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언어의 오용 사례

광고 언어의 외래어 표기

최용기(崔溶奇) / 국립국어연구원

우리는 매일 수많은 광고와 만나고 이런 광고 속에서 다양한 정보를 얻고 있다. 그런데 이런 광고 문안을 자세히 살펴보면 잘못된 표기나 표현이 상당히 많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광고에서는 특히 외래어가 많이 나타나는데 이들을 살펴보면 잘못된 표기가 아주 많다. 이번 호에서는 이런 광고 언어의 표기 중 잘못 표기된 외래어를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는 바른 표기를 보임.)

(1) 종이 생산 과정에서 나오는 슬럿지(→슬러지, sludge) (○○제지)
(2) 남성들의 스태미너(→스태미나, stamina) 증강 (○○ 부동산 신탁)
(3) 엄마 나 참피온(→챔피언, champion) 먹었어(→됐어) (○○ 전자)
(4) 훼미리(→패밀리, family) 타운 (○○ 산업 개발)

외래어는 외래어 표기법에 따라 적어야 한다. (1)의 ‘슬럿지’는 흔히 ‘맛사지’, ‘브롯지’, ‘뺏지’처럼 어중의 된소리나 거센소리를 의식하여 그 앞에 ‘ㅅ’을 받치어 적은 경우인데 이는 잘못이다. ‘슬러지’, ‘마사지’, ‘브로치’, ‘배지’로 적어야 옳다. (2)의 ‘스태미너’는 원어를 고려하여 그렇게 적은 경우로 이는 잘못이다. 이미 굳어진 외래어이므로 ‘스태미나’로 적어야 한다. 흔히 ‘파커’, ‘에머럴드’, ‘테크놀러지’로 적은 것도 ‘파카’, ‘에메랄드’, ‘테크놀로지’로 적어야 옳다. (3)의 ‘참피온’과 (4)의 ‘훼미리’는 발음의 변화에 따라 달라지는 외래어 표기를 잘못 적은 경우인데, ‘참피온’은 모음을, ‘훼미리’는 자음을 잘못 표기하였다. 각각 ‘챔피언’과 ‘패밀리’로 적어야 옳다.
    그런데 위의 용례들은 표기도 잘못되었지만, 모두 좀 더 쉬운 말로 고칠 수 있는 것들이다. ‘슬러지’는 ‘찌꺼기’로, ‘스태미나’는 ‘정력’으로, ‘챔피언’은 ‘우승자’나 ‘선수권자’로, ‘패밀리’는 ‘가족’으로 각각 고쳐 쓸 수 있다. 될 수 있으면 좀 더 쉬운 말로 바꿔 쓰도록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5) 하늘을 나르는(→나는) 카페트(→카펫, carpet) (○○ 백화점)
(6) 네트웍(→네트워크, network) 프린터 (○○○테크)
(7) 만화 카다록(→카탈로그, catalog) (○○ 트레이딩)

우리말에는 영어에서 들어온 외래어가 많은데, 이런 외래어는 무성 파열음을 표기할 때 특히 주의하여야 한다. 무성 파열음의 어말 표기에서 앞말이 단모음일 경우와 장모음일 경우 표기가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5)의 ‘카페트’는 어말의 무성 파열음 t가 단모음 다음에 나타나므로 ‘카펫’으로 적어야 한다. ‘카랏트, 캐트’도 ‘캐럿, 캣’으로 적어야 옳다. (6)의 ‘네트윅’은 어말의 무성 파열음 k가 장모음 다음에 나타나므로 ‘으’를 붙여 ‘네트워크’로 적어야 한다. 흔히 ‘테잎’, ‘케익’으로 적은 것도 ‘테이프’, ‘케이크’로 적어야 옳다.
    반면에 어말이 유성 파열음일 경우에도 ‘으’를 붙여 적어야 한다. 이에 따라 (7)의 ‘카다록’은 ‘으’를 붙여 ‘카탈로그’로 적어야 한다. 흔히 ‘피라밋’으로 적은 것도 ‘피라미드’로 적어야 옳다.
    역시 위에 나온 용례들도 대부분 좀 더 쉬운 말로 고칠 수 있는 말이다. ‘카펫’은 ‘양탄자’로, ‘네트워크’는 ‘통신망’으로, ‘카탈로그’는 ‘상품 목록’으로 고쳐 쓸 수 있다. 우리 국민은 지나치게 외국어나 외래어를 선호하는데 하루빨리 버려야 할 나쁜 버릇이다.
    광고 언어가 국민 언어생활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한다면 가능한 한 광고 문안은 쉽고 정겨운 말을 사용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불가피하게 외래어를 사용할 경우에도 외래어 표기법을 정확히 알고 이에따라 표기해야 한다. 이것은 결과적으로 광고에 대한 신뢰성도 한층 높이고 회사의 이미지를 좋게 하는 일이 되기도 한다. 그뿐만 아니라 광고 언어가 국민의 언어생활을 바람직하게 이끄는 구실도 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