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 언어의 이해

줄인 말

박용찬(朴龍燦) / 국립국어연구원

1990년대 이후 컴퓨터 통신이나 인터넷 사용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온라인상에서는 네티즌 특히, 엔세대(N←Network世代)라고 불리는 10대 청소년들이 만들어 사용하는 언어가 통용되고 있다. 이렇게 컴퓨터 통신이나 인터넷과 같은 온라인상에서 통용되는 언어를 통신 언어, 채팅 언어, 사이버 언어(사이버 은어) 등이라 한다.
    이러한 통신 언어의 가장 큰 특징으로 들 수 있는 것은 기성 세대가 사용하지 않는, 신조어가 매우 많다는 점이다. 그런데 이러한 신조어는 대개 다음과 같은 줄인 말(약어나 축약어)이다.

(1) ㄱ. 설(서울), 셤(시험), 겜(게임), 드뎌(드디어), 멜(메일), 걍(그냥), 글구(그리고), 샘(선생님), 첨(처음), 안냐세여(안녕하세요)
ㄴ. 방가(반가워요), 알바(아르바이트), 넘(너무)
ㄷ. 어솨요(어서 오세요),
(2) ㄱ. 강퇴(강제 퇴장), 야자(야간 자율 학습), 공구(공동 구매), 강추(강력 추천), 여친(여자 친구), 남친(남자 친구) ㄴ. 정모(정기 모임), 즐겜(즐거운 게임), 즐감(즐거운 감상), 즐통(즐거운 통신), 야동(야한 동영상), 은따(은근한 따돌림), 영따(영원한 따돌림)
(3) 냉무(내용 없음), 고딩(고등학생), 초딩(초등학생), 중딩(중학생), 대학생(대딩), 늙은 사람(노딩), 당근(당연하죠)

컴퓨터 통신이나 인터넷은 초기에 사용 시간만큼 이용료를 지불했고 사용 특성상 실시간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글을 올릴 때에 되도록 빨리 써야 한다. 통신 언어에서 줄인 말이 널리 쓰이는 것은 이러한 데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을 듯하다. 기존의 '담(다음)', '새(사이)' '잘각(잘가닥)' 등처럼 단어의 일부분을 줄인 말이 여기에 해당한다. 줄인 말은 단어의 가운데 부분을 줄이기도 하고 단어의 앞부분이나 뒷부분을 줄이기도 한다. 통신 언어에서는 (1ㄱ)처럼 단어의 가운데 부분을 줄이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1ㄴ)처럼 단어의 뒷부분을 줄인 말도 드물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방가'는 '반가워요'에서 뒷부분을 줄인 '반가'가 변한 말이고 '알바'는 '아르바이트'에서 뒷부분을 줄인 '아르바'를 다시 한 번 줄인 말이다. '넘'도 마찬가지이다. 통신 언어의 줄인 말에는 (1ㄷ)처럼 단어뿐만 아니라 구의 일부분을 줄인 말도 있다.
    통신 언어에는 (2)처럼 두자어(頭字語, 엄밀히 말해서 두음절어)인 줄인 말도 많다. 두자어란 구나 구절을 구성하는 단어의 첫 음절로 이루어진 말이다. 특히, (2ㄱ)처럼 한자어로만 구성된 구에서 줄어진 두자어가 상당히 많다. (2ㄴ)과 같이 그 밖의 경우에서도 어렵지 않게 두자어를 만들어 사용하고 있다.
    (3)은 어떤 본딧말을 어떻게 해서 줄인 것인지 쉽게 설명이 되지 않기 때문에 약간의 설명이 필요한 줄인 말들이다. '냉무'는 인터넷 게시판 등에서 내용이 없는 답글이나 댓글을 올릴 때 쓰는 말인데, '내용 없음'에서 '없음'을 '무(無)'로 대치하고 '내용'을 '냉'으로 줄인 말이다. '고딩'은 '고등학교'에서 단어의 뒷부분을 줄인 '고등'이 변한 말이고 '초딩', '중딩', '대딩', '노딩' 등은 '고딩'에 유추되어 만든 말로 보인다. 특히, '노딩'은 '늙은 사람'을 가리키는 말인데 이를 '노(老)'로 대치하고 여기에 '딩'을 접미사처럼 덧붙이고 있다. '당근'은 '당연하죠'에서 단어의 뒷부분을 줄인 '당연'을 이것과 발음이 유사한 '당근'으로 대치한 예이다. 왜 '당연'을 '당근'으로 대치하였는지 현재로선 밝히기 어렵다.
    통신 언어의 문제점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영어를 사용하는 국가들에서도 똑같이 지적되고 있다.(How r u? Wot u up2? 등) 그리하여 최근 옥스퍼드 대학교는 통신 언어에서 사용되는 몇몇 단어를 추가하여 개정된 사전을 발간한 바 있는데(B4←Before, HAND←Have A Nice Day, TX←Thanks 등) 이때 추가된 단어 또한 대부분 줄인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