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문화어의 이해

'강냉이창자'

전수태(田秀泰) / 국립국어연구원

국립국어연구원에서는 2001년에 비교적 최근인 1984년에서 1992년 사이에 북한에서 출간된 소위 '영화 문학', 즉 시나리오 34편을 대상으로 하여 문법 형태와 어휘 형태가 남한 말과 다른 것을 조사하여 단행본 보고서를 낸 바가 있다. 이는 북한의 구어체 문장을 이해하는 데에 많은 도움을 주게 될 것이다. 앞으로 이 보고서를 자료로 하여 우리에게 생소한 북한 말을 5~6회에 걸쳐 소개하기로 한다.
    '강냉이창자'는 '옥수수 이삭을 넣어 보관하는 설비의 한 가지'로서 흔히 땅바닥에서 띄워 짓는데 각재 같은 것으로 간벽을 만들고 벽체를 바람이 잘 통할 수 있게 나무로 성글성글하게 엮어 만들며 지붕은 띄워 씌우는데 바람이 잘 통하고 빛이 잘 들게 한 것이다. '창자'는 그 한자가 '창고(倉庫)'의 '倉'과 '모자(帽子)', '탁자(卓子)' 등의 '子'로 '창자(倉子)'가 아닌가 생각되지만 북한 국어사전에 한자가 나와 있지 않다. "...동철이, 부식토두 해야지, 당장 강냉이창자도 더 지어야지, 밭관수도 해야지...그런데 자네들까지 일판을 벌여놓으면 이건 농장이 벌둥지를 쑤셔놓은것 같지 않겠나?"<"정다운 불빛" 322>와 같은 예를 들 수 있다.
    '미타하다'는 '든든하지 못한 데가 있어 마음이 놓이지 않다'의 뜻이다. "어쩐지 미타할놈인줄 알면서도 우린 너무나도 경각심이 없었어요."<"언제나 한마음" 65>"와 같이 쓰인다.
    '빵짝나다'는 "조선말대사전"(1992)에는 나오지 않으나 미루어 짐작하면 '탄로나다'의 의미이다. "정말 대단한 희생성을 발휘했군요./ 아이쿠, 빵짝났구나."<"정다운 불빛" 324>, "우리가 비동기 전동기를 발전기로 개조하러 간다는걸 알면 당장 위원장동지한테 말해서 회수하자고 할거야. 자, 자, 빨리 순화를 빼놓구 떠나자구./ 그럼 독창은 어떻게 해요?/ 독창이 문제야? 당장 빵짝나겠는데...."<"정다운 불빛" 329> 등으로 쓰인다.
    '가공이 딸리다'에서 '가공'만 북한 사전에 나오고 '가공이 딸리다'는 보이지 않으나 '잔손질을 할 일손이 딸리다'로 풀이할 수 있다. "그래?! 됐어! 그러지 않아두 두톤 로를 살려놓구보니 가공이 딸려서 그러댔는데 마침 잘됐소."<"언제나 한마음" 33>와 같은 예가 있다.
    '가슴에 내려가다'는 북한 사전에 직접 나오지는 않지만 문맥적으로 보아 '용납되다', 용서되다'의 뜻이다. "난 사실 그 아바이를 믿어온게 분하구 버림을 받은게 가슴에 내려가지 않소."<"평범한 사람" 226>와 같이 쓰인다.
    '마음이 별나다'에서 '별나다'는 북한 사전에 '보통과는 다르게 특별하거나 이상하다'라고 풀이되어 있어 우리와 다른 것이 없다. 그러나 문맥에서는 쓰임이 우리와 달라 '섭섭하다', '아쉽다' 등의 의미가 있다. "철남이, 이 속보두 마지막이라구 생각하니 어쩐지 마음이 별났구만."<"아들들" 388>처럼 쓰인다.
    2002년 금년에는 남쪽에서는 전 세계인의 열광 속에 '월드컵' 대회가 개최되고, 북쪽에서는 민족 전통문화를 바탕으로 하는 '아리랑 축전'이 열린다. 이 두 행사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어 우리 겨레의 역량을 전 세계에 과시하는 좋은 계기가 되기를 새해 벽두에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