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귀로 듣는'안녕하세여'

허철구(許喆九) / 창원대학교

대학생들의 언어생활을 들여다보면 늘 새롭게 변한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1980년대만 해도 여학생이 남학생 선배를 '형'이라고 불렀는데 요즘은 '선배'라고 부른다. 이렇게 호칭어까지 새로 생기고 사라지는 것처럼 새로운 말이나 기발한 유행어가 대학 사회에서 끊임없이 생성과 소멸을 거듭해 왔다. 변화하는 언어의 생리나 대학생들의 재기를 생각한다면 이는 크게 탓할 일은 아니다.
    그러나 근래에 사이버 공간에서 사용되던 말들이 실생활로 넘어와 쓰이는 현상은 그냥 지나치기에는 마음에 걸리는 느낌이 없지 않다. '안녕하세여'와 같이 국어의 문법 질서까지 흔드는 경우도 있다는 데 생각이 미치면 더욱 그러하다. 어말에서 '요' 대신 '여'가 쓰이는 것은 단순히 한 단어가 아니라 문법 형태소의 문제이기 때문에 그 사용 범위와 빈도는 훨씬 더 넓고 높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 밖에도 사이버 공간의 언어가 실생활로 넘어온 말들이 종종 학생들의 언어에서 발견된다. 만나서 하는 인사말은 '방가 방가'이고 축하의 인사말은 '추카 추카'이다. 그동안 사이버 공간의 언어가 문제될 때마다 거론되던 말들이 이제 실생활에서 쓰이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경우야 그저 재미있게 말하려는 유희의 일종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알바'와 같은 말에 이르면 사정이 다르다. '아르바이트'라는 기존의 말을 거의 들어 보기 어려울 정도로 밀어내고 대신 국어의 새로운 단어로 편입되어 가는 이 말은 언어유희와는 또 다른 문제의 일면을 보여 준다. '리플(←리플라이)'이라는 말도 이런 식으로 국어 어휘 체계 속에 들어올 태세이다. '메일'도 '멜'로 통용되고, 선택하라는 뜻으로 '클릭'이라는 새로운 유행어가 생겨났다. 사이버 언어의 영향으로 새로운 형태의 외래어까지 생산되는 것이다. 갑작스럽게 만나는 것을 '번개한다'라고 하고 대답할 때 '넵'이라고 하는 것도 사이버 매체가 국어에 새로운 어휘를 보태 준 예들이다.
    이와 같이 대학생들이 매체의 영향으로 언어생활에 왜곡을 가하는 것은 인터넷의 경우뿐만이 아니다. 만화에서 영향을 받아 '쩝'이라는 감탄사를 자주 사용하는가 하면 자는 시늉을 하는 말로 '지지'라고 말하기도 한다. 만화에서 자는 모양을 그릴 때 'Z Z Z'와 같은 문자 부호를 사용하는 데서 따온 것이다.
    그 어느 때보다 컴퓨터 등 매체의 영향을 많이 받는 요즘의 대학생들―그 매체에서 통용되는 말들이 알게 모르게 실제 언어생활까지 나타나는 현상을 그들로부터 확인할 수 있다. 관점에 따라서 이것을 대학생 나름의 재치이자 언어의 풍요로움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도 있다. 또는 다소 문제이기는 해도 대학 사회의 유행어들이 늘 그래 왔듯이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보아 넘길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러기에는 당장 그 품위 없는 말들이 쓰이는 현실을 받아들이기 어렵고 앞으로 인터넷 등 매체가 더욱 생활화될 미래까지 생각하면 더욱 그 병폐를 곰곰이 따져 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대학생들이 아직은 격식적인 자리에서는 그런 말들을 사용하지 않고 고학년일수록 기피한다는 현실이 다소 마음을 진정시켜 주기는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