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담의 이해

"삼국지(三國志)"와 속담

조남호(趙南浩) / 국립국어연구원

중국의 나관중이 지은 "삼국지"-"삼국지연의(三國志演義)"-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오랫동안 애독해 온 책으로, 그 내용이 널리 알려져 우리 고유의 음악인 판소리 다섯 마당의 하나로 "적벽가"가 있을 정도이다. "삼국지"를 읽지 않은 사람조차도 유비(劉備), 조조(曹操), 제갈량(諸葛亮) 등 주요 등장인물들의 이름과 역할은 안다.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진 인물이라면 속담의 소재로 쓰일 충분한 조건이 된다. 일상에서 흔히 접하는 것을, 속담을 만들 때 이용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삼국지"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속담의 소재로 쓰인 예들이 여럿 있다.
    그렇지만 주요 인물 순서로 속담에 자주 등장하는 것은 아니다. 누가 속담에 쓰이기에 적합한 인물인가에 따라 차이가 있다. 가장 인기가 좋은(?) 인물은 장비이다.

장비는 만나면 싸움 만나기만 하면 시비를 걸고 싸우려고 대드는 사람을 이르는 말.
장비하고 쌈 안 하면 그만이지 상대편이 아무리 싸움을 잘해도 이쪽에서 상대하지 아니하면 싸움은 일어나지 아니함을 이르는 말.
장비 호통이라 큰소리로 몹시 야단스럽게 꾸짖음을 이르는 말.
장비야 내 배 다칠라 아니꼽게 잘난 체하며 거드름을 피우는 사람을 비꼬아 이르는 말.
장비더러 풀벌레를 그리라 한다 세상에서 큰일을 하는 사람에게 자질구레한 일을 부탁하는 것은 합당하지 아니함을 이르는 말.

끝 속담을 빼면 싸움이나 하고 잘난 체하는 인물로 설정되어 있으니 별로 좋게 인식이 되지 못한 셈이다.
    다음으로 자주 나오는 인물은 제갈량이다. 뛰어난 책략가이고 충성스러웠던 인물인 제갈량은 속담에서도 좋게 그려진다.

구두장이 셋이 모이면 제갈량보다 낫다 여러 사람의 지혜가 어떤 뛰어난 한 사람의 지혜보다 나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돈이 제갈량 돈만 있으면 못난 사람도 제갈량같이 될 수 있다는 뜻으로, 돈만 있으면 무엇이나 다 할 수 있음을 이르는 말.
제갈량이 왔다가 울고 가겠다 지혜와 지략이 매우 뛰어난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제갈량이 칠성단에서 동남풍 기다리듯 무엇을 잔뜩 기다리는 모양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삼국지"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조조이다. 간계(奸計)를 쓰는 나쁜 인물로 묘사되고 있으니 속담에서의 평이 좋을 리 없다.

조조는 웃다 망한다 자신만만하며 웃다가 언제 망신을 당할지 모른다는 말.
조조의 살이 조조를 쏜다 지나치게 재주를 피우면 결국 그 재주로 말미암아 자멸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항우는 고집으로 망하고 조조는 꾀로 망한다 고집 세우는 사람과 꾀부리는 사람을 경계하는 말.

"삼국지"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인 유비에 대한 평도 그리 좋은 편은 아니다.

유비가 한중(漢中) 믿듯 모든 일을 굳게 믿어 의심하지 아니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유비냐 울기도 잘한다 잘 우는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그런데 주요 등장인물 중의 하나인 관우는 속담에는 등장하지 않는다. 속담의 소재로 삼을 만한 특징이 없는 까닭인 듯하다. 대신 유비의 부하였던 다른 인물, 조자룡(趙子龍)이 등장하는 속담이 있다.

조자룡이 헌 창[칼] 쓰듯 돈이나 물건을 헤프게 쓰는 경우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