단어가 아닌 나머지 단어들이 점차 자리를 잃어 가고 있다는 징표로 보인다.
같은 시간에 한 학생이 '답새기다'라는 북한어를 설명하면서 북한 사전대로 '어떤 대상을 두들겨 패거나 족치다'라고 소개하였는데 '족치다'가 무슨 뜻인지 묻는 학생도 있었다. 이러한 일을 단순히 우연한 예화(例話)로 넘길 수 없다는 것은 계속되는 다음 예에서 확인된다.
위는 "노동 신문"에 쓰인 예들인데 역시 남한에서도 흔히 쓰는 말들로서 대학생의 학력이면 당연히 알고 있으리라 짐작되는 것들이다. 그런데 학생들은 역시 밑줄 친 이 단어들도 북한어로 생각하였던 것이다. 단순히 학생 한 명의 실수도 아니고 여러 명이 한 조로 연구하여 발표한 것이니 전반적으로 학생들의 어휘력에 문제가 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위의 단어들을 대부분의 대학생들이 잘 알고 있으리라고는 생각한다. 그런데 종종 듣고 보던 것임에도 어떤 특정한 환경에서(이를테면 북한어 자료를 놓고 북한 특유의 단어를 찾는 경우) 그 문자화된 단어를 제대로 가려내지 못하고 현혹된다는 것은 그만큼 그 단어에 대한 이해가 불완전하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