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 순화

법령문의 순화(5)

김문오(金文五) / 국립국어연구원

법령의 문장이 문법에 맞는 문장, 짜임새가 반듯한 문장을 지향해야 하는 것은 법령이 국가의 공식 문서이기 때문이다. 이번 호에도 법령문의 문장 중에서 문법에 어긋난 문장, 짜임새가 반듯하지 못한 문장의 예를 살펴보겠다.

(1)

傳貰權의 目的物의 全部 또는 一部가 傳貰權者 責任있는 事由로 因하여 滅失된 때에는 傳貰權者는 損害를 賠償할 責任이 있다.
<민법 제315조 제1항>

전세권의 목적물 전부나 일부가 전세권자에게 책임이 있는 사유로 멸실되었을 때에 전세권자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에 책임있는 사유'라는 표현에서는 격 조사가 잘못 사용되었고 띄어쓰기도 잘못되었다. '~에게 책임이 있는 사유'로 고쳐야 한다. '책임있는'은 한 단어가 아니므로 '책임이 있는'이라고 조사를 추가하고 띄어 써야 한다. 그리고 '~ 멸실된 때 전세권자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라는 표현에서는 '는'이 중복되어 자연스럽지 못한데, 전자의 '에는'을 '에'로 고치거나 후자의 '는'을 '에게'로 고치면 '는' 중복의 문제가 해결된다.
    그리고 '멸실된 때'의 어미 '-ㄴ'도 '-었을'로 바꾸는 것이 훨씬 자연스럽다. '-은 때'는 눈앞에 이미 벌어진 하나의 사건을 나타내기에 더 적절한 반면에 '-었을 때'는 눈앞에 벌어진 한 사건이 아니라 장차 일어날 수 있는 유사한 여러 사건을 나타내기에 더 적절하다. 그래서 '-었을 때'는 추측·예정·가능성 등에 상당히 개방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만일 우편물이 분실되거나 손상되었을 때는/*손상된 때는 그 손해 배상을 체신 당국에 청구할 수 있다. 구급낭 속엔 구급약과 함께 부상을 당했을 때/*당한 때 지혈을 시킬 수 있는 삼각건이 들어 있었다.]
    한편 '事由로 因하여'는 '사유로 말미암아'로 고칠 수 있으나 '사유로'라고 하는 것이 간결하여 더 낫다.

(2)

債務者아닌 者가 錯誤로 因하여 他人의 債務를 辨濟한 境遇에 債權者가 善意로 證書를 毁滅하거나 擔保를 抛棄하거나 時效로 因하여 그 債權을 잃은 때 辨濟者 그 返還을 請求하지 못한다.
<민법 제745조 제1항>

채무자 아닌 사람이 착오 타인의 채무를 변제한 경우에, 채권자가 변제금을 받고 선의로 증서를 훼손하여 없앴거나 담보를 포기하였거나 소멸 시효가 완료되어 그 채권을 잃었을 때에는 변제자가 변제금의 반환을 청구하지 못한다.

'훼멸하거나...포기하거나...잃은 때에는'이라는 표현에서 과거 시제(또는 시상)를 나타내는 관형형 어미 '-은'이 마지막 용언에만 붙어 있어서 자연스럽지가 않다. 세 경우가 모두 독립적인 성격이 있으므로 과거 시제 관형형 어미를 앞의 두 용언에도 넣는 것이 자연스럽다. 또한 '잃은 때'보다는 '잃었을 때'라고 표현하는 것이 더 자연스럽다.
    '채권자가'와 '선의로 증서를 훼멸하-' 사이에는 '변제금을 받고'라는 어구가 보충되어야 이해하기 쉽다. 그리고 '시효로 인하여'는 '소멸 시효가 완료되어'로 표현하는 것이 뜻이 분명해져서 더 좋다. '~ 그 債權을 잃은 때에는 辨濟者 ~'에서도 '는'이 중복되어 부자연스러운데, 후자의 '는'을 '가'로 고치든지 전자의 '에는'을 '에'로 고치면 '는' 중복의 문제가 해결된다.

법령의 문장이 문법에 맞고 짜임새가 반듯하면 국민들로 하여금 그 내용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하며 나아가 국민들의 바른 국어 생활에 이바지할 수 있다. 그러므로 입법 기관 종사자들이 법령문을 문법에 맞게 바로 작성하는 데 지금보다 더욱 많은 관심을 가져 주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