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작품 속의 국어 오용 사례

"가시고기"

최혜원(崔惠媛) / 국립국어연구원

"가시고기(도서출판 밝은세상)"는 백혈병에 걸린 아들을 위해 스스로를 희생하는 아버지의 무한한 사랑을 그린 이야기이다. 작가 조창인이 실제 불치병 아이를 둔 친구를 보고 쓴 이 소설은 투병 생활 속에서도 맑은 눈으로 세상을 보는 병든 아들과 그 아들을 온몸 바쳐 지키는 아버지의 부성애를 눈물겹게 그리고 있어 메마른 현대인의 가슴을 잔잔히 적셔 준다.
    그러나 이 소설에는 교정자의 손을 거치지 않은 듯이 보이는 비표준어나 잘못 쓰인 단어, 한글 맞춤법에 어긋난 표기가 종종 눈에 띈다.

(1) 그게 당치도 않게시리(→않게끔) 절망적인 생각을 불러일으켰고, 고개를 돌려 아이의 병실을 바라보게 만 들었다. <14:23>
(2) 유리 벽 밖에 의사 선생님들이 떼거지로(→떼거리로) 나타납니다. <271:6>
(3) 그는 지체 없이 송 계장의 뒤를 좇았다(→쫓았다). <200:21>

(1)에서 쓰인 '-게시리'는 '-게끔'의 비표준어로 '당치도 않게'를 강조하여 표현하고자 할 때는 '당치도 않게끔'으로 고쳐 써야 한다. 또한 (2)의 '떼거지'는 '떼'의 방언형이다. '떼'를 속되게 표현하려면 '떼거리'로 써야 옳다. (3)의 문장에서와 같이 물리적인 이동이 있을 경우 '좇다' 대신 '쫓다'로 바꿔 써야 하고 "그윽한 눈길로 그 사람의 시선을 좇았다."에서처럼 이동은 있지만 직접 발걸음을 떼서 옮기는 물리적인 움직임이 아닐 때는 '좇다'를 쓴다.

(4) 그 몰골을 평생 간직하며 애달퍼하게(→애달파하게) 만들 수는 없었다. <275:18>
(5) 스무 살이 되기 전에는 이 땅에 돌아올 생각조차 하지 말아라(→마라). <278:12>
(6) 노트는 엄마 주고 책은 너 갖거라(→가져라). <279:9>
(7) 선배 병이 깊어지는 것도 까맣게 모른 채 말예요(→말이에요). <238:2>

(4)에서 '애달프다'는 '프다' 앞에 양성 모음이 오므로 어미 '-아'가 연결되어 '애달파'로 활용하게 된다. 이와 달리 '서글프다', '어설프다', '구슬프다' 등과 같이 음성 모음이 앞에 올 때는 모음조화의 원리에 따라 '서글퍼', '어설퍼', '구슬퍼' 등으로 쓰인다. (5)의 문장에서 '말다'는 명령형 어미 '-아, -아라'가 붙을 때 받침의 'ㄹ'이 탈락해 '마, 마라'가 돼야 한다("한글 맞춤법" 제18항 [붙임] 참조). 또한 '갖다'에 명령형 어미가 결합한 형태는 '가져라'로, '가다'나 '가다'가 붙은 합성어처럼 어미 '-거라'가 붙지 않는다. (7)의 '예요'는 '이에요'가 줄어든 형태로 앞에 오는 명사가 받침이 없을 때 쓰인다. 위의 문장에서와 같이 받침이 있는 경우는 '예요'로 줄어들지 않는다.
    이 소설 속에서 가장 눈에 띄는 오류는 역시 다른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띄어쓰기였다. 특히 보조 용언 '보다'는 붙여 쓰지 말아야 할 자리에서 붙여 쓴 경우가 많았다. '한글 맞춤법'에서는 '-아/-어' 뒤에 연결되는 보조 용언은 붙여 쓰는 것을 허용하나 아래의 경우는 붙여 써야 하는 경우에 해당되지 않는다.

(8) "겁이 났어요.", "사람들이 볼까봐(→볼까 봐)?", "아뇨, 잠자리들이 고추를 깨물까봐요(→깨물까봐요)." <107:9∼11>

그 외에도 띄어 써야 할 단어들을 붙여 쓴 경우가 많았는데 아래의 예는 그중 일부를 소개한 것이다.

(9) 아내를 만나면 할말이(→할 말이) 무수히 많을 줄 알았다. <94:3>
(10) 누나에 대한 고마움을 영원히 잊지 않는 것이 내가 할일이라나요(→할 일이라나요). <239:17>
(11) 아빠는 그런 인스턴트 음식을 먹어선 안된다고(→안 된다고) 질색이었죠. <110:1>
(12) 십여 분이 채 못돼(→못 돼) 그는 헉헉대기 시작했다. <117:11>
(13) 보호자로서 치료의 결과와 치료 기간중(→기간 중) 발생할 수 있는 여하한 합병증에 대해…. <199:1>

(9)와 (10)에서 관형어 구실을 하는 '할'과 피수식어 '말', '일'을 띄어 써야 하고, (11)과 (12)에서 부사와 동사가 결합된 '안된다', '못돼'는 단어별로 '안 된다', '못 돼'로 띄어야 한다. '안되다', '못되다'는 "그것 참 안됐네", "못된 심보" 등에서와 같은 뜻의 형용사로 쓰일 때에만 붙여 쓴다. (13)에서 '중'은 의존 명사로 앞 단어와 띄어 쓰는 것이 옳다.
    이 작품은 백혈병 환자를 등장인물로 한 것이라서 의학 전문 용어와 관련된 외래어들이 쓰였을 뿐 불필요한 외래어, 외국어 사용이 거의 없는 편이었다. 다만 프랑스에서 온 전처의 차림에 대해 다음과 같이 묘사하였는데 '다크블루' 대신 '진청색' 또는 '짙은 청색'으로 표현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14) 아내는 목 부분이 깊게 파인 다크블루(→진청색/짙은 청색) 민소매 원피스를 입고 있었고, 목에는 진주로 보이는 목걸이가 두 줄로 짧고 길게 둘러져 있었다. <95: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