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문화어의 이해

'쫄매'

전수태(田秀泰) / 국립국어연구원

입춘이 지난 이 한반도에 새봄이 오고 있다. 2000년 6월에 열렸던 남북 정상 회담 이후 잠시 주춤했던 남북 관계가 2001년 9월에 미국에서 테러 사건이 터진 뒤 좀 더 가라앉는 듯한 느낌이 없지 않다. 부시 대통령의 방한을 계기로 남북 관계에 좋은 진전이 있기를 기대한다.
    이번에도 지난번에 이어 우리에게 생소한 북한 말을 소개하기로 한다.

'망꼬리'는 '등수를 매기는 데에서 맨 꼴찌'의 뜻이다. "퇴비 생산도 망꼬린 주제에...."<"열네번째 겨울", 371>로 쓰인다. 우리 사전에 평북 방언, 함경 방언으로 나와 있어 방언에서 문화어로 격상된 것임을 알 수 있게 해 준다.
    '짬수군'은 북한 사전에 올림말로 올라 있다. 그러나 '짬수'는 '어떤 일을 할 수 있는 알맞은 형편이나 낌새'로 풀이되어 있어 이를 미루어 짐작하면 '짬수군'은 '어떤 일을 할 수 있는 알맞은 낌새나 형편을 잘 아는 사람'으로 풀이할 수 있다. "원래 그 친구 재봉대에 나든 경험이 있어서 재봉기수리를 솜씨있게 해준덕에 처녀의 아버지 환심을 사놔서 모든게 순풍에 돛단격이라는 것입니다./ 하여튼 대단한 속도다. 그 친구 짬수군인데? 하하...."<"빛나는 아침", 236>와 같은 예를 들 수 있다.
    '쫄매'는 북한 사전에 보이지 않는다. 대신 우리 사전에 '쫄맹이'가 '꼬마'의 평북 방언, 함남 방언으로 처리되어 있다. 따라서 '쫄매'는 '작고 귀여운 아이들을 사랑스럽게 이르는 말'로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소장엄마-/ 오, 우리 쫄매들이구나. 어디 한번 안아볼가."<"효녀", 146>처럼 쓰인다.

위의 단어 외에 다음과 같은 관용구도 보인다.

'들었니먹었니'는 북한 사전에 보이지 않으나 '알아들었니'의 뜻으로 짐작된다. "얘, 어서 빨간약이랑 아버지 가져가실 약을 좀 꾸려라. 들었니먹었니?"<"평범한 사람", 234>의 예가 보인다.
    '뢰물을 섬기다'는 '뇌물을 바치다'의 뜻으로 짐작된다. "동무가 상부에 아첨하고 뢰물을 섬긴덕에 설사 영웅메달을 탔다고 합시다. 그걸 인민들이 인정을 하는가?"<"효녀", 159>처럼 쓰인다.
    '마련을 보다'는 '잘 진척되지 않거나 해결되지 않는 어떤 일이나 문제에 대하여 끝장을 내다'의 뜻이다. "그러니까 저희끼리 약속이 돼 있었단 말인가? 이거 무슨 마련을 봐야겠다...."<"고향으로 온 련대장", 407>와 같이 쓰인다.
    '문제를 세우다'는 '비판의 대상으로 삼다'의 뜻이다. "다시 한번 지각을 하면 그땐 단단히 문제를 세울줄 아오."<"고향으로 온 련대장", 408>, "이번엔 공청에서 문제를 단단히 세워야겠어요."<"새 정권의 탄생", 146> 등으로 쓰인다.

남․북한의 '쫄매'들이 티 없이 맑은 얼굴로 어깨동무를 하고 조국 강산을 노래할 그때가 빨리 오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