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 순화

법령문의 순화(3)

김문오(金文五) 국립국어연구원

우리의 법 중 민법, 형법, 헌법과 같은 일반법은 우리 국민 누구나 적용을 받는 법이다. 그런데 법전을 펼쳐서 직접 법을 좀 알고자 할 때, 아마 답답한 마음으로 법전을 덮어 버리는 사람이 많으리라고 짐작된다. 법령문 이해의 걸림돌은 한자어인 경우가 많다. 이번 호에도 민법에 나오는 어휘 중에서 순화가 필요한 것들을 살펴보겠다.

(1)

① 土地所有者는 煤煙, 熱氣體, 液體, 音響, 振動 其他 이와 類似한 것으로 이웃 土地의 使用을 妨害하거나 이웃 居住者의 生活에 苦痛을 주지 아니하도록 適當한 措處를 할 義務가 있다.
② 이웃 居住者는 前項의 事態가 이웃 土地의 通常의 用途에 適當한 것인 때에는 이를 忍容할 義務가 있다.
<민법 제217조 제1항, 제2항>

(수정문)

① 토지 소유자는 매연, 열기체(熱氣體), 액체, 음향, 진동, 기타 이와 유사한 것으로 이웃 토지의 사용을 방해하거나 이웃 거주자의 생활에 고통을 주지 아니하도록 적당한 조처를 할 의무가 있다.
② 이웃 거주자는 전항(前項)의 사태가 이웃 토지의 통상의 용도에 적당한 것인 때에는 이를 참고 견딜(또는 참고 받아들일) 의무가 있다.

'인용(忍容)'은 '(너그러운 마음으로) 참고 받아들임. 참고 용서함'이라는 뜻을 가진 한자어다. 그런데 '引用, 仁勇, 認容(인정하여 받아들임)'이라는 동음이의어들은 각종 국어 대사전에 나오지만, '忍容'은 안 나온다. '인용(忍容)'은 일반 국민에게는 생소한 단어라고 볼 수 있으므로 쉬운 단어로 대체하는 것이 좋다.

(2)

土地所有者가 貯水, 排水 또는 引水하기 爲하여 工作物을 設置한 境遇에 工作物의 破損 또는 閉塞으로 他人의 土地에 損害를 加하거나 加할 念慮가 있는 때에는 他人은 그 工作物의 補修, 閉塞의 疏通 또는 豫防에 必要한 請求를 할 수 있다.
<민법 제223조>

(수정문)

토지 소유자가 물을 저장하거나 빼거나 대기 위하여 공작물을 설치한 경우에 공작물이 파손되거나 막혀서 타인의 토지에 손해를 입히거나 입힐 염려가 있을 때에, 그 피해 당사자나 피해 예상자는 공작물의 보수, 막힌 것의 소통 또는 피해 예방에 필요한 청구를 공작물을 설치한 토지 소유자에게 할 수 있다.

'인수(引水)'보다는 '물 대기'가 더 쉬운 표현이며 '공작물의 폐색'보다는 '공작물의 막힘'이 더욱 쉬운 표현이다. (다만, 양수기, 펌프 등과 같은 공작물의 어떤 부품의 관로(管路)가 막히는 것인지, 고장난 공작물 자체가 타인의 토지 일정 부분을 막고 있는 것인지, 현재의 문맥만으로는 불분명하다.)
    위 문장에서는 부적절한 표현도 발견된다. '타인의 토지에 손해를 가하거나 가할 염려가 있는 때에는 타인은 ~'보다는 '타인의 토지에 손해를 입히거나 입힐 염려가 있을 때에, 그 피해 당사자나 피해 예상자는 ~'이 더욱 자연스럽다. 왜냐하면 원래의 문장에서는 앞의 타인과 뒤의 타인 간에 긴밀성이 떨어져 양자가 동일인이라는 보장을 할 힘이 미약한 데 비하여, 수정한 문장에서는 그 두 타인이 동일인임을 확실히 보장해 주기 때문이다. 한편 '{열, 압력, 타격, 충격, 박차}을/를 가하다' 등은 행위자가 동작을 능동적으로 통제할 수 있어서 자연스럽지만, 그렇지 않은 '손해를 가하다'는 부자연스러워서 '손해를 입히다'로 바꾸었다. 그리고 '예방에 필요한 청구를 할 수 있다'는 문장 성분의 생략이 심한데, '피해 예방에 필요한 청구를 공작물을 설치한 토지 소유자에게 할 수 있다'라고 표현하는 것이 이해를 돕는다.

(3)

組合員中에 辨濟할 資力없는 者가 있는 때에는 그 辨濟할 수 없는 部分은 다른 組合員이 均分하여 辨濟할 責任이 있다.
<민법 713조>

(수정문)

조합원 중에 빚 갚을 (자금) 능력이 없는 사람이 있을 때에 그 갚을 수 없는 부분은 다른 조합원이 똑같이 나누어 갚을 책임이 있다.

'자력(資力)'은 '자금 능력, 지급 능력, 경제적 능력'이란 뜻의 단어인데, 일반 국민에게는 대단히 낯설고 어려운 단어라 여겨진다. '변제할 자력'은 '빚 갚을 (자금) 능력'이라고 표현하면 이해하기 쉽다. 그리고 '균분(均分)하다'도 '똑같이 나누다'로 표현하면 훨씬 이해하기 쉽다. 한편 '~ 있 때'라는 표현은 '~ 있 때'라고 고치는 것이 한결 자연스럽다.
    현행 법령문에는 일반 국민들이 잘 쓰지 않는 어려운 한자어가 많다. 특수한 전문가나 특수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에게만 적용되는 법령이라면 사정이 좀 다르겠지만, 일반 국민 대다수의 삶에 밀접하게 관련되는 법령의 문장은 쉬운 어휘로 작성되어야 마땅하다. 그렇게 쉬운 어휘로 법령문이 작성되면 불필요한 분쟁도 줄어들 것이고, 사회적인 약자들이 법의 보호를 더욱 확실히 받을 수 있을 것이며, 대다수 국민이 법을 더욱 잘 준수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