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를 못 하겠어 ? 예, 노래를 못해서요
임동훈(林東勳) / 국립국어연구원
위에서 밑줄 친 부분의 띄어쓰기는 어느 것이 옳을까? 정답을 말하면 (1가)는 틀리고 (1나)가 맞다. 왜 그럴까? 위에서 ‘안 돼’는 동사 ‘되다’의 부정이기 때문이다. 즉 ‘안 돼’는 하나의 단어가 아니라 ‘되다’의 통사적 부정형인 것이다. 따라서 이때의 ‘안 돼’는 ‘되다’의 또 다른 부정형인 ‘되지 않아’에 일정하게 대응한다.
그런데 왜 적지 않은 사람들이 ‘안돼’처럼 띄어쓰기를 하는 걸까? 그 이유는 붙여 쓰는 ‘안되다’도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위에서 밑줄 친 부분의 띄어쓰기는 모두 맞다. 즉 문맥에 따라 ‘안되다’처럼 붙여 쓰기도 하고 ‘안 되다’처럼 띄어쓰기도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붙여 쓰는 ‘안되다’와 띄어 쓰는 ‘안 되다’의 차이는 무엇인가? (2나)처럼 띄어 쓰는 ‘안 되다’는 (1나)의 예를 언급하면서 지적한 바와 같이 동사 ‘되다’의 통사적 부정형으로서 한 단어가 아니다. 따라서 당연히 띄어 써야 한다. 물론 통사적 부정형이라는 점에서 다른 통사적 부정형인 ‘되지 않다’로도 바뀔 수 있다. 반면에 붙여 쓰는 ‘안되다’는 동사 ‘되다’의 통사적 부정형이 아니다. ‘안되다’의 품사는 동사가 아니라 형용사이며 그 뜻도 동사 ‘되다’의 부정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붙여 쓰는 (2가)의 ‘안되었다’는 ‘되지 않았다’로 바뀔 수 없다는 특징이 있다.
‘안되다’류와 비슷한 예에는 ‘못되다’와 ‘못하다’가 더 있다.
(3가)에서 ‘못되다’는 형용사로서 동사 ‘되다’의 통사적 부정형이 아니다. 이때의 ‘못되다’는 ‘성질이나 품행 따위가 좋지 않거나 고약하다’는 뜻을 지니고 있는 한 단어이다. 반면에 (3나)는 동사 ‘되다’의 통사적 부정형으로서 이때의 ‘못 되었다’는 ‘되지 못하였다’에 일정하게 대응한다.
(4가)와 (4나)는 밑줄 친 부분의 띄어쓰기만 다를 뿐 그 외는 똑같다. 즉 (4)는 띄어쓰기 하나 때문에 문장의 내용이 크게 달라지는 예가 된다. (4가)의 ‘못 하다’는 동사 ‘하다’의 통사적 부정형으로서 한 단어가 아니다. 따라서 당연히 띄어 써야 한다. 반면에 (4나)의 ‘못하다’는 ‘일정한 수준에 못 미치거나 할 능력이 없다’는 뜻을 지니고 있는 한 단어이다. 따라서 (4나)는 철수가 숙제를 하긴 했는데, 그 수준이 형편없어서 선생님께 걱정을 들었다는 내용을 전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