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담의 이해

계란(鷄卵)에도 뼈가 있다?

조남호(趙南浩) / 국립국어연구원

속담 하나가 만들어지고 나서 그 속담의 사용 기간이 길어지게 되면 점차 그 속담이 만들어진 유래를 아는 사람이 줄어들게 된다. 그렇게 되면 원래의 속담은 엉뚱하게 변할 수도 있다. 이미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속담 중에는 원래의 모습에서 변한 속담도 있다. 이번 호에서는 그런 속담 몇 개를 소개하도록 한다.

계란에도 뼈가 있다:일이 잘 안되던 사람이 모처럼 좋은 기회를 만났으나 그 일마저 역시 잘 안될 때 사용하는 속담이다. 계란에도 뼈가 있는 것과 일이 잘 안되는 것이 무슨 관 계가 있는 것일까? 계란에 뼈가 있다는 말이 무슨 뜻인가? 퍽 이상한 속담이다. 결론부 터 말하면 이 속담에는 '뼈'가 아니라 '곯다'라는 말이 쓰여야 했다. "송남잡지(松 南雜識)"에 이 속담에 얽힌 유래가 나온다. 황희 정승이 매우 가난하여 임금이 하루 동 안 성문으로 들어오는 모든 물건을 정승에게 주라는 명령을 내렸다. 그런데 마침 많은 비가 와서 들어오는 물건이 없었다. 해 질 무렵 계란 한 꾸러미가 들어와서 그 계란을 삶았으나 모두 곯아서 한 알도 먹지 못하였다. 여기서 유래한 속담을 '계란유골(鷄卵有 骨)'이라고 적었던 데서 문제가 생긴 것이다. '곯다'라는 말을 한자로 적을 길이 없 어서 한자의 음을 빌려 '骨'로 적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 속담이 생긴 유래를 몰라서 '骨'을 한자의 뜻 그대로 '뼈'로 해석하면서 '계란에도 뼈가 있다'라는 속담으로 둔갑한 것이다.

내 일 바빠 한댁 방아 : 이 속담은 '내 일 바빠 한데 방아'로 더 잘 알려져 있다. 내 일을 하기 위하여 다른 사람의 일부터 할 때 사용하는 속담이다. '한데 방아'라고 하면 집 바깥에서 방아를 찧는다는 의미일 것이다. 자기 일을 서둘러 하기 위해서 집 바깥으로 나와 방아를 찧었던 데서 생긴 속담일까? 이 속담의 유래를 보면 '한데'는 '한댁' 이 변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삼국유사(三國遺事)"에 따르면 신라 때 '욱면(郁面)' 이라는 계집종이 빨리 절에 가서 염불하기 위하여 대가(大家)의 주인이 시킨 쌀 찧는 일을 부지런히 하였다고 한다. '대가(大家)'에 대응하는 고유어가 곧 '한댁'이다.

강원도 안 가도 삼척 : 방이 몹시 추움을 이르는 속담이다. 지명이 속담에 사용되는 예들이 있기는 하다. 그런데 '삼척'과 방이 추운 것이 무슨 상관이 있어서 이런 속담이 생 긴 것일까? 삼척 지방이 유난히 방이 추워서 생긴 속담일까? 이 속담도 '삼청'이라 는 말이 '삼척'으로 변한 것임을 알면 쉽게 이해될 수 있다. '삼청', 즉 옛날 금군 삼청(禁軍三廳)의 방에는 불을 때지 않아 방이 매우 찼다고 한다.

구렁이 제 몸 추듯 : 자기 자랑만 하는 것을 이르는 속담이다. 왜 하필 '구렁이'일까? 구렁 이가 유달리 제 자랑을 잘하는 동물인가? '구렁이'는 중국 초나라의 시인인 '굴원(屈 原)'이 변한 것으로 보기 도 한다. 그렇게 보면 쉽게 이해될 수 있는 속담이다. 굴원의 글에는 자화자찬하는 내용이 많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