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담의 이해

얌전한 ○○○ 부뚜막에 먼저 올라간다

조남호(趙南浩) / 국립국어연구원

얌전한 ○○○ 부뚜막에 먼저 올라간다는 속담이 있다. 굳이 뜻을 설명할 필요가 없다. 흔히 듣고 쓰는 속담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에 들어갈 말은 무엇일까? 이 속담을 잘 아는 사람도 막상 ○○○에 들어갈 말이 고양이냐 강아지냐 물으면 고개를 갸웃거리기 십상이다.
    부뚜막에 올라가는 행위를 더 잘하기로는 고양이다. 그러면 고양이일 것 같다. 그렇지만 강아지라고 해서 안 될 이유가 없어 보인다. '얌전한'이라는 말이 있는 것으로 보아서는 오히려 강아지가 ○○○에 들어가야 속담으로서의 표현 효과가 더 클 것도 같다. 사전에는 어떻게 되어 있을까?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 자리에 고양이, 강아지, 심지어 개도 인정하였다.
    속담은 굳어진 형식으로 사용되는 표현이기는 하지만 이처럼 속담의 비유적인 효과가 손상되지 않는 한 속담을 구성하는 단어를 교체하는 일은 흔하다. 흔히 들을 수 있는 속담에서 몇 예를 뽑도록 하자.

가게 기둥에 입춘 가게 기둥에 주련, 개 발에 편자, 개 발에 주석 편자, 개 귀에 방울, 개 목에 방울, 개 대가리에 옥관자, 개 발에 대갈, 개 발에 버선, 개 발에 토시짝, 개에게 호 패, 거적문에 돌쩌귀, 사모에 갓끈, 사모에 영자, 삿갓에 쇄자질, 방립에 쇄자질, 홑중의에 겹말, 돼지우리에 주석 자물쇠, 돼지우리에 주석 천반자
어물전 망신은 꼴뚜기가 시킨다 생선 망신은 꼴뚜기가 시킨다, 과물전(果物廛) 망신은 모과가 시킨다, 과일 망신은 모과가 시킨다, 실과 망신은 모과가 시킨다, 황아장수 망신은 고불통이 시킨다, 집안 망신은 며느리가 시킨다, 집안 망신은 막냇자식이 시킨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 몸보다 배꼽이 더 크다, 아이보다 배꼽이 크다, 발보다 발가락이 더 크다, 눈보다 동자가 크다, 얼굴보다 코가 더 크다, 대가리보다 꼬리가 크다, 산보다 골이 더 크다, 산보다 호랑이가 더 크다, 기둥보다 서까래가 더 크다, 고추장이 밥보다 많다, 주인보다 객이 많다, 바늘보다 실이 굵다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란다 매달린 개가 누워 있는 개를 웃는다, 샛바리 짚바리 나무란다, 숯이 검정 나무란다, 언덕에 자빠진 돼지가 평지에 자빠진 돼지를 나무란다, 가랑잎이 솔잎더러 바스락거린다고 한다, 가마 밑이 노구솥 밑을 검다 한다, 가마가 솥더러 검정아 한다, 가마솥 밑이 노구솥 밑을 검다 한다, 허청 기둥이 칙간 기둥 흉본다, 뒷간 기둥이 물방앗간 기둥을 더럽다 한다
뒤로 호박씨 깐다 뒷구멍으로 호박씨 깐다, 똥구멍으로 호박씨 깐다, 밑구멍으로 호박씨 깐다, 밑구멍으로 노 꼰다, 밑구멍으로 숨 쉰다, 밑으로 호박씨 깐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 말 잃고 외양간 고친다, 도둑맞고 사립 고친다, 도둑맞고 빈지 고친다
걷기도 전에 뛰려고 한다 기지도 못하면서 뛰려 한다, 기기도 전에 날기부터 하려 한다, 기도 못하는 게 날려 한다
우물에 가 숭늉 찾는다 보리밭에 가 숭늉 찾는다, 콩밭에 가서 두부 찾는다, 싸전에 가서 밥 달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