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 성어를 찾아서

'제왕 절개(帝王切開)'와 '주사위는 던져지다'

이준석(李浚碩) / 국립국어연구원

고사 성어 중에는 중국의 고전만이 아닌 서양의 고전이나 역사에서 유래를 찾을 수 있는 것들이 있다. '제왕 절개(帝王切開)'와 '주사위는 던져지다'는 서양사에서 매우 큰 영향을 끼친 로마의 정치가 카이사르와 관계가 있는 고사 성어로서 우리 일상의 언어생활에서 자주 쓰이고 있다.

(1) 출산 문화를 다룬 '생명의 기적'으로 타성적인 제왕 절개 수술 유행에 경종을 울렸고 <조선일보/문화, 2002. 1. 16.>
(2) 돼지의 체세포를 복제해서 만든 수정란으로 임신한 대리모 돼지를 제왕 절개해 복제 돼지의 출산을 시도했으나 <조선일보/사회, 2002. 3. 6.>
(3) 또다시 검찰 조직이 풍랑에 휩싸일 것을 염려해서 그랬는지는 모르지만, 어차피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다. 검찰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최선을 다해 진실을 규명하는 것뿐이다. <조선일보/사설 칼럼, 2002. 5. 21.>
(4) 주사위는 던져졌고, 월드컵 본선의 영광을 위한 32개 팀의'6개월 작전'도 시작됐다. <조선일보/스포츠, 2001. 12. 11.>
(5) 내일(12월 1일) 오후 7시 부산 전시·컨벤션 센터에서 운명의 주사위가 던져진다. <조선일보/스포츠, 2001. 11. 29.>
(6) '슈퍼 파워' 미국과, 이웃 국가로 우방국인 아프가니스탄 사이에서 고민해 오던 파키스탄이 마침내 미국 편에 서기로 주사위를 던졌다. <조선일보/국제, 2001. 9. 16.>
(7) 어느 쪽에 주사위를 던지느냐이다. 미국을 배려해야 한다는 고이즈미 발언이 전해진 뒤 일본 야당들은 '일본의 주도권을 잃어버리는 조치'라며 반발했다. <조선일보/국제, 2001. 7. 2.>

(1)과 (2)의 예문에서 뜻을 짐작할 수 있는 '제왕 절개'는 임신부의 배를 절개하고 인공적으로 태아를 꺼내는 수술을 말한다. 독일어 '카이저슈니트(Kaiserschnitt)'를 직역한 말이다. '황제'의 뜻을 가진독일어 '카이저'와 '자르다'라는 뜻인 '슈니트'가 결합된 '카이저슈니트'는 원래 라틴 어인 '섹티오 카이사레아(sectio caesarea)'를 번역한 말인데 이 라틴 어의 어원에 대해서는 설이 구구하다.
    어머니의 배를 가르고 태어난 율리우스 카이사르(Julius Caesar)의 출생에서 유래한 말이라고 보기도 하고, '자르다, 베다'는 뜻을 가진 라틴 어 '카이수라(caesura)'에서 왔다고 보기도 한다. 그러나 독일어인 '카이저슈니트'는 다분히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출생과 관련지어 원어인 라틴 어 '섹티오 카이사레아(sectio caesarea)'를 번역한 것이고, '제왕 절개'는 이 번역어를 그대로 직역한 것이다. (2)의 예문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이 말은 꼭 사람에게만 쓰이는 것은 아니다. 임신하고 있는 생명체에게서 인위적으로 태아를 적출하는 모든 수술을 가리키는 말이라 하겠다.

'주사위가 던져지다'라는 말은 흔히 '돌이킬 수 없는 정도로 진행된 일을 그대로 밀고 나갈 수밖에 없는 상황'을 가리키는 표현이다. 이와 비슷한 뜻을 표현한 것으로 '루비콘 강을 건너다'라는 말이 있다. 이 표현들은 모두 카이사르와 관련 있는 고사 성어로서 그가 저술한 "내란기(內亂記, Commentarii de bello civili)"가 그 출전이다.
    갈리아 총독으로 있으면서 집권의 기회를 노리고 있던 카이사르는 원로원 보수파와 사이가 나빴다. 그러나 그의 정적으로, 크라수스와 함께 제1차 삼두 정치를 구성하였던 폼페이우스는 그와는 반대로 원로원의 지지를 얻고 있었다. 갈리아 전쟁에서 승리하여 정치적 세력을 확장하던 카이사르는 크라수스의 죽음으로 삼두 정치를 종식하고 마침내 폼페이우스와 충돌하게 되었다. 군대를 해산하고 로마로 돌아오라는 원로원의 결의에 그 유명한 "주사위는 던져졌다(Alea jacta est)"라는 말을 남기고, 갈리아와 이탈리아의 국경인 루비콘 강을 건너 로마를 향하여 진격을 개시하였다. 그때가 기원전 49년 1월이었다.
    (3)~(5)의 예문에서 보듯이 '주사위가 던져지다'라는 고사 성어는 '주사위는 던져졌다', '주사위가 던져진다'와 같이 비교적 자유로운 시제로 쓰인다. 그러나 (6)과 (7)의 예문의 '주사위를 던지다'와 같이 '주사위'의 문장 성분을 목적어로 사용한 경우는 전혀 다른 의미를 지니게 된다. 이 경우에는 고사 성어의 원래 의미인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정도로 진행된 상황이나 일'의 뜻은 없어지고 '선택하다'의 뜻으로 해석되는데, 이는 '주사위가 던져지다'라는 고사 성어에서 '주사위를 던지다'라는 새로운 관용구가 파생된 것이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