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間)’의 띄어쓰기
임동훈(林東勳) / 국립국어연구원
국어에서 ‘간(間)’은 흔히 의존 명사로 쓰인다. 그러므로 ‘간(間)’이 의존 명사로 쓰이는 한 ‘간(間)’을 앞말과 띄어 쓰는 것은 당연하다. 의존 명사는 문장 안에서 홀로 쓰이지 못하고 항상 앞말에 의존하여 쓰이는데, 이때 의존 명사와 앞말은 한 단어를 이루지 않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1)에서처럼 의존 명사 ‘간(間)’이 쓰인 구성은 마땅히 띄어 써야 옳다. ‘간(間)’과 그 앞말의 결합인 ‘국가 간’과 ‘서울과 신의주 간’이 모두 한 단어가 아니기 때문이다.
‘간(間)’이 의존 명사로 쓰일 때에 ‘간(間)’은 일반적으로 ‘사이’의 뜻을 나타내고 그 앞에 오는 말은 보통 복수의 개체를 가리킨다.
즉 (2)에서와 같이 띄어 쓰는 ‘간(間)’은 ‘사이’의 뜻으로 해석되고 그 ‘간(間)’ 앞의 말들이 모두 복수로 해석된다. 이런 점에서 (2가)의 ‘국가 간’은 ‘국가들 간’과 그 뜻이 다르지 않다.
그런데 ‘간(間)’은 의존 명사의 용법 외에 접미사의 용법도 있어 그 띄어쓰기가 일률적이지 않다.
위에서 보듯이 ‘간(間)’이 기간을 나타내는 말 뒤에 붙어 ‘동안’의 뜻을 나타낼 때에는 ‘간(間)’을 접미사로 보아 붙여 쓰기 때문이다. 그러나 (3)의 경우는 (1)이나 (2)의 부류와 비교적 쉽게 구별되므로 위에서 언급한 ‘간(間)’의 띄어쓰기에서는 별다른 어려움을 겪지 않는다.
‘간(間)’의 띄어쓰기를 할 때 정작 어려운 점은 아래 (4)에서 보듯이 ‘간(間)’이 앞말과 함께 한 단어로 굳어진 예들이 꽤 있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우리는 (4)의 부류를 특별히 기억하여 (2)나 (3)의 부류와 구별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간(間)’의 띄어쓰기를 할 때에는 붙여 쓰는 (4)의 부류를 따로 외우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4)의 일부는 문맥에 따라 한 단어가 아니라 의존 명사 ‘간(間)’이 쓰인 구성으로 해석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부부간, 인척간’ 등은 ‘부부들 간, 인척들 간’으로 해석되는 ‘부부 간, 인척 간’과 구별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위에서 ‘간(間)’ 앞에는 모두 ‘인척’이라는 동일한 단어가 왔지만 (5가)는 붙여 쓰고 (5나)는 띄어 쓴다. ‘인척간’이 인척 관계로 해석될 때에는 한 단어가 되어 붙여 쓰지만, (5나)에서 보듯이 ‘인척’이 ‘인척들’로 해석될 때에는 의존 명사 ‘간(間)’이 쓰인 구성으로 보아 띄어 쓰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