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문화어의 이해

'간부를 섬기지 말자'

전수태(田秀泰) / 국립국어연구원

예년과 달리 비가 자주 오더니 여름이 앞당겨진 모양이다. 거리에는 벌써 반팔 옷에 반바지 차림이 많이 눈에 띄고 아파트 담장에는 덩굴장미가 탐스럽게 피어 있다. 서울은 월드컵 때문에 많이 들떠 있는 분위기다. 평양도 아리랑 축전으로 바쁜 시간들을 보내고 있을 것 같다.
    이번에도 지난 호에 이어 우리에게 낯선 북한 말을 소개하기로 하겠다. 어휘보다는 관용구를 대상으로 하기로 한다. 단, 북한 사전에는 나오지 않고 문맥에서 짐작할 수 있는 것을 주 대상으로 한다.

'간부(를) 섬기다'는 '윗사람의 눈치를 보거나 아부하다'의 뜻이다. "동무는 언제 가야 간부 섬기는 그 습성을 버리겠어요? 아직 텔레비배정은 한번도 받지 못한 세대가 한두집이 아니란걸 과장동무는 모릅니까?"〈"효녀", 161〉처럼 쓰인다.
    '다 깨진 사발이요'는 우리 식으로 표현하면 '엎질러진 물이오' 정도에 해당되는 말이다. "방도? 허- 사고 심의서가 작성되구 뒤따라 법적 처벌이 내리겠지 ... 다 깨진 사발이요."〈"평범한 사람", 222〉와 같은 예가 보인다.
    '디디고 쌓이다'는 '매우 많다'의 뜻이다. "배경이 뜨르르한 처녀들이 디디구 쌓였는데 하필 힘두 없는 과부의 딸을 골라가지구..."〈"평범한 사람", 226〉와 같이 쓰이는 말이다.
    '방학을 가다'는 '방학을 맞이하여 고향으로 돌아가다'의 뜻이다. "동무들 한심들 하구만. 아니 방학을 간다면서 도중식사랑 준비하지 않구 무엇들 하고있어요..."〈"내가 설 자리", 223〉처럼 쓰이는 말이다. 참고로 말하면 '도중식사'는 '여행하거나 길 가는 도중에 먹는 식사'를 이른다.
    '생질을 떼다'는 '많은 고생을 하다' 정도에 해당되는 말이다. "다 제노라 하는 친구들인데 어쨌든 그 공장이 간단치 않네. 그래서 부비서는 생질을 뗀다네. 허허."〈"심장에 남는 사람", 118〉와 같이 쓰이는 말이다.
    '속에서 내려가지 않다'는 우리 식으로 표현하면 '마음에 걸리다' 정도에 해당되는 말이다. "네 색시감을 골라주지 못한게 속에서 내려기질 않누나."〈"고향으로 온 련대장", 404〉처럼 쓰인다.
    '양복 입은 로보트'는 '인간미 없는 사람을 비유하는 말'임을 알 수 있다. "모든 인간적인것들을 자신이 타매하구 자기를 양복 입은 로보트가 되기를 원하구들 있습니다."〈"봄날의 눈석이, 277〉처럼 쓰인다. 참고로 말하면 '타매'는 '침을 뱉으며 꾸짖는다'는 뜻인데 북한 사전에는 '아주 더럽게 여기며 욕하거나 규탄하는것'으로 풀이되어 있다.

하루빨리 남과 북의 철도가 연결되어 부산에서 시베리아를 거쳐 유럽으로 달릴 수 있는 좋은 날이 오기를 기다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