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 언어의 이해

이모티콘

박용찬(朴龍燦) / 국립국어연구원

컴퓨터 통신이나 인터넷상의 통신 언어는 서로 얼굴을 마주 보고 전달하지 않는 것이어서 말(구어)과 다르게 자신의 의사나 감정을 전달하기가 용이치 않다. 이러한 점을 보완하려고 통신 언어에서는 자신의 의사나 감정을 압축해 전달하는 특수 부호인 이모티콘을 사용한다. 이모티콘은 컴퓨터 자판에 있는 각종 기호와 글자를 조합하여 만든다. 1980년대 미국의 한 대학생이 처음 이모티콘을 만들어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초기에는 주로 미소 짓거나 우는 얼굴의 모습을 만들어 사용하던 것에서 출발하였다. 이 때문에 영어권에서는 흔히 이모티콘을 '스마일리(smiley)'라 한다.
    신세대나 네티즌들은 문장 끝에 이모티콘을 '첨가하거나 대화 사이사이에 말 대신 이모티콘을 사용하여 자칫 딱딱해지기 쉬운 컴퓨터 통신이나 채팅을 부드럽고 재미있는 분위기로 이끈다. 또한 이모티콘은 현재 휴대 전화의 문자 메시지로도 널리 활용되고 있다.
    초기부터 널리 사용된 이모티콘에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1) ㄱ. :) 또는 :-) [웃는 얼굴, 왼쪽으로 돌려 보면 웃는 얼굴이 나타남. '기쁨'을 나타낸다.]
ㄴ. ^.^ [웃는 얼굴]
ㄷ. :-( [슬픈 얼굴]
ㄹ. ㅜ.ㅜ 또는 ㅠ.ㅠ [우는 얼굴, 눈물을 흘리는 얼굴과 폭포수 같은 눈물을 흘리는 얼굴 모습을 나타냄. 'ㅜ'는 'T'로 대체하기도 한다.]
ㅁ. :-O [놀라는 얼굴]
ㅂ. -.- [언짢은 얼굴]
ㅅ. ·; 또는 -.-;; 또는 ^ ; [땀 흘리는 얼굴, 오른쪽의 ';'은 땀을 나타냄. '쑥스러움'이나 '황당함'을 나타낸다.]
ㅇ. >:-( [화가 난 얼굴]

초기의 이모티콘은 가벼운 애교로 봐줄 만했다. 그리고 어떠한 언어를 사용하는 네티즌이든 거의 유사한 이모티콘을 사용하여 이것이 만국 공통어의 구실을 하기도 했다. 얼마 전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통신 언어 가운데 몇몇 이모티콘을 추가하여 사전을 개정하여 발간한 바 있는데 추가된 이모티콘[기쁘다는 뜻의 ':-)', 우울하다는 뜻의 ':-(', 놀랍다는 뜻의 ':-O']을 통해 그러한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얼굴 모습을 본뜬 표정뿐만 아니라 행동까지도 본뜬 이모티콘을 만드는가 하면 재미있는 캐릭터를 이용하여 시리즈로 만든 이모티콘도 생겨나 그 형태가 매우 복잡해져 가고 있다. 이런 복잡한 이모티콘은 쉽게 만들어 사용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최근에는 신세대나 네티즌들이 이모티콘을 쉽게 쓸 수 있도록 서비스해 주는 것이 새로운 유망 사업으로 급부상하기까지 했다.
    결국 아래의 예처럼 기성세대는 전혀 이해할 수 없는, 매우 복잡한 형태가 등장하기에까지 이른 것이다.

(2) ㄱ. ^0^ [만족해하는 얼굴]
ㄴ. {{>-<}} [매우 추워하는 얼굴]
ㄷ. -* [키스하는 얼굴]
ㄹ. ( -.-)(-.-)(-.- ) [두리번두리번하는 얼굴]
ㅁ. (-.-) (--) (-.-) [인사하는 얼굴]
(3) ㄱ. Q(^.^Q) [주먹을 불끈!]
ㄴ. !(^_^)!(^_^)v [좋았어!]

나아가 이러한 이모티콘에 그래픽 이미지를 도입하여 움직이는 이모티콘까지 등장하였다. 요즘 인터넷상의 각종 사이트나 개인 홈 페이지 개설자 대부분은 이러한 움직이는 이모티콘을 사용하여 사이트나 홈 페이지를 꾸미고 있다.
    컴퓨터 통신이나 인터넷상에서 자신의 의사나 감정을 전달하기 어려운, 글의 단점을 보완하고자 사용하기 시작한 이모티콘은 처음엔 신세대나 네티즌의 컴퓨터 통신이나 인터넷 생활에 커다란 활력과 즐거움을 주었다. 그러나 요즘엔 신세대나 네티즌들이 매우 복잡해진 이모티콘을 사용함으로써 이모티콘은 기성세대와 엔세대가 의사소통을 하는 데 있어 커다란 걸림돌이 되어 두 세대 간에는 커다란 괴리가 생겨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