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를 찾아서

'땡땡이'를 아십니까?

양명희(梁明姬) / 국립국어연구원

이전의 소설을 읽으면 그 시절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같이 읽을 수 있다. 사람들의 가치관, 삶에 대한 태도 등등. 또 소설에서 만나게 되는 낯선 말들 몇은 사람들의 일상적인 생활 모습을 활동사진을 돌려 보듯 볼 수 있게 해 준다.(다음의 인용된 예는 염상섭의 소설에서 뽑은 것이다. 또한 인용문은 발표 당시의 원문대로 옮겼다.)

(1) 작은 어머니(이 작은어머니)를 만나 보려고 이를 타고 진고개에 가는 것이 무척 자미잇섯고 <南忠緖(下篇), 1927>

흔히 386세대라 불리는 30~40대 사람들에게 '땡땡이'가 뭐냐고 물으면 '학교 수업을 빼 먹고 노는 것'이라고 대답하는 사람들이 가장 많을 것이다. 흔히 '땡땡이를 치다, 땡땡이를 부리다'로 쓰이는 '땡땡이'는 국어사전에서 다른 '땡땡이'들을 제치고 맨 앞에 온다.(사전에는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고 눈을 피하여 게으름을 피우는 일을 속되게 이르는 말'로 풀이되어 있다.) 그 다음에는 장난감 '땡땡이'(요즘은 사용하지 않음), 일본어에서 온 '땡땡이'(물방울무늬로 순화됨), '땡땡이중'의 '땡땡이'가 차례로 풀이되어 있다. 그러면 위의 '땡땡이'는 뭘까? '땡땡이'를 아시는 분들이야 위 구절을 읽자마자 얼른 전차(電車)를 떠올리겠지만 젊은 사람들은 보지 못한 것이니 알 수가 없다.
    아래의 밑줄 친 '불종소리, 보옥상, 손금고, 실마당, 밥장반'도 요즘은 거의 사용하지 않는 말이다.

(2) 별안간 불종소리가 그리 멀지도 않은데서 요란히 울려온다. <그 初期, 1948>
(3) 나의압헤모여드는 形形色色의靑年의한 는 寶玉商 陳列箱압헤선婦人보다도 <除夜(第二回), 1922>
(4) 눈은 저절로 테블위의 손금고로 갔다. <두 파산, 1949>
(5) 고양이 이마백이만한 실마당이건마는 <불, 1934>
(6) 밥장반을 들고 오락가락하는看護婦가 가가 눈에 일 이다. <金半指, 1924>

'불종소리'는 불자동차의 '종'이 '사이렌'으로 바뀌면서 지금은 '불자동차 소리' 아니면 '사이렌 소리'라고 하며, '보옥상'은 '금은방, 보석상'이란 말로 대체되었다. '손금고'는 손으로 들고 다닐 수 있는 작은 금고를 말하는데 지폐가 많이 유통되고 은행이 생겨나면서 점차 사라지게 되었다. '실마당'은 '좁고 작은 마당'을 말하는데 아파트의 보급으로 앞으로 '마당'이라는 말도 없어지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생긴다. '밥장반'은 '밥쟁반'이 맞는 표기인데 요즘이야 밥을 쟁반에 담아 내오는 일이 거의 없어 쓰이지 않으나 예전에는 밥쟁반에 밥과 반찬을 담아 내와 먹는 경우가 흔하여 많이 사용되었던 말이다. '밥상(-床)'과 '식탁'이 많아지고 '식판'까지 생겼으니 이제 '밥쟁반'이 소용될 이유가 없어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