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 언어의 이해

CU@K리그

박용찬(朴龍燦) / 국립국어연구원

지난 6월 한 달간은 전국이 월드컵 열기로 후끈 달아올랐다. 특히, 우리나라 대표 팀이 일구어 낸 4강 신화는 전 국민을 하나로 묶고 애국심과 자긍심을 키워 주는 데 커다란 구실을 한 것 같다. 어마어마한 인파가 똑같이 붉은색의 옷차림을 하고 거리로 쏟아져 나와 한목소리로 '대한민국'을 연호(連呼)하며 우리나라 대표 팀을 응원하였다. 이러한 응원 열기의 진원지나 촉매제는 몇 년 전에 우리나라 축구 대표 팀을 조직적으로 응원하기 위해 자발적 참여자로 구성된 '붉은 악마'였다. 이들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우리나라 대표 팀 경기가 있는 곳이면 어디든 붉은색의 옷차림으로 그곳에 달려가 우리나라 대표 선수들에게 힘을 실어 주곤 했었다. 이번 월드컵에서도 '붉은 악마'의 직․간접적인 주도 아래 전 국민이 우리나라 축구 대표 팀을 열렬하게 응원한 것이다. 특히, '붉은 악마'는 우리나라 대표 팀이 경기를 치를 때마다 색다른 카드섹션 구호를 선보여 우리나라 선수들에게 투지를 발휘하도록 독려했다. '대한민국', 'AGAIN 1966', '꿈★은 이루어진다', 'CU@K리그' 등이 이때 사용된 구호들이다.
    그 가운데 터키와의 3, 4위 결정전에서 카드섹션 구호로 사용한 'CU@K리그'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의아해했다. 그것이 무엇을 가리키는지 쉽게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CU@K리그'가 통신 언어를 이용한 것이어서 기성세대의 대부분은 그 내용을 알기가 쉽지 않았던 것이다. 이는 신세대나 네티즌들이 주로 사용하는 통신 언어를 이용한 것으로, 'See You at K-league(K리그에서 만나자)'라는 영어를 간단하게 줄인 말이다. 'CU'는 'see you'를 소리 나는 대로 기본 로마자로 적은 것이고 '@' 역시 'at'과 똑같은 소리를 가지는 컴퓨터 자판의 특수 부호로 대체한 것이다. 이와 같은 영어의 통신 언어가 수많은 사람들이 모인 곳에서 공공연하게 사용되었다는 사실은 그것이 우리말에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 주는 것이라 하겠다.
    영어권의 통신 언어에서도 신속하게 자신의 의사를 전달하기 위해 소리 나는 대로 간편하게 적는 줄인 말이 일반화되어 있다. 다음 (1)처럼 'you'를 'u', 'are'를 'r'로 소리 나는 대로 적는 것도 있고 (2)처럼 구나 구절을 구성하는 단어의 첫 글자로 만든 두자어(頭字語)도 있다. 그리고 (3)처럼 소리 나는 대로 줄여 쓴 말과 두자어가 복합적으로 사용된 예도있다. 예를 들어 설명하면 (3ㄱ)의 'c'는 'see'를 소리 나는 대로 줄여 쓴 말이고 'ya'는 'you again'의 두자어이다.

(1) ㄱ. How r u(←How are you)
ㄴ. cu(←see you)
(2) ㄱ. bb(←bye bye)
ㄴ. btw(←by the way)
ㄷ. bbl(←be back later)
ㄹ. hand(←have a nice day)/hagn(have a good night)
(3) ㄱ. cya(←see you again)
ㄴ. oic(←Oh, I see)
ㄷ. tx/thx/tnk/thanx(←thanks)

한편 영어권의 통신 언어에서는 단어를 소리가 같은 아라비아 숫자나 특수 부호로 대체하여 쓰기도 한다. 즉, (4) 'b4'처럼 'before'라는 단어의 일부를 소리가 같은 아라비아 숫자로 대체하거나 '4 sale'처럼 'for'라는 단어 전체를 소리가 같은 아라비아 숫자로 대체하기도 한다. '붉은 악마' 카드섹션의 구호로 사용한 'CU@K리그'에서 특수 부호 '@'도 소리가 같은 'at'을 대체하여 사용한 것으로 이러한 유형에 속한다.

(4) b4(before), 4 sale(←For sale), sk8er(←skater),

이렇게 소리 나는 대로 줄인 말 또는 두자어를 쓰거나 영어 단어를 소리가 같은 아라비아 숫자나 특수 부호로 대체하여 쓰는 것과 같은 유형은 우리나라의 통신 언어에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우리나라에서 자체적으로 생겨난 것이었다. 그에 비해 위에 제시한 (1)~(4)의 예들은 최근 들어 점차 널리 쓰이게 된 것으로 영어권의 통신 언어에서 먼저 사용되다가 우리나라에 들어온 것이다.
    영어가 우리 일상생활의 여러 면에서 커다란 영향을 끼치고 있듯이 컴퓨터 통신이나 인터넷상에서 사용되는 말도 직․간접적으로 영어의 영향을 받고 있다. 즉, 영어권에서 사용되던 통신 언어를 우리나라의 컴퓨터 통신이나 인터넷상에도 쉽게 만날 수 있다. 특히, 인터넷이라는 매체에는 국경의 구별이 없기 때문에 이러한 경향은 앞으로 더해갈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