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 언어의 이해

하이루~

박용찬(朴龍燦) 국립국어연구원

통신 언어에는 기성세대가 전혀 사용하지 않는 신조어가 매우 많다. 지난 2002년 1월호(통권 제42호)에서 살펴본 줄인 말도 모두 신조어라 할 수 있는데 통신 언어의 신조어 가운데에서는 이와 다른 유형도 여럿 발견된다. 여기서는 줄인 말을 제외한, 다른 유형의 신조어에 대해 살펴보기로 한다.

(1) ㄱ. 하이루~ 어서 오세요. ○○의 홈입니다.
ㄴ. 리하이, 우리 카페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하이루'와 '리하이'는 컴퓨터 통신이나 인터넷상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신조어로 한국식 영어이다. '하이루'는 통신 언어에서 처음 만나서 하는 인사말이고 '리하이'는 대화방(또는 채팅방)에서 잠시 나갔다가 다시 들어와서 하는 인사말이다. 그런데 이제 이런 인사말은 사이버 공간뿐만 아니라 실생활에서도 널리 쓰이고 있다. '하이루'는 영어식 인사말인 '하이(hi)'의 변형된 형태인데 끝 음절의 '루'는 영어 '헬로(hello)'에서 온 것으로 보인다. '헬로'는 통신 언어에서 '할루' 또는 '할룽'이라고 하는데 '하이루'는 '하이'와 '할루'가 합성된 말로 보이는 것이다. 반면 '리하이'는 영어식 인사말인 '하이(hi)'에 영어에서 '다시, 거듭' 등의 의미를 가지는 접두사 '리(re-)'가 덧붙여진 말이다.

(2) ㄱ. 허걱! 선배님 어쩌다가 그런 실수를...
ㄴ. 그럼 안녕히 계세요. 휘리릭
ㄷ. 홍보 마니 해 주시구요! 그럼 이만... 꾸벅

신조어 가운데에서는 위의 예에서처럼 의성어나 의태어와 같은 음성 상징어도 상당수 있다. '허걱'은 뜻밖의 상황에 처했을 때 아주 놀라움을 나타내는 말로 갑자기 몹시 놀랄 때 내는 소리인 '헉'과 '억'이 합성된 신조어이며 '휘리릭'은 갑자기 바람을 일으키며 빠르게 지나가는 모양을 흉내 낸 말로 대화방에서 작별 인사를 대신하는 표현으로 널리 사용되는 신조어이다. 반면 '꾸벅'은 본래 머리나 몸을 앞으로 숙여 인사하는 모양을 흉내 낸 의태어인데 통신 언어에서는 '휘리릭'처럼 대화방을 나올 때 작별 인사를 대신해서 흔히 쓰이고 있다.
    신조어 가운데는 다음처럼 기존 단어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여 형성한 것들도 있다.

(3) ㄱ. 오늘 오후 4시경 양재 쪽에서 긴급 번개를 하오니 시간이 되시는 분은 연락을 주시기 바랍니다.
ㄴ. 정말 고마워요(깡통)
ㄷ. 앞으로 도배 글을 올리시는 분은 강퇴시키도록 하겠습니다.

위의 '번개', '깡통', '도배' 등은 사전적인 의미와 다르게, 통신 언어에서 비유적인 의미로 쓰이는 것들이다. '번개'는 '갑자기 약속을 정하여 만나는 일'을, '깡통'은 '게시판에서 제목만 있고 내용이 없음'을, '도배'는 '게시판에 한 사람이 연속적으로 같은 내용의 글이나 파일을 올리는 행위'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로 쓰이고 있다.
    이상에서 살펴본 예들은 최근의 통신 언어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신조어의 유형이다. 이들 가운데 몇몇 예는 이제 컴퓨터 통신이나 인터넷상에서뿐만 아니라 실생활에서도 흔히 만날 수 있다. 통신 언어가 실제 언어생활에까지 영향을 미친 예라 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컴퓨터 통신이나 인터넷상에서만 쓰이던 말이 실제 언어생활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예는 앞으로 그 수가 훨씬 더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