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작품 속의 국어 오용 사례

"괭이부리말 아이들"

최혜원(崔惠媛) / 국립국어연구원

괭이부리말 아이들(창작과비평사)"은 1987년부터 괭이부리말(인천 만석동 달동네의 별칭)에서 살며 지역 운동을 해 온 작가 김중미 씨의 생생한 경험이 담겨 있는 작품이다. 초등학교 5학년인 숙자와 숙희 쌍둥이 자매를 중심으로 아무런 희망도 없어 보이는 가난한 달동네 아이들이 서로 위로하고 의지하며 꿋꿋하게 성장해 나간다는 내용은 독자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전해 준다.
    이 소설은 정갈한 표현뿐만 아니라 바른 표기로도 작품에 대한 신뢰감을 갖게 하는데 한글 맞춤법이나 표준어 규정에 어긋난 단어는 아래의 예를 제외한다면 거의 찾아보기 힘들 정도이다.

(1) 판잣집들이 헐리고 상자곽(→상자 갑) 같은 빌라들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16 : 9>
(2) 동수는 월미도로 가는 버스에 올라타자 혼자말(→혼잣말)을 했다. <105 : 16>
(3) 뜽금없이(→뜬금없이) 병원에 가야 한다고 말하는 선생님 눈에 눈물이 맺혀 있는 것 같았다. <119 : 10>

물건을 담는 상자는 '곽'이 아니라 '갑'으로 써야 하고(1), '혼자말'은 발음 나는 대로 사이시옷을 써 '혼잣말'로 표기해야 한다(2). '뜬금없이'의 '뜬'은 뒤에 오는 'ᄀ' 소리(연구개음)에 영향을 받아 'ᄂ'이 'ᄋ'(연구개음)으로 변하기 쉬운데 이것은 표준 발음도 아니고 이 발음에 이끌리어 ' 금없이'로 표기해서도 안 된다(3).
    신문 기사나 방송 자막을 보다 보면 표기나 단어 선택은 올바른데 띄어쓰기가 잘못된 것이 유난히 눈에 많이 띈다. 지면상의 제약이 있다는 이유도 있겠지만 띄어쓰기가 전문가들도 다루기 힘든 까다로운 대상이라는 데도 그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이런 띄어쓰기의 잘못은 이 소설에서도 간간이 나타난다.

(4) 가난한 농촌 젊은이들이 수출 역군이 되기 위해 낫과 호미를 집어 던지고(→집어던지고) 도시 로, 도시로 밀려왔다. <12 : 17>
(5) 일할 젊은이도 없고 쌀값마저 제값을 받지 못하니 1년 농사가 늘 빚 잔치가(→빚잔치가) 되었 다. <14 : 1>
(6) 숙자와 숙희는 둘이서 손을 잡고 밤 늦게까지(→밤늦게까지) 동네를 돌아다녔다. <27 : 11>
(7) 날씨가 갑자기 추워지니까 못해먹겠다(→못 해 먹겠다). <149 : 4>
(8) 냄비를 들 때나 양념 통을 들어낼 때 영호의 엄지손가락만한(→엄지손가락만 한) 바퀴벌레들 이 툭툭 튀어나왔다. <85 : 1>
(9) 2층 마당은 윗동네와 아랫동네를 이어 주는 길목인데다가(→길목인 데다가) 버스 정류장이 바 로 앞에 있어.... <18 : 6>

(4)~(6)번은 한 단어를 띄어서 쓴 것으로 모두 붙여 써야 옳다. (7)은 단어별로 띄어 쓴다는 띄어쓰기의 원칙에 따르면 부사 '못'과 보조 용언 '먹다'를 동사 '하다'와 구별하여 '못 해 먹겠다'와 같이 띄어야 한다. (8)번과 (9)번 예는 이 작품 속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띄어쓰기의 잘못으로 '엄지손가락만한'은 '만'을 보조사로 처리하여 용언 '하다'와 띄어 쓴 '엄지손가락만 한'으로, '길목인데다가'는 '데'를 의존 명사로 보아 앞말과 띄어 '길목인 데다가'로 써야 한다. (9)와 같은 구성이지만 (10)의 예는 띄어쓰기를 옳게 하였다.

(10) 숙자, 숙희와 노는 것도 뜸해졌다. 그런 데다 오늘 숙희 앞에서 울어 버리기까지 한 것이 너무 속상했다. <91 :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