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 순화

법령문의 순화(4)

김문오(金文五) / 국립국어연구원

한국가의 법령문은 공식 문서이므로 그 국민의 언어생활에 본보기가 될 만한 문장으로 작성하여야 한다. 그런데 법령문 중에는 문법에 어긋난 문장, 짜임새가 반듯하지 못한 문장이 많다. 다음은 그러한 예들 중의 일부이다.

(1)

"중앙선"이라 함은 차마의 통행을 방향별로 명확하게 구분하기 위하여 도로에 황색실선이나 황색점선등의 안전표지로 표시한 선 또는 중앙분리대·철책·울타리등으로 설치한 시설물을 말하며....
<도로교통법 제2조 '제4의 2호'>

'중앙선'은 차마의 통행을 방향별로 명확하게 구분하기 위하여 도로에 황색 실선이나 황색 점선 등의 안전표지로 도로의 중앙에 표시한 선 또는 중앙 분리대·철책·울타리 등과 같은, 도로의 중앙에 설치한 시설물을 말하며....

'설치하다'는 '~에 ~을 설치하다' 식의 구조를 갖는 타동사이므로, '(으)로'를 격 조사로 취하는 것은 문법에 맞지 않다. 그래서 '~과 같은, (도로 중앙에 설치한) 시설물'로 바꾸었다.
    한편, '중앙선'의 '중앙'이라는 의미가 살아나도록, 원문의 '~ 표시한 선'과 '~ 설치한 시설물'의 앞에 각각 '도로의 중앙에'를 보충하였다.

(2)

"안전지대"라 함은 도로를 횡단하는 보행자나 통행하는 차마의 안전을 위하여 안전표지 그밖 이와 비슷한 공작물로서 표시한 도로의 부분을 말한다.
<도로교통법 제2조 제10호>

"안전지대"는 도로를 횡단하는 보행자나 통행하는 차마의 안전을 위하여 안전표지, 그 밖 이와 비슷한 공작물로써 표시를 한 도로의 부분을 말한다.

'수단, 방편'을 나타내는 격 조사는 '로서'가 아니라 '로써'를 사용해야 옳다. 그리고 '그 밖의'는 관형어이고 '그 밖에'는 부사어인데, '이와 비슷하-'와 잘 호응하려면 부사어인 '그 밖에'가 적합하다. 그리고 '"안전지대"라 함은'은 '"안전지대"는'으로 바꾸는 것이 간결하여 더 좋다.

(3)

地上權이 消滅 때에는 地上權者 建物 其他 工作物이나 樹木을 收去하여 土地를 原狀 回復 하여야한다.
<민법 제285조 제1항>

지상권이 소멸하였을 때에는 지상권자(또는 ~ 때에 지상권자) 건물 기타 공작물이나 수목을 수거하여 토지를 원상대로 회복하여야 한다.

'소멸한 때'는 '소멸하였을 때'로 고치는 것이 자연스럽다. '~ 때에는 지상권자는'은 보조사 '는'이 중복되어 부자연스러우므로 '~ 때에는 ~가' 또는 '~ 때에 ~는'으로 고칠 필요가 있다. '회복하다' 앞의 부사격 조사에 잘못이 있는데, '원상에'가 아니라 '원상대로'를 쓰는 것이 옳다.

(4)

夫婦의 一方은 다음 各號의 事由가 있는 境遇에는 家庭法院에 離婚을 請求할 수 있다.
1. 配偶者 不貞한 行爲가 있었을 때
<민법 제840조 제1호>

부부 중의 한쪽은 다음 각 호의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가정 법원에 이혼을 청구할 수 있다.
1. 배우자에게 부정한 행위가 있었을 때(또는 배우자가 부정한 행위를 하였을 때)

부사격 조사 '에'와 '에게'는 그 용법에 차이가 있다. 소속이나 위치, 행동이 미치는 대상을 나타낼 때, 유정물 뒤에는 '에게'를 쓰고 무정물 뒤에는 '에'를 쓴다.(예:{그 집에/*그집에게/영희에게/*영희에} 무슨 일이 생겼을까?, {화분에/*화분에게/동생에게/*동생에} 물을 준다.)

