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갓스물이다?
이정미(李正美) / 한양대학교 박사과정
“그녀는 갓 스물이다.”, “그들은 갓 결혼했다.”에서 ‘갓’의 띄어쓰기, 특히 ‘갓 스물이다’ 경우의 띄어쓰기에 관해서 다소 이견이 있다. 흔히 ‘갓’은 뒤에 오는 서술어를 수식하는 부사로 뒷말과 띄어 쓰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일부 사전에서는 ‘갓’을 두 가지로 설정하고 그 띄어쓰기를 달리 하고 있다. 이러한 두 가지 경우를 살펴 ‘갓’의 띄어쓰기를 정리해 보기로 한다.
‘갓’은 대체로 ‘이제 막’이라는 뜻의 부사로 다음과 같이 쓰인다.
(1ㄱ)의 ‘갓’은 ‘시집왔다’라는 서술어를 꾸미는 부사이고, (1ㄴ)의 ‘갓’은 ‘넘었다’라는 서술어를 꾸미는 부사로 모두 뒷말과 띄어 쓴다.
그러나 일부 사전에서는 ‘갓’을 부사와 접두사로 설정하고 그 띄어쓰기를 다음과 같이 달리 하고 있다.
(2ㄱ)의 ‘갓’은 접두사로 보고 ‘스물, 서른, 마흔’ 등 나이를 나타내는 말 앞에 붙여 쓰며, (2ㄴ)의 ‘갓’은 부사로 보고 뒷말과 띄어 쓴다.
이러한 견해차를 없애고 ‘갓’의 띄어쓰기를 바로 하기 위해서, 특별히 차이를 보이는 예를 중점적으로 검토해 보기로 한다.
(3)은 ‘갓-’이 각각 수사 ‘스물’, ‘서른’에 결합한 경우이고, (3')는 ‘갓’이 각각 ‘스물이다’, ‘넘었다’를 꾸미는 경우이다. “봄은 아름다운 계절이다.”에서 관형어 ‘아름다운’이 ‘계절’을 꾸미는 것에 비추어 볼 때 (3'ㄱ)과 같이 부사 ‘갓’이 ‘스물’을 꾸미는 것이 어색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내 소원은 오직 하나이다.”와 같이 부사 ‘오직’이 ‘하나이다’를 꾸미는 경우가 있으므로, ‘갓’은 ‘스물’이 아니라 ‘스물이다’를 꾸민다고 볼 수 있다. 또한 (3ㄴ)은 ‘갓’의 위치를 옮겨 “그녀는 서른이 갓 넘었다.”로 적어도 별 의미의 차이가 없으므로, (3'ㄴ)과 같이 ‘갓’을 부사로 보고 뒷말과 띄어 쓰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
다만, 다음과 같은 예외적인 경우가 있어 문제가 될 수 있겠다.
(4ㄱ)은 (4ㄴ)과 의미 차이를 보이므로 ‘갓’이 ‘시집왔다’를 꾸민다고 보기는 어려울 듯하다. 그러나 (4ㄱ)은 (4ㄷ)이 줄어들어 성립된 특수한 구문으로 보인다. (4ㄷ)에서 ‘갓’은 ‘되었을’을 꾸미는 부사였는데 ‘되었을’이 생략되면서 (4ㄱ)과 같은 예외적인 상태로 굳어진 것이다.
이상으로 볼 때, 동일한 어형을 두 가지 품사로 설정하는 부담을 안으면서까지 ‘갓’을 따로 접두사로 설정할 만한 뚜렷한 이유를 찾기 어렵다.