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작품 속의 국어 오용 사례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최혜원(崔惠媛) / 국립국어연구원

작가 박완서가 1990년대 초에 발표한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웅진닷컴)"는 유년 시절부터 20대까지 해방을 전후하여 작가가 자라 온 과정을 자세히 더듬어 간 일종의 성장 소설이다. 작가의 가족 관계를 중심으로 1930년대 개성 지방의 풍속과 아름다운 자연의 모습, 그 시대 사람들의 생활상 등이 유려한 필치로 그려지고 있는 이 작품에서 독자들은 우리말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박완서 글의 아름다움에 매혹된다.
    특히 책장을 넘길 때마다 여기저기에서 툭툭 튀어나오는 생소한 단어들은 빈곤한 언어생활을 하는 현대인들에게 샘물처럼 반갑다. 아래의 예들은 평소에는 거의 들어 보기 힘든 말이지만 사전에도 그 쓰임과 함께 소개되어 있는 고유한 우리말이다.

(1) 엄마는 통치마 입고 구두 신고 신식 교육 받은 여자들을 휘뚜루 신여성이라고 칭했고 <21:7> 두루.
(2) 할머니는 작전을 바꾸어 나한테 종주먹을 댔다. <39:3> 을러대며 주먹을 내지르다.
(3) 말만 그렇게 하고 엄마가 마냥 그 자리에 퍼더버리고 앉아 있으니까 흩어졌던 지게꾼 이 다시 하나 둘 모여들었다. <45:12> 퍼지르다.
(4) 겨울엔 스케이트로 어렵사리 금의환향의 꿈을 엉군 일은 지금 생각해도 무슨 코미디 같다. <100:9> 여러 가지를 모아 일이 되게 하다.
(5) 그리고 구메구메 나오느니 그저 한약, 생약 등 약 보따리였다. <177:20> 남모르 게 틈틈이.
(6) 먹는 것에 츱츱한 걸 가장 좋지 못한 일로 교육받아 온 우리는... <243:4> 너절 하고 염치가 없다.

또한 이 작품에서는 다음의 예와 같이 사전에서 찾을 수 없는 말들도 나오는데 (9)의 '내리닫이'만이 '원피스'라는 뜻으로 쓰였다는 정보를 얻을 수 있을 뿐 '둥덩산'이 어떻게 생겼는지 '굽잡히다'가 어떤 상태를 뜻하는 것인지는 다만 문맥을 통하여 상상할 수 있을 뿐이다. 이러한 단어들은 더 늦기 전에 정확한 뜻풀이와 함께 사전에 실어 보존해야 할 것이다.

(7) 둥덩산같이 솜을 둔 저고리 하나면 겨울을 났다. <1:14>
(8) 그건 누그러졌다기보다는 굽잡히고 있는 건지도 몰랐다. <36:6>
(9) 그건 다음날 친척 집 재봉틀에서 그럴듯한 내리닫이로 완성됐다. 요샛말로 하면 원피 스를 우리는 그때 내리닫이라고 불렀다. <92:21>

그러나 이 작품은 언어의 향연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풍부한 우리말을 담고 있지만 작품 속의 언어를 다채롭게 하려는 시도로만 보기 힘든, 잘못된 표기와 단어의 선택이 때때로 눈에 띄어 아쉬움으로 남는다.

(10) 할머니 눈엔 요새말로 백이 생긴 내가 다소 밉살스러워도 보였으리라. <17:8>
(11) 두 집 다 박가였고 서로 친척이었다. 그 밖에 집들은 홍가였고 그들끼리 친척이었다. <12:13>
(12) 이번엔 안심하고 생업에 종사하라는 거짓말을 안 하고 작전상 후퇴를 할 수도 있음 을 미리미리 비췄다. <260:24>

'요새말'은 사잇소리가 나는 발음을 인정하여 '요샛말'로 표기해야 옳다. '그 밖에'는 '집'을 수식해 주는 관형어 역할을 하여야 하는데 이럴 경우 부사격 조사 '에'가 아니라 관형격 조사 '의'를 선택하여야 한다. 관형격 조사 '의'를 소리 나는 대로 '에'로 잘못 쓴 결과라고 볼 수 있겠다. 또한 (12)의 '비추다'는 '마음에 품고 있는 생각을 넌지시 드러내 보인다'는 뜻으로 쓸 때는 '비치다'로 고쳐 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