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작품 속의 국어 오용 사례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

최혜원(崔惠媛) / 국립국어연구원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장편 소설 '해리 포터' 시리즈는 어린이들에게뿐만 아니라 성인들에게도 선풍적인 인기를 끈 작품이다. '현대판 피터 팬'이라 불리는 이 소설은 고아 소년 해리 포터가 마법 학교에 입학해 펼치는 갖가지 모험과 환상을 그린 것으로, 금방이라도 튀어나올 것 같은 생생한 등장인물 묘사와 상상력 넘치는 상황 설정으로 독자들의 흥미를 더한다.
    이번 호에서는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조앤 K. 롤링, 문학수첩) 제1권과 제2권에 나타나는 국어 오용 사례를 살펴보기로 하겠다.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에 나타나는 비표준어는 흔히 사람들이 잘못 사용하고 있고, 오히려 사전에서 정의된 표준형에 대해 낯설어하기 쉬운 단어들이 대부분이다.

(1) 네가 경기장에서 싹 사라지는 일만 없길 바래(→바라). <ꊲ89:8>
(2) 난 그저 밖에 있는 사람들이 통로에서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어린애들같이 굴길래(→굴기에) 여기에 들어온 것뿐이야. <ꊱ160:4>
(3) 해리와 론은 눈썹을 치켜올리며(→추어올리며) 서로 눈길을 교환했다. <ꊱ195:12>
(4) 말포이가 뿔 모양의 민달팽이들을 얼마나 완벽한 방법으로 삶았는지 보라며 그를 추켜세울(→추어올릴) 뿐이었다. <ꊱ197:18>
(5) 공부에 푹 파묻혀 있으면 그런 비참한 마음을 떨궈(→떨쳐) 버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ꊲ123:5>
(6) 가엾게시리.(→가엾게도) <ꊱ142:11>

이 작품에서는 '바라다'의 과거형을 잘못된 형태 '바랬다'로 하지 않고 '바랐다'로 제대로 표기하고 있다. 이에 비해 명령형 어미 '-아'가 결합된 것은 '바라', '바라요'로 하지 않고 '바래', '바래요'로 일관되게 사용하고 있는데 이는 바른 어형이더라도 언중들에게 지극히 어색하게 들리기 때문에 선택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 밖에 '굴기에', '추어올리다'도 비표준어 '굴길래'와 '치켜올리다', '추켜세우다'로 썼다. 모두 표준형이 일반인의 호응을 얻지 못한 경우로 문장 교정을 할 때 선뜻 다시 고쳐 쓰기 망설여지는 것이 사실이다. 위 문장 가운데 (5) '떨궈'는 '떨어뜨려'의, (6) '가엾게시리'는 '가엾게끔'의 비표준어로 사전에 정의되어 있으나 문맥의 자연스러움을 위해 '떨쳐'와 '가엾게도'로 고쳤다.
    다음 문장에서 밑줄 그은 부분은 한글 맞춤법에 맞지 않게 표기한 것들이다.

(7) 가엾은 어린 해리를 머글들과 함께 살도록 떼어 놓아야 한다는 게 말예요(→말이에요). <ꊱ32:5>
(8) 그리고 나서(→그러고 나서) 해그리드는 갑자기 상처 입은 개처럼 소리를 길게 뽑으며 우는 소리를 냈다. <ꊱ31:21>
(9) 마법사의 돌이오(→돌요)! <ꊲ141:5>

'이에요', '이어요'는 받침 있는 단어 뒤에서는 '예요', '여요'로 줄지 않는데 (7)에서는 줄여서 표기하였고 (8)의 '-고 나서'는 '먹고 나서, 자고 나서'와 같이 동사 어간과 결합해야 한다. (9)번 문장은 존대를 해야 할 대상이 묻는 것에 대해 대답하는 말이다. 이때 "마법사의 돌이오."와 같이 하오체로 끝맺는 것은 상황에 맞지 않는 말로, '마법사의 돌'에 청자에게 존대의 뜻을 나타내는 보조사 '요'를 붙여 "마법사의 돌요."라고 해야 한다. 이때 '요'는 '나요', '과자요'처럼 받침 없는 말 뒤에서뿐만 아니라 '아이스크림요', '학생 둘요'처럼 받침이 있는 말 뒤에서도 쓰인다.
    또한 이중 피동형의 동사를 작품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었는데 아래의 문장은 '감기다', '덮이다', '잊히다', '예언되다' 등과 같은 피동 동사에 다시 피동의 의미를 더하는 '-어지다'가 결합된 단어가 쓰인 것들이다.

(10) 나선형으로 감겨진(→감긴) 계단을 다 올라가자. <ꊱ185:11>
(11) 한쪽 구석에는 누비이불이 덮여진(→덮인) 커다란 침대 하나가 놓여 있었다. <ꊱ199:15>
(12) 해리는 거울에서 보았던 것을 빨리 잊어버리기를 바랐지만, 좀처럼 잊혀지지가(→잊히지가) 않았다. <ꊲ81:4>
(13) 켄타우로스는 예언되어진(→예언된) 일에 관여해선 안 된다구(→된다고)! <ꊲ139:11>

다음 문장과 같이 작품의 번역 과정에서 우리말로 매끄럽게 옮기지 못하여 드러나는 외국어 투의 문장은 책을 읽어 나가는 과정에 어려움을 더한다.

(14) 폭풍우가 올 듯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우편물을 배달하기 위해 날아온 부엉이 몇 마리는, 다시 날아가기 전에 해그리드에 의해 양호실로 실려가 간호를 받아야 했다. <ꊲ52:5>
→ 폭풍우가 올 듯한 날씨인데도 우편물을 배달하러 날아온 부엉이 몇 마리를, 해그리드는 양호실로 데려가 극진히 간 호한 뒤 돌려보냈다.

※ 정정합니다. 지난 호(통권 제46호)에서 (9)번 문장의 호응이 잘못되었다고 한 것은 잘못된 지적임을 알려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