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언어의 오용 사례

문장 표현

최용기(崔溶奇) / 국립국어연구원

광고의 문안이 목표하는 바는 적은 분량의 문안 속에 비교적 많은 정보를 가장 효과적으로 담아내는 일일 것이다. 그런데 이런 목표에 지나치게 치우치다 보면 너무 적은 분량의 간결한 표현을 선호하게 되고, 이로 말미암아 전체 문장에 잘못이 발생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번 호에서는 잘못 사용된 문장 표현 중에서 조사와 어미를 중심으로 살펴볼 것이다.(→는 바른 표현을 보임.)

(1) 그날의 피로는 그날에(→그날) 푼다. (○○ 약품)
(2) 우리나라 배로만(→배만을) 갈아 만듭니다. (○○ 음료)
(3) 뛰면서 즐기는 차가운 커피 한 잔의(→한 잔을 마시고 싶은/커피를 향한) 유혹 (○○ 음료)
(4) 약은 약사에게(→약사와) 상의하십시오. (○○ 제약)

광고 문장에서 잘못 사용된 조사는 한두 가지의 특정 조사에만 국한되지 않고 매우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1)의 ‘그날에 푼다’는 문장 전체에서 볼 때 ‘그날’은 ‘오늘’이나 ‘올해’, ‘지금’과 같은 명사인데 이 말들은 특정한 조사와 결합되지 않고 그 자체가 부사로 쓰인다. ‘오늘에 비가 온다’라는 표현을 쓸 수 없음과 같다. (2)의 ‘배로만 갈아 만듭니다’는 조사 ‘로’를 잘못 사용함으로써 서술어와 문장 성분 사이의 관계가 부자연스럽게 되었다. 동사 ‘갈다’는 ‘누가 무엇을 갈다’와 같이 목적어를 취하는 타동사이다. 따라서 ‘배만을 갈아 만듭니다’라고 쓰는 것이 더 자연스럽다. (3)의 ‘커피 한 잔의 유혹’은 조사 ‘의’를 잘못 사용함으로써 마치 ‘커피 한 잔’이라는 사물이 사람을 유혹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으므로 이것은 잘못된 표현이다. ‘커피 한 잔’과 ‘유혹’은 ‘커피를 한 잔 마시고 싶은 유혹’ 또는 ‘커피 한 잔을 향한 유혹’처럼 관계를 맺어 주는 것이 자연스럽다. (4)의 ‘약사에게 상의하십시오’는 조사 ‘에게’를 잘못 사용한 경우이다. 동사 ‘상의(相議)하다’는 ‘에게’가 붙은 성분을 취할 수 없다. ‘상의(相議)’가 ‘서로 이야기하다’이므로 ‘누구누구에게 상의하다’처럼 쓰일 수 없다. 따라서 ‘약사와 상의하십시오’로 고쳐야 자연스럽다. 만약 ‘약사에게’를 그대로 두고 싶다면 ‘약사에게 문의하십시오’ 정도로 서술어를 고치는 것이 좋다.

(5) 3단계 칫솔모 톡 튀어나오니까(→튀어 나와 있으니까) 똑 소리 나네. (○○ 존슨)
(6) 최고의 품질을 만드는 것(→만든다는 것), 이것이 ○○의 자부심입니다. (○○ 유업)
(7) 멋진 하루가 되세요.(→하루를 보내시기 바랍니다) (○○ 양말)

다양한 활용 어미는 조사와 함께 국어의 중요한 문법적 특징을 보여 준다. 문장의 의미를 정확하고 분명하게 표현하는 데에는 어미의 정확한 사용은 필수적이다. (5)의 ‘톡 튀어나오니까’는 어미 ‘-니까’를 잘못 사용함으로써 표현이 부자연스럽다. 지속되는 ‘상태’의 의미를 나타내려면 ‘튀어 나와 있으니까’로 고쳐야 자연스럽다. (6)의 ‘최고의 품질을 만드는 것’은 문맥으로 보아 ‘자부심’을 느낀다는 것은 이미 인정된 사실어야 하는데 관형사형 어미 ‘-는’을 결합해서는 기정 사실로 받아들일 수 없다. 어미 ‘-ㄴ다는’을 사용하여 ‘만든다는 것’으로 고쳐야 자연스럽다. (7)의 ‘되세요’는 명령법에 속한다고 할 수 있는데, ‘(사람이) 멋진 하루가 되다’는 부자연스럽다. 우리의 일상 대화에서 흔히 쓰이기는 것이지만 ‘기원’이나 ‘바람’을 나타내려면 ‘하루를 보내시기 바랍니다’로 고치는 것이 자연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