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자 표기법의 이해

잘못 알기 쉬운 것

김세중(金世中) / 국립국어연구원

이번 호에서는 로마자 표기법에 대해 사람들이 잘못 알기 쉬운 것을 모아 정리해 보기로 한다.
    첫째, 로마자 표기는 음절별로 하는 것이 아니라 단어 전체를 적는 것이다. 예를 들어 ‘대전’을 로마자로 표기해 보라고 하면 Daejeon이라고 바로 쓰는 사람은 의외로 적고 Dae Jeon으로 적거나 DaeJeon, Dae-Jeon으로 적는 사람들이 많다. 우리말의 고유 명사는 주로 지명, 인명, 회사명 등인데 이들은 대체로 한자어이다. 그런데 한자어는 그것을 이루는 음절 하나하나가 뜻이 있기 때문에 자칫 음절별로 로마자 표기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대전’이라고 하면 ‘대전’ 전체가 하나의 고유 명사이다. 따라서 ‘대전’을 로마자로 적을 때에는 ‘대전’ 전체의 첫 글자만 대문자로 하고 나머지 글자는 소문자로 이어 써서 Daejeon으로 적어야 맞다. 몇 예를 더 들어 보면, ‘수안보’는 Suanbo, ‘판문점’은 Panmunjeom, ‘세검정’은 Segeomjeong로 적어야 하고 Su An Bo, Pan Mun Jeom, Se Geom Jeong로 적어서는 안 된다.
    둘째, 로마자 표기는 발음을 적는 것이지 한글 표기를 그대로 로마자로 옮기는 것이 아니다. 예컨대 ‘대관령’은 발음이 [대괄령]이므로 [대괄령]을 로마자로 옮겨야 한다. ‘청량리’도 마찬가지이다. ‘청량리’의 발음은 [청냥니]이므로 [청냥니]를 로마자로 옮겨야 한다. 따라서 ‘대관령[대괄령]’은 Daegwallyeong, ‘청량리[청냥니]’는 Cheongnyangni로 적어야 한다. 또 ‘강릉[강능]’은 Gangneung, ‘문래동[물래동]’은 Mullae-dong가 된다.
    물론 한글 표기가 곧 발음인 경우가 더 많다. 예컨대 ‘부산’, ‘대구’, ‘광주’ 따위는 한글 표기와 발음이 일치한다. 즉 ‘부산’은 [부산], ‘대구’는 [대구], ‘광주’는 [광주]로 발음된다. 따라서 각각 Busan, Daegu, Gwangju로 적는다. 한자어 중에서 한글 표기와 발음이 다른 경우는 다음과 같다.

  1. ‘ㄱ, ㄷ, ㅂ’이 ‘ㄴ, ㅁ’ 앞에서 ‘ㅇ, ㄴ, ㅁ’이 되는 경우
    (예) 북문동[붕문동] Bungmun-dong       갑문[감문] Gammun
  2. ‘ㄹ’이 ‘ㅁ, ㅇ’ 뒤에서 ‘ㄴ’이 되는 경우
    (예) 탐라[탐나] Tamna     종로[종노] Jongno
  3. ‘ㄹ’이 ‘ㄱ, ㅂ’ 뒤에서 ‘ㄴ’이 되는 경우 (이때 ‘ㄱ, ㅂ’은 ‘ㅇ, ㅁ’이 된다.)
    (예) 속리산[송니산] Songnisan       탑리[탐니] Tamni
  4. ‘ㄹ’이 ‘ㄴ’ 뒤에서 ‘ㄴ’이 되는 경우
    (예) 신문로[신문노] Sinmunno       남대문로[남대문노] Namdaemunno
  5. ‘ㄴ’이 ‘ㄹ’ 앞에서 ‘ㄹ’이 되는 경우
    (예) 신라[실라] Silla
  6. ‘ㄹ’ 뒤에서 ‘ㄴ’이 ‘ㄹ’이 되는 경우
    (예) 별내면[별래면] Byeollae-myeon

이 밖에도 한글 표기와 발음이 다른 경우로 거센소리되기와 된소리되기가 있지만 이들은 발음대로 적지 않고 한글 표기대로 적는다. 예를 들어, ‘묵호’는 ‘ㄱ’과 ‘ㅎ’이 만나 [무코]로 발음되므로 발음을 로마자로 표기하면 Muko가 된다. 그러나 거센소리되기는 로마자 표기를 할 때에 무시하기로 되어 있다. 즉 거센소리되기의 경우 소리대로 적지 않고 ‘ㅎ’을 h로 살려 적도록 되어 있다. 된소리되기도 마찬가지로 무시한다. 예컨대 ‘울산’은 발음이 [울싼]이어서 [울싼]을 적으면 Ulssan이지만 된소리되기는 무시하기 때문에 Ulsan으로 적는다. 거센소리되기의 경우 ‘ㅎ’이 로마자로 표시되어야 언중에게는 더 이해하기가 쉽고, 된소리되기의 경우 된소리로 나는 현상 자체가 불규칙적이기 때문에 무시하게 된 것이다.
    새 로마자 표기법에 따르면 ‘ㄱ, ㄷ, ㅂ’은 모음 앞에 올 때에는 g, d, b로 적지만 단어 끝이나 자음 앞에 올 때에는 k, t, p로 적게 되어 있다. 즉 ‘가’, ‘다’, ‘바’는 ga, da, ba로 적지만 ‘각’, ‘닫’, ‘밥’은 각각 gak, dat, bap로 적는다. 이와 관련하여 사람들이 흔히 실수를 저지르는 것은 ‘목아’, ‘집안’과 같은 말이다. ‘목아’, ‘집안’을 표기할 때에 ‘ㄱ’, ‘ㅂ’이 받침으로 표기되어 있다고 해서 자칫 Moka, Jipan으로 표기하기 쉽다. 그러나 ‘목아’는 발음이 [모가]이고, ‘집안’은 발음이 [지반]이다. 따라서 Moga, Jiban으로 적어야 한다.
    현행 로마자 표기법은 단어의 발음을 옮기는 것을 원칙으로 하기 때문에 ‘목아’와 ‘모가’의 표기가 똑같이 Moga이다. 표기법의 원칙이 그러하므로 ‘목아’와 ‘모가’의 로마자 표기가 똑같은 것을 잘못이라고 할 수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