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 어원

'오이지', '짠지', '단무지', '장아찌'

홍윤표(洪允杓) / 연세대학교

'오이지', '짠지', '단무지', '장아찌' 등은 반찬이라는 공통점이 있을 뿐만 아니라 어원상으로도 관련이 있는 단어들이다. '오이지'는 '오이'와 '지'로, '짠지'는 '짜다'의 어간 '짜-'에 관형형 어미 '-ㄴ'이 붙은 '짠'과 '지'로, '단무지'도 '달다'의 어간 '달-'에 관형형 어미 '-ㄴ'이 연결된 '단'에 '무'가 통합되어 '단무'가 되고 이것에 다시 '지'가 붙어서 된 단어이다.
    그런데 '지'가 '김치'를 뜻하는 단어임을 알고 있는 분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지'가 아직도 일부 지역(경상도, 전라도, 충청남도 등의 일부)에서 쓰이고 있지만 '김치'의 사투리라고 하기 어렵다. '지'는 고유어이고 '김치'는 한자어인데, 오늘날 한자어가 토박이말인 '지'를 몰아낸 것일 뿐이다. '뫼'가 '산'의 방언이라고 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오이지'를 '오이김치'라고 하거나, '짠지'를 '짠 김치'라고 하면 그 뜻이 약간 달라지는 것 같다. '오이지'가 전통적으로 오이를 간(소금)에 절여서 만든 것인 데 비해, '오이김치'는 오이에 여러 양념을 넣어 담근 김치를 연상하게 된다. '짠 김치'는 '짜게 담근 김치'를 떠올려서 '짠지'와는 그 뜻이 전혀 다르다. 그리고 '단무지'를 '단 무 김치'라고 하지는 않는 것 같다. 이 '지'가 붙어서 된 단어들이 많은데, '오이지', '짠지', '단무지' 이외에도 방언에서는 '싱건지', '똑딱지' 등의 단어도 쓰인다. 오이로 담근 김치는 '오이지', 짜게 담근 김치는 '짠지'(강원도, 경기도, 경북, 전남, 전북, 충북, 함남, 황해, 충남 등 일부 지역), 싱겁게 담근 김치는 '싱건지'(호남의 일부 지역에서 '동치미'를 일컫는다.), 똑딱똑딱 썰어서 담근 김치는 '똑딱지'(표준어로는 '깍두기'), 단 무로 담근 김치는 '단무지'인 것이다.
    그러면 왜 '지'가 '김치'를 뜻하는 단어가 되었을까? '지'는 고어에서는 '디히'였다. '디히'는 '간에 절인 채소'를 뜻하는 말로서 뒤에 이것이 어중의 'ㅎ'이 탈락하여, '디이'가 되고 다시 구개음화되어 '지이'가 되고 이것이 오늘날 '지'가 된 것이다.

長安앳 겨 디히 싀오  고(長安冬葅酸且綠) <“중간두시언해”의 권3에서>
디이〔甕菜, 醃藏〕 <유희의 “물명고”에서>

'디히'는 15세기부터 쓰이었다. 중간본 “.두시언해”에 처음 보이지만, 초간본에도 '디히'였을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반면 '오이지'란 단어는 후대에 생긴 단어로 보인다. “역어유해”에 “쟝에 은 외(醬瓜子)”<“역어유해”상, 52b>가 출현하지만 19세기 말까지도 '외지'나 '오이지'란 단어는 발견되지 않는다. 그러나 '짠지'는 19세기 말에 그 예가 보여서 일찍부터 사용된 것으로 생각된다. “한영자전”에 '지'(醎菜)가 보인다. 이 '지'는 단독으로도 사용되었지만, 대개는 후행 요소로 와서 된소리가 되어 '찌'로 변하게 된다. 그래서 '장아찌'의 '찌'가 바로 이 '디히'와 연관되는 것이다.
    '장아찌'는 언뜻 '장아'와 '찌'로 분석될 듯한데, '장아'가 무엇인지 알 수가 없다. 그도 그럴 것이 '장아'는 '장앳'으로부터 변화한 것이기 때문이다. '장아찌'는 원래 '장앳디히'였다. 그러니까 '장(醬)'+애(처소를 나타내는 처격 조사, 오늘날의 '에'에 해당함.) + ㅅ + 디히'인 것이었다. 그 뜻은 '장(간장, 된장, 고추장)에 담근 채소'이다. 이 '장앳디히'가 변화하여 '장앗디히>장앗지이'로 되고 이것이 오늘날 '장아찌'가 된 것이다.

다 됴 쟝앳디히 밥야 먹다가 <"번역박통사"의 권 상에서>
쟝앗디이〔醬苽子〕 <“동문유해”의 권 하에서>
쟝앗이〔醬瓜子〕 <“몽어유해”의 권 상에서>
쟝앗지이〔醬瓜〕 <“한청문감”의 권12에서>
장엣지〔醬菜〕 <“한불자전”에서>
쟝엣지〔醬菜〕 <“한영자전”에서>
외쟝앗지〔醬瓜子〕 <“광재물보”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