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를 찾아서

'증(症)'

양명희(梁明姬) / 국립국어연구원

20세기 전반기 소설을 펼쳐 놓고 보면 표기가 다른 것이 금방 눈에 들어온다. 그러나 가만 소설을 읽다 보면 표기 외에도 지금은 잘 사용하지 않는 색다른 표현을 발견하게 된다. 그 표현은 작가 개인의 것일 수도 있고 당시의 일반적인 표현법일 수도 있는데 그것을 판정하려면 여러 텍스트를 비교하여 연구해 보아야 할 것이다. 염상섭의 소설에서는 무엇보다 다음과 같은 여러 가지 '증(症)'이 눈에 들어온다.

그한녀자의 열적어할것을 생각하면 가엽슨증이나서 <女客, 1927>
도리어 무서운증도 났다. <一代의 遺業, 1949>
미운증을 것잡을수업섯다 <初戀, 1926>
생각을하고서는 얄밉고 분한증이낫다. <眞珠는주엇스나, 1925>
창근이는 이대로 주저앉기가 싫은증이 났다. <엉덩이에 남은 발자욱, 1948>
슬몃이 우슨증이나는것을참고 <電話, 1925>
몹시적막한증이낫다 <孤獨, 1925>

이 정도의 다양한 '증'이라면 한 개인의 독특한 표현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이 '증'은 요즘은 '마음, 생각' 정도의 말로 대체되어 사용되고 있는데, '무서운증'은 잘 쓰이지 않지만 '무섬증'은 주변에서 많이 들을 수 있다. 두 말의 선후 관계가 어떤지 궁금하다.
    다음은 구가 단어화하는 과정을 보여 주는 예들이다.

보징금은 나중이 성이 가시다고 세전만 석달치를 받는 것이었다. <一代의 遺業, 1949>
무서운症이압흘섯습니다. <除夜, 1922>
애절을 하던일이 좌우간 탁방이 나니까 도리어 마음이 가벼워진것이다 <그 初期, 1948>

지금은 '성가시다, 앞서다, 애절하다'로 쓰이는 단어들이지만 당시에는 '성이 가시다, 앞을 서다, 애절을 하다'로 사용되었다. '애절을 하다'는 '견디기 어렵도록 애가 타는 마음이 있다'는 뜻으로 현재는 형용사 '애절하다'로만 쓰인다.(*애절을 한 사랑/애절한 사랑)
    다음은 명사와 동사가 어울린 구로 지금의 책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예들이다.

每日 차자가서 미친체를 부리면 <標本室의 청개고리, 1921>
량선생을얌체진자식이니 <썩은 胡桃, 1929>
治裝을차리기로 決心하얏습니다. <除夜, 1922>
못알아들었다가 인제야 터득이 난모양이다. <謀略, 1948>
입을버릴용긔가 나설것갓지안핫다 <두 出發, 1927>
감긔가 가셧다드니 <니즐수업는사람들, 1924>
김주사에게 핀잔을 만난 그는 무슨생각을하며 얼이져 것다가 <電話, 1925>
그러기에 피는 물보다 걸다지 않소. <解放의 아들, 1951>

위의 '미친 체를 부리다, 얌체빠지다, 치장을 차리다, 터득이 나다, 용기가 나서다, 감기가 가시다, 핀잔을 만나다'와 같은 표현은 지금은 '미친 체를 하다, 약아빠지다, 치장을 하다, 터득을 하다, 용기가 나다, 감기가 낫다, 핀잔을 듣다'로 고칠 때 더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그렇지만 이러한 표현도 국어의 한 부분이기 때문에 국어사전에 적극적으로 반영되어야 할 것이다. '피는 물보다 걸다'는 속담은 흔히 '피는 물보다 진하다'로 사용된다. '걸다'가 '묽지 않다'는 뜻이니 뜻은 매한가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