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래어 표기법의 이해

'호나우두'와 '히바우두'

정희원(鄭稀元) / 국립국어연구원

지금 나라 안팎은 온통 월드컵 축구 대회의 열기로 가득하다. 이번 대회는 특히 21세기의 첫 대회라는 점과 함께, 아시아 대륙에서는 처음으로 열리는 경기이며, 월드컵 경기 사상 최초로 두 나라가 공동 개최한다는 점에서 오래 전부터 세계인들의 이목을 집중시켜 왔다.
    오늘은 월드컵 축구 대회 역사상 최다 우승 국가인 브라질 선수들의 이름이 한글로 어떻게 표기되는지 살펴보도록 하자. 우선 브라질의 대표 선수인 Ronaldo와 Rivaldo는 외래어 표기법에 따라 각각 '호나우두'와 '히바우두'로 적는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방송을 통해서 '호나우두'와 '히바우두'라는 이름을 흔히 들어 온 터이지만 그들의 이름 철자가 Ronaldo, Rivaldo라는 것을 알게 되면 몹시 의아해한다. 어째서 '로날도', '리발도'로 적지 않고 '호나우두', '히바우두'로 표기하는 것일까?
    이는 우리 외래어 표기법이 현지 발음에 가깝게 적는다는 원칙에 바탕을 두고 있기 때문이며, 실제로 브라질에서 그들의 이름을 그와 비슷하게 발음하기 때문이다. 브라질은 포르투갈 어를 사용하는 나라이다. 포르투갈 어는 영어처럼 모든 단어에 대해 발음 기호가 따로 있어서 그것을 일일이 확인해야만 발음할 수 있는 언어가 아니라, 철자만 보면 어느 정도 발음을 예측할 수 있는 언어이다. 다만 그 철자가 나타내는 발음이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언어들과는 달라서 어렵게 느껴질 뿐이다.
    예를 들어 철자 r은 단어 첫머리에 올 때 우리말의 'ㄹ'이 아니라 'ㅎ'과 비슷하게 발음된다. 이에 따라 Ronaldo와 Rivaldo의 첫소리는 '로'나 '리'가 아니라 '호'나 '히'로 적는다. l은 음절 첫머리에서는 'ㄹ'로 소리 나지만 음절의 끝에, 특히 모음 뒤에 올 때에는 '우'와 비슷하게 소리 난다. 따라서 나라 이름인 Brasil도 사실은 '브라질'보다는 '브라지우'에 가깝게 발음된다.
    포르투갈 어 표기에 있어서 가장 어려운 것은 모음 o의 표기이다. o는 강세의 유무와 그 종류에 따라서 '오'로 소리 나기도 하고 '우'로 소리 나기도 한다. 따라서 철자 o가 포함된 단어는 그 소리를 일일이 확인해서 표기해야 한다. Ronaldo의 예에서 보면 앞의 o는 '오'로, 마지막의 o는 '우'로 적는 것을 볼 수 있다. 많은 포르투갈 어 단어들에서 어말의 o는 대개 '우'로 소리 난다. 이러한 사실이 널리 알려지지 않았던 시절, 외래어 표기 초창기에는 포르투갈 어의 o를 모두 '오'로 적었던 적이 있다. 예를 들어서 포르투갈의 대중 가곡인 fado는 한동안 '파도'로 적었었는데, 현행 외래어 표기법이 고시된 1986년 이후로는 '파두'로 현지 발음과 가깝게 적고 있다.
    이 외에 포르투갈 어에서 주의할 것은 ão의 표기이다. 이것은 '앙'으로 표기하므로 João는 '주앙'으로, São는 '상'으로 적는다. 다만 우리가 대하는 많은 자료들에서 특수 부호인 ~이 생략되어 있는 경우가 많아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브라질 대표 선수 '루이장'의 이름은 영어권 신문들에서 Luizao로 표기되는 경우가 많이 있는데, 이는 Luizão의 특수 부호가 생략된 것으로 '루이자우'가 아니라 '루이장'으로 읽어야 한다.
    위에 제시한 몇 가지 사항만 염두에 두고 있으면 브라질 선수들의 이름을 쉽게 한글로 표기할 수 있다. 예를 들어 Edilson이나 Roberto Carlos라는 이름을 접했을 때, 그것이 포르투갈 어를 사용하는 브라질 사람의 이름이라는 것을 안다면 '에딜손'이나 '로베르토 카를로스'가 아니라 '에디우손', '호베르투 카를루스'로 읽어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