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쓰레기 분리 수거는 누가 해야 하나?’

김영진 / 군산 영광여자고등학교

다음은 어떤 시험에서 맞춤법에 맞는 것을 고르라는 물음과 함께 제시된 지문입니다.

철수는 어머니를 도와 설겆이를 하였다. 철수는 먹다 남은 찌게온갖 반찬 찌꺼기를 쓰레기통에 버리려고 하였다. 그때 테레비젼을 보고 계시든 어머니께서 놀라며 말씀을 하셨다. “얘, 안 돼. 분리 수거를 해야지.”

‘분리(分離)’는 나누어 따로 떼어 낸다는 뜻을 지닌 말이고, ‘수거(收去)’는 거두어 간다는 뜻을 지닌 말이므로 ‘분리 수거’는 나누어 거둬 간다는 말입니다. 쓰레기를 나누어 거둬 가는 일은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이 해야 할 일이 아니지요.(‘분리’도 ‘분류’라고 해야 합니다. 쓰레기를 종류별로 나눈다는 뜻이니까요.)

그런데 분리 수거를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이 해야 할 일이나 되는 듯이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에게 자꾸만 분리 수거하라고 하니 정말 답답할 노릇입니다. 위의 글에서도 철수 어머니가 자기 아들 철수에게 환경 미화원이 하는 일을 하라고 말하고 있으니 어리둥절해야 할 텐데 그렇지가 않습니다. ‘쓰레기 분리 수거’라는 말을, 출제자도 쓰레기를 나누어 버리라는 말로 알고 문제를 냈을 것이고 수험생들 또한 그렇게 생각하고 문제를 풀었을 것이니 참 ‘신기한 한글 나라’죠.

‘쓰레기 분리 수거’는 ‘쓰레기 나눠 거두기’입니다. ‘쓰레기 분리 수거’는 환경 미화원들이 할 일이고, 우리는 ‘쓰레기 나눠 버리기’를 해야 한다고 ‘골백번’ 얘기해도 아무 생각 없이 ‘쓰레기 분리 수거’를 하자고 떠드는 사람들은 우리 모두를 환경 미화원 만들 작정을 한 사람들일까요? 온 국민이 쓰레기를 버리고서는 다시 수거해 집 안으로 들고 들어가야 한다는 말인데, 이게 말이 됩니까? 시험 문제에까지 이런 말을 거리낌 없이 써 놓으니 한심한 생각이 들 수밖에요.

쉬운 고유어를 놓아 두고 되지도 않는 한자어을 써 대다 보니 말이 정반대로 뒤틀리고 말았습니다. 그냥 편하게 ‘쓰레기 나누어 버리기’ 하면 되잖겠습니까? “쓰레기를 분리 수거합시다.” 하지 말고, “쓰레기를 나누어 버립시다.” 하고 마음 편하게 말하면 됩니다. 환경 미화원들은 ‘어렵게’ 쓰레기 분리 수거를 하지 말고 ‘쉽게’ 나눠 거둬 가면 되고요.

‘수거해 가다’라는 말도 많이 쓰이는데 이 말에는 ‘가다’라는 뜻이 겹쳐 있습니다. ‘역전 앞’이나 같은 표현이죠. 쉽게 말하면 됩니다. ‘거둬 가다’라고 하세요. 말은 쉽게 할수록 그 뜻이 분명해집니다. 말은 쉽게 할수록 아름답습니다.
    (위 문제의 정답은 ㉢입니다. ㉠은 ‘설거지’, ㉡은 ‘찌개’, ㉣은 ‘텔레비전’, ㉤은 ‘계시던’으로 써야 맞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