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를 찾아서

"따르를~"

양명희(梁明姬) / 국립국어연구원

지난 호에 이어 이번 호에도 염상섭의 소설에 나타난 의성 의태어를 좀 더 소개하려고 한다.

대문이 드르를열리면서 <初戀, 1926>
뎐화가 따르를한다 <電話, 1925>

대문이 '드르를' 열리고 전화가 '따르를' 하는 건 지금 쓰지 않는 표현이다. 문이 열릴 때 나는 소리와 전화가 울릴 때 나는 소리로는 '드르륵'과 '따르릉'이 사전에 올라 있을 뿐이다. 또 비슷한 단어로 '드르르'가 있는데, 아무래도 '드르를' 등은 '드르르' 등이 표준어로 사전에 오르면서 비표준어로 떨어져 국어사전에서 찾아보기 어렵게 된 것 같다.
    다음은 '~르르'의 준말로 보이는 '~를'이 포함된 상징어들이다.

오르를고 등신가치 안젓는판이다 <輪轉機, 1925>
으르를고섯는판이라 <檢事局待合室, 1925>
미좌서는 입술을 바르를 며 매서운 눈으로 아드를 마주 건너다 본다. <南忠緖, 1927>
알의ㅅ입슐을 사르를늣구며 웃을듯하다가 <初戀, 1926>
눈치만 스르를 보고가는 악선이요 며누리가 들어오더니 시어머니를 내쪼찻느니 <南忠緖, 1927>
고무신짝을 고 쪼르를 나오면서 <썩은 胡桃, 1929>
가슴이 바그를타올으면서 <初戀, 1926>
반드를하게 빗은 自己의머리를

이 중에 국어사전에 있는 단어는 딱 하나, '오르를'이다. 풀이는 '오르르'를 강조하여 이르는 말로 되어 있다.(그런데 용례는 모두 염상섭의 소설에서 인용했으니 여기서 표제어 등재의 일관성 유지에 문제가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오르를'의 큰말인 '우르를'도 사전에 있으니 의태어 '으르를'은 '우르를'을 표기한 것으로 볼 수 있겠다.(그래도 '으르를'과 '우르를'은 어감이 다르지 않은가?)
    '바르르', '사르르', '스르르', '쪼르르' 등이 사전에 올라 있는 데 반해 '바르를', '사르를', '스르를', '쪼르를' 등이 사전에 올라 있지 않은 것은 사전 편찬자가 이들 단어를 비표준어로 판정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그러나 '바르르'와 '바르를'이 어감이 다르므로 '바르를' 등을 비표준어로 처리할 근거는 약하다고 생각한다.
    음성 상징어 '~르르'는 '르'가 두 번 이상 반복되어 사용될 수 있는 재미있는 상징어이다. '반드르르'가 사전에 올라 있지만 실제로는 '반드르르르' 하고 '르'를 몇 번이고 입에서 굴려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위의 단어 중에 '바그를', '반드를' 등은 '바그르르', '반드르르' 등이 사전에 올라 있기 때문에 이 단어와 관련하여 사전에 올릴 수 있는 단어로 보인다.(뜻풀이를 어떻게 달리할지 그것이 어렵다.) 가슴이 '바그르르' 타오르고 머리를 '반드르르' 빗는 것보다 가슴이 '바그를' 타오르고 머리를 '반드를' 빗는다는 표현이 더 재미있지는 않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