(5)

一家創立 또는 分家로 因하여 戶主가 된 者는 他家에 入養하기 爲하여 廢家할 수 있다.
<민법 제793조>

일가 창립 또는 분가 호주가 된 사람은 타가(他家)에 입양되기 위하여 폐가할 수 있다.

' 입양하다'는 '~가 ~를 입양하다'라는 구조를 갖는 타동사이다. 그런데 위 문맥에서는 '~가 ~에 입양되다'라는 구조에 맞는 자동사 '입양되다'가 필요하다. 한편 '~로 인하여'는 간략히 '~로'만으로도 이유·원인을 나타낼 수 있다.

(6)

醫療業에 從事하고 自身이 診察 또는 檢案한 醫師·齒科醫師 또는 韓醫師가 아니면 診斷書·檢案書 또는 證明書를 交付하지 못한다. (하략)
<의료법 제18조 제1항>

의사·치과 의사 또는 한의사가 의료업에 종사하면서 직접 진찰하거나 검안하지 아니하였을 때에는 진단서·검안서 또는 증명서를 교부하지 못한다.

'의료업에 종사하고'라는 성분의 위치와 어미가 부적절하여 '자신이 진찰 또는 검안한'과 잘 호응되지 않는다. '~ 종사하'를 '~ 종사하면서'로 바꾸어서 '직접 진찰하거나 검안하지 아니하였을 때'의 앞에 두는 것이 훨씬 더 이해하기 쉽다. 그리고 '自身이 診察 또는 檢案한 의사가 아니면 진단서를 교부하지 못한다'라는 표현보다는 '의사가 직접 診察 또는 檢案하지 않았을 때에는 진단서를 교부하지 못한다'라는 표현이 더욱 자연스럽다.

(7)

醫療人은 이 法 또는 다른 法令에서 特히 規定된 경우를 제외하고는 그 醫療·助産 또는 看護에 있어서 知得한 他人의 秘密을 漏泄하거나 發表하지 못한다.
<의료법 제19조>

의료인은 이 법 또는 다른 법령에서 특별히 규정된 경우를 제외하고는 그 의료 행위(또는 치료)·조산 또는 간호를 하면서 알게 된 타인의 비밀을 누설하거나 발표하지 못한다.

'~에 있어서 知得한'이라는 표현은 일본어식이어서 매우 부자연스럽다. '의료·조산·간호에 있어서 知得하다'라는 표현보다 '의료 행위(또는 치료)·조산·간호를 하면서 알게 되다'라는 표현이 한결 자연스럽다. 원문의 '의료'를 '의료 행위(또는 치료)'로 고친 것은'의료·조산·간호를 하면서'라는 표현을 그대로 쓰면 문장 호응 관계로 볼 때, '*의료를 하다'라는 비문법적인 표현이 형성되기 때문이다. 한편 '특히 규정된'도 '특별히 규정된'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더 자연스럽다.

법령의 문장이 국민의 언어생활에 본보기가 될 만한 문장이 되려면, 문법에 맞는 문장, 짜임새가 반듯한 문장을 써야 한다. 문장 성분 간의 호응 관계를 제대로 지키며, 조사와 어미를 그 기능에 맞게 사용하는 것은 문법에 맞고 짜임새가 반듯한 문장을 쓰는 데 꼭 필요한 일이다. 따라서 입법 기관의 종사자들은 법령문 바로 쓰기에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만약 입법 기관 종사자들이 자체의 힘만으로 법령문을 바로 쓸 수 없다면 국어학 관련 연구 기관과 공동 작업을 해서라도 법령문을 바로 써야 한다.
    규범에 맞는 법령문은 국민들이 법을 더욱 쉽게 이해하도록 할 것이며, 법령의 권위나 국가의 위신도 높여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