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문화어의 이해

'모대기다'

전수태(田秀泰) 국립국어연구원

좋은 계절이다. 진달래가 지고 철쭉이 피면서 초목들이 보드라운 싹을 내밀고 있다. 예년보다 빨리 찾아온 봄철에 평양에도 목련이 지고 라일락이 피고 있을 것이다.
    이번에도 지난 호에 이어 우리에게 낯선 북한 말을 소개하기로 한다.

'극상해서'는 '기껏해서 또는 가장 잘된 경우라야'의 뜻이다. "나라가 망하게 되자 극상해서 도적이야 하고 소래기치면서 압록강을 넘어갔으나 이웃나라에서 누구도 도와주는 사람은 없었으며 그냥 나라를 통채로 강도맞구 말았거든요."<"내 나라", 239>처럼 쓰인다. '소래기'는 '소리'를 속되게 이르는 말이다.
    '내오다'는 '기관, 조직체, 부서 같은 것을 새로 조직하거나 꾸리다'의 뜻이다. "우리의 애국적인 인테리들은 로동자, 농민들과 굳게 어깨겯고 새 조국 건설에 떨쳐나섰으며 오늘은 민족인테리대군을 키워낼 인민의 첫 종합대학을 내왔습니다."<"빛나는 아침", 260>처럼 쓰인다.
    '닭알장사'는 비유적인 의미로는 북한 사전에 나타나지 않으나 '현실성이 없는 어리석은 생각'으로 풀이할 수 있다. "됐네, 됐어. 닭알장사 그만하게. 세멘트가 뭐 강바닥에서 모래 퍼내듯 하는건줄 아나?"<"고향으로 온 련대장", 410>의 예가 있다. 북한 사전에는 '닭알장사 속구구'라는 말도 나온다.
    '뚜꺼먹다'는 '(직장이나 학교, 모임 같은데에) 정당한 이유없이 나가지 않다'의 뜻으로 나와 있다. 우리 식으로 말하면 '땡땡이치다'인데 지방에 따라서는 '띵궈먹다'라는 말도 있는 듯하다. 그런데 이는 주로 학생들 사이에서 쓰인다. "광일이 학교 뚜꺼먹었어요."<"요람", 304>의 예를 볼 수 있다.
    '모대기다'는 '괴롭거나 안타깝거나 하여 몸을 이리저리 뒤틀며 움직이다'의 뜻이다. "크나큰 그 은정 심중에 새기고 새기며 참을수 없는 격정에 온밤 모대기는 지금 살아온 저의 한생이 눈에 삼삼히 어려옵니다."<"인생의 봄", 340>와 같이 쓰이는 말이다.

한편 아래와 같은 관용구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로력이 긴장하다'는 북한 사전에 나오지 않지만 '노동력이 부족하다'의 뜻이다. '긴장하다'의 뜻은 북한 사전에 따르면 '일을 순조롭게 넘기기 어려울 정도로 바듯하게 되는 것 또는 그러한 상태'이다. "이 녀석들아! 발전소를 하나 건설하는것두 못 끝낸 주제에 두개씩이나 더 건설을? 가뜩이나 로력이 긴장한데…."<"정다운 불빛", 332>의 예가 있다. '긴장하다'는 이 밖에도 "철 사정이 긴장하다.", "전력 사정이 긴장하다." 등으로 쓰일 수 있다. 북한에서와 달리 남한에서는 '긴장하다'가 '불안하다거나, 초조하다'는 뜻으로 쓰이는 것은 우리가 다 아는 바이다.
    '선코를 떼우다'는 '남보다 앞질러 행동하려던 것을 상대편에게 빼앗기다'의 의미이다. "아 글쎄 그런 분조장과 함께 손잡고 일해보구싶다고 우리 운전수 총각들이 저마다 나서는 바람에 나도 하마터면 선코를 떼울번했소."<"참된 심정", 187>처럼 쓰인다.
    '소가 웃다가 꾸레미 터지다'는 도저히 웃을 수 없는 삶긴 소조차 너무도 어이없고 우스워서 한껏 입을 벌리며 웃다가 부리망까지 터지겠다는 뜻으로 '하는 품이 무척 어이없고 가소롭다는것'을 비웃어 이르는 말이다. "아이구, 소가 웃다가 꾸레미 터질라."<"요람", 294>처럼 쓰이는 말이다. '꾸레미'는 남한 말의 '부리망'이다.
    남북이 서로 노력하여 헤어진 슬픔에 모대기는 이산가족의 한을 모두 풀어 주는 날이 빨리 오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