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 언어의 이해

안냐세엽

박용찬(朴龍燦) / 국립국어연구원

통신 언어에서 글쓴이가 자신의 의사와 감정을 전달하기 위해 이모티콘을 사용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지난 호에서 살펴보았다. 네티즌이 이모티콘을 적절하게 사용함으로써 자칫 딱딱해지기 쉬운 컴퓨터 통신이나 채팅이 훨씬 더 부드럽고 재미있는 분위기로 바뀌기도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모티콘 말고도 컴퓨터 통신이나 채팅에서 글쓴이가 자신의 태도를 구체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사용하는 것으로 다음을 추가할 수 있다.

(1) ㄱ. 안냥하세엽/안냐세엽(←안녕하세요), 어서 가세엽(←가세요): 너무 감사해엽(←감사해요), 갈게엽(←갈게 요), 왜엽(←왜요)
ㄴ. 넵(←네)

위의 예는 모음으로 끝나는 단어의 끝에 불필요한 자음을 덧붙여 글쓴이가 자신의 태도를 구체적으로 보여 주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1ㄱ)에서처럼 문장의 종결형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1ㄱ)은 '∼여'로 끝나는 말에 'ㅂ'을 덧붙인 경우인데 그냥 '∼여'로 끝내는 것보다 더 강한 느낌을 준다. 여기에서 '여'는 '요'가 변한 말로 통신 언어에서 보조사를 포함하여 모든 '요'는 대부분 '여'로 바꾸어 쓰고 있는데 '요'보다 더 귀엽거나 애교스러운 느낌을 준다. 예를 들어 '안냐세여'는 '안냐세요(←안녕하세요)'가 변한 말로 유아어·아동어나 여성어로 쓰임직한데 '안냐세요'보다 더 귀엽거나 애교스러운 느낌을 준다. 이 때문에 '안냐세엽'은 '안냐세요'보다 더 강한 느낌을 주면서도 부드러운 느낌을 주기도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현상은 (1ㄱ)의 예와 같은 문장의 종결형에서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1ㄴ)이 그러한 점을 확실히 보여 주고 있다. (1ㄴ)은 감탄사 '네'라는 단어의 끝에 불필요한 자음 'ㅂ'을 덧붙인 예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글쓴이의 단호한 태도를 표현한다는 점에 있어서는 변함이 없다.
    문장의 종결형에 불필요한 자음을 덧붙이는 예로는 다음을 추가할 수 있다.

(2) ㄱ. 넘 이쁘닷!(←이쁘다), 뭔갈 보여 주자굿!(←주자고)
ㄴ. 해 봅시당(←봅시다), 어카징(←어떻게 하지), 어카냥(←어떻게 하냐)

(2)는 문장의 종결형에 불필요한 자음으로 보이는 'ㅅ'과 'ㅇ'을 덧붙인 예이다. (2ㄱ)은 우리말에서 더 단호함을 나타내기 위해 '뒤로 돌아', '차려' 대신 '뒤로 돌앗', '차렷' 등을 사용하는 용법을, (2ㄴ)은 여성어에서 애교를 부리기 위해 말끝을 길게 늘이는 용법을 확대하여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넘 이쁘닷'은 '너무 이쁘다'보다 더 단호한 느낌을, '해 봅시당'은 '해 봅시다'보다 더 귀여운 느낌을 준다.
    다음의 예도 마찬가지이다. 아래 (3)의 '행복하세염', '그래염', '그래도 되남' 등은 귀엽거나 애교스러운 느낌을 주는데 이러한 글쓴이의 태도는 (1)과 상반된다. 즉, '행복하세엽'이라고 하면 좀 단호한 느낌을 주는 반면 '행복하세염'은 약간 누그러진 느낌을 주는 것이다.

(3) 행복하세염(←행복하세요), 그래염(←그래요), 그래도 되남(←되나)

최근 들어 컴퓨터 통신이나 인터넷상에서는 이에서 한발 더 나아가 "왹겪엎 쓰눅귁 웬 납허혁?"과 같은 말들도 쓰이고 있다. 이 문장은 우선 소리 나는 대로 쓴 다음, 받침이 없는 말에 불필요한 'ㅋ', 'ㅌ' 등을 덧붙인 것으로서 그 의미를 풀어 쓰면 "외계어 쓰는 게 왜 나빠요?"이다.
    이렇게 받침이 없는 말―특히, 문장의 종결형―에 불필요한 자음을 덧붙이는 현상은 강하거나 단호한, 또는 귀엽거나 애교스러운 느낌과 같은 화자의 미묘한 태도를 전달하여 대화의 사실감을 더해 준다는 장점이 없지 않다. 그러나 그에 못지않게 이런 현상이 지나치게 작위적일 뿐만 아니라 우리말의 올바른 어법과도 상당한 거리가 있음을 또한 염두에 두